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광제)
(사진=작가 광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가했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왔단다. 그 와중에 지각도 하시고. 문득 그이의 심사가 궁금해진다. 4·3의 아픔과 전용기의 기쁨, 어느 쪽이 컸을까. 너무 빤한 질문인가. 이게 짓궂거나 야비하게 들린다면 당신은 꽤나 낭만적인 거다. 각설하고.

윤 당선인의 참석과 연설 내용에 해석을 하고 의미를 붙이는 모양이다. 그러지 마시라. 언제부턴가 4·3은 제주의 아들 원씨조차 알뜰히 챙기는 공식행사가 되었고 또 그만큼 박제화 되어간다는 의미일 터. 윤 당선인이 지금 어딘들 신이 나서 못 다니겠는가. 연설문이야 써준대로 읽으면 되고. 거기 무슨 그이의 의중이 있을까.

선거기간 공약이나 토론을 보지 않았는가. 거기 무슨 철학이나 책임이나 진정성을 보았는가. 오히려 검사 시절 “검사가 개인감정으로 수사를 하면 그게 검사냐 조폭이지”라고 했음에도 당선 뒤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안절부절못하는 게 현실이지 않나.

지난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 사이렌이 울려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박범계 법무부장관,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등이 행사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사진=제주도 공동취재기자단)
지난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 사이렌이 울려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박범계 법무부장관,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등이 행사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사진=제주도 공동취재기자단)

이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의 행태를 보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과연 공권력에 의해 이런 불법적 만행이 있을 법한 일인가‘라든지,하는 인권과 도덕 또는 민주주의나 정의에 대한 최소한의 잣대도 들이댈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파렴치건 패륜이건 자신의 이해와 유익을 위해 어떠한 일도 자행할 수 있는 사회라고 지레 판단하고 있는 거다.

최소한의 인권이나 생태적 접근, 절차적 민주의식마저 희석되고 변질되고 타성화되어 가는 현실이 두렵다. 4대강이 그렇고, 강정해군기지가 그렇고, 핵발전소 문제가 그렇고 가덕과 새만금 성산 제2공항이 그렇지 않은가. 

오늘의 4·3 또한 무어 다르겠는가. 그러니 놀랄 일도, 분노에 떨 일도 없이 당위나 타성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며 그때그때 철저하게 타산적이며 유불리를 따지는 패나 도구로서 따져보게 되는 것이다.

엊그제가 만우절이었다. 이성적 사고나 짜인 틀에서 잠시 벗어나 ‘일탈의 자유로움’을 맛보고자 하는 운치 있거나 낭만적인 거짓말을 기대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제 사회가, 시절이 도덕적 불감증을 넘어 불구라고 할 수 있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데, 입만 열면 거짓말에 말바꾸기, 말뒤집기 선수들을 모아놓고 한가하게 무슨 따로 거짓말하는 날을 정할 것인가. 무슨 거짓말의 해학과 낭만을 구할 것인가.

늘 그렇듯 이성적 사고와 건강한 틀이 그립고 목마르다. 가장 기본적인 (또는 최소한의) 인간적 모습을 살아내거나 지탱하는 일만으로도 대단한 용기와 의지와 실천이 필요한 시절이다. 간절하고 정성스레 ‘마음자리’를 닦는 일, 이름도 갖지 못한 4·3이 우리에게 이르는 일인지도. 아니 그 일만이 4·3의 올바른 이름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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