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중이 운영하 함우리 약국 처방전 (사진=도교육청)

제주지역 함덕중학교 자율동아리 또래상담부에서 기말고사 등으로 지친 또래를 위해 나흘간 '함우리 약국'을 운영, 명약을 만들어 즐거움을 처방했다.

함우리란 '함덕중학교 함께하는 우리'의 줄인말로 '함우리 약국'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한시적 문을 열었다.

함덕중 올해 또래상담부는 총 14명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 역할 직무연수를 받은 학내 전문상담교사에게 기초교육 10시간을 받아야만 또래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함우리 약국'은 또래상담부가 지도교사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그간 침체된 부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함덕중 총 학생수는 200여명인데, 또래상담부가 준비한 약 300개가 '완판'됐다. '함우리 약국' 소문을 들은 교직원들까지 명약 처방을 받은 것이다. 

또래상담 프로그램은 1994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전국의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2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고, 개발원이 만든 '솔리언또래상담'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주도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도입됐다. 

제주도는 유명무실한 또래상담부 활성화를 위해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함우리 약국을 운영한 함덕중 또래상담부 학생들 (사진=도교육청)
고민을 적고 있는 함덕중 학생들. (사진=도교육청)

또래상담가는 친구들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는 고민'들을 들어준다.

함덕중 전문상담교사는 "내담 학생들은 같은 고민의 경험이 있는 또래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이해받는다"고 했다. 

내담 학생만 위로 받는 것은 아니다. 

또래상담가들은 기초교육을 받으면서 공동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운다. 

함덕중 또래상담부 지도 교사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공감 능력이 향상되면 개인 중심 태도는 타인 중심 태도로 바뀐다. 그런 또래상담가들은 학내 약한 친구들을 더 도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특히 학교 폭력과 관련해서는 "판단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도 폭력에 해당하는지' 물어오기도 한다. 무심코 던지는 말도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아가면 인권 감수성을 키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자가 연결된 존재임을 깨달아 가고, 그들과 만난 내담 학생들은 진심어린 공감에 위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래상담가들의 역할이 작지 않음에도 함덕중 또래상담부 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해서 올해초 부임한 함덕중 전문상담교사는 부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함우리 약국'을 이들과 함께 고안했다고 한다. 

함덕중이 운영한 함우리 약국 고민 게시판 (사진=도교육청)

또래상담부가 이번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한 고민게시판에는 사소한 고민에서 심도 있는 고민까지 빼곡히 쌓였다.

학생들은 '공부하기싫어증' '감정기복증' '만성사춘기증' 등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했고, 또래상담가는 그에 맞는 처방(간식)을 내렸다. 

특히 꿈이 없어 고민하는 친구들도 눈에 띄었다. 

지도 교사는 "약을 학생수보다 많게 300개를 준비했는데, 다 나갔다. 함덕중 교직원들까지 '함우리 약국'을 찾은 것"이라면서 "‘함우리약국’을 찾은 학생들도, '함우리약국'을 운영한 학생들도 각자가 가진 크고 작은 고민들에 즐거운 처방을 받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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