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에 대지를 적신 단비
수채화를 그려내듯 물기를 머금은 초록의 숲에서 나는
풋풋한 자연의 내음은 마냥 좋기만 하다.
몇 해 전 어두운 숲 속을 헤매다 우연히 만나게 된 '나리난초'
나무와 바위에 뿌리를 내린 모습이 특이하면서도 경이로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중심으로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이미 시들어 흔적만이 남았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고....
꽃이 필 때쯤 다시 찾아간 숲 속
나무에 착생한 나리난초의 고귀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담고 또 담아내고....
숲 속의 춤추는 발레리나를 보는 듯
우아한 자태, 꽃잎 색감마저도 참 곱기도 하다.
나리난초는 난초과에 속하는
땅 위, 바위나 나무에 착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주변 습도가 높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산지의 반 그늘진 숲 속에서 자란다.
제주도의 산간부와 전국 각처의 산지에 분포한다.
비늘 조각으로 된 덩이줄기는 둥글고 지상에 나와 있고
녹색의 줄기는 곧게 자라고 꽃대의 높이는 10~20cm이다.
긴 타원형의 2장의 잎은 뿌리에서 옆으로 마주나고, 물결 모양의 가장자리는 주름져 있다.
검고 짙은 자갈색의 꽃은
5~7월에 줄기를 따라 올라가며 10개 정도가 성글게 달린다.
원형의 입술 모양의 꽃부리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끝이 둥글며 짧게 뾰족하다.
열매는 삭과로 7~8월경에 둥근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달린다.
이맘때가 되면 그리움에 찾게 되는 숲
가물어도 너무 가물어 걸을 때마다 푸석거리던 숲에는
유월 단비에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나리난초 모습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