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지난해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쓰레기와 하수는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넘쳐나고 도로는 렌터카들로 넘쳐나 교통체증이 일상인 이곳. 바로 제주섬이다. 

한라산, 곶자왈, 오름, 바다….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이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 위해 제주를 찾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제주 관광정책은 관광객을 끊임없이 늘리는 ‘진흥’에만 초점을 맞췄다. 관광산업이 제주도민들의 먹거리라는 고착화된 논리는 워낙 힘이 세서 ‘환경 보전을 위해 관광객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침묵‘시켜’ 왔다. 

그동안 제주는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섬이 되어갔다. 자연스레 경관이 멋진 곳은 거대기업의 호텔, 핫플레이스인 식당이나 카페, 타운하우스가 꿰차고 있다.

관광객들이 쓰고 간 제주의 뒤처리는 제주 사람들의 몫이 됐다. 처리되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폐수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고 넓게 쌓인 쓰레기들은 ‘손님’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속가능’에 대한 가치를 주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주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변했다. 관광객이 소비하는 섬이 아니라 지금 제주에서 사는 사람들(또는 미래 제주에 살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처음엔 사업부지인 성산읍에서 시작했다가 제주로 퍼져나가고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기후위기에 맞서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는 시대 흐름에 공항과 항공산업이 역행한다는 비판도 힘을 보태고 있다. 

1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정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제2공항 사업계획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정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제2공항 사업계획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5일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연대 단체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을 상대로 사업 계획 철회와 함께 환경 수용성을 제주 최우선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등은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기후위기 대응과 전환을 이야기해야 할 ‘정치’가 실종됐다”며 “산림, 습지, 갯벌, 바다 등 탄소흡수원이자 회복력 있는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키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전국 곳곳에 신공항 건설 토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비행기는 기차에 비해 승객 1인당 단위거리 기준 20배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라며 “세계 각국은 항공수요를 줄이기 위해 기존 공항을 폐쇄하고 신규공항 계획을 철회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산업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가덕, 새만금, 제주도 등 10개 신공항계획이 포함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며 “신공항 건설부지는 대부분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는 곳으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동시에 ‘탄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 제2공항을 두고 처음엔 ‘찬성’ 여론이 높았지만 ‘공항이 아니라 제주가 포화상태’라는 환경 쟁점이 적극 제기되면서 여론은 역전됐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도 제2공항 계획은 3차례의 보완을 거치고도 최종 ‘반려’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재보완 가능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거대 양당 대선 후보자들은 도민의 결정은 안중에도 없이 ‘제2공항 건설(윤석열)’과 ‘사업 검토(이재명)’를 말하고 있다”며 “민주적 절차와 합의에 대한 훼손이자 과거 성장주의 일변도의 패러다임에 갇혀 더 많은 비행과 탄소 배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제주는 일찌감치 ‘탄소없는 섬’ 정책을 시행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또 제주의 생태계가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신호가 계속되고 있다”며 “쓰레기 소각, 매립, 오폐수 시설을 새로 짓는다고 환경수용력이 커지는 게 아니다. 제주 전역에 막대한 부담과 영향을 미칠 제2공항 계획은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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