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제주의 감귤 마말랭. (사진=냠냠제주 제공)
냠냠제주의 감귤 마말랭. (사진=냠냠제주 제공)

봄은 천혜향, 여름은 호박과 토마토, 무화과, 가을은 땡 귤, 겨울은 당근과 감귤. 혀끝과 코끝에서 제주의 계절 변화를 느끼는 방법이 있다. 지역 제철 농산물로 만든 잼을 맛보는 것. 

냠냠제주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위치한 조그마한 수제 잼 가게다. 냠냠제주 농업회사법인(대표 강은영)이 운영하며 제철 친환경 농산물과 유기농 설탕을 이용해 직접 잼과 시럽 등을 만든다. 

기존의 잼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마멀레이드에서 이름을 딴 ‘마말랭’이라는 상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 잼은 펙틴(과일, 채소, 씨앗 등에서 추출한 탄수화물)과 설탕, 산을 섞어 젤리 형태로 만드는 것과 달리 ‘마말랭’은 농산물과 과일을 잘게 썰어 최소한의 설탕만 넣고 강한 불에서 졸이며 수분을 날려 만든다. 응고제를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차로 마시거나 소스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감귤 마말랭을 만드는 과정. (사진=냠냠제주 제공)
감귤 마말랭을 만드는 과정. (사진=냠냠제주 제공)

‘냠냠제주’의 시작은 당근 마말랭이었다. 강은영 대표는 지난 2015년 버려진 당근을 보고 잼을 만들어 플리마켓에서 판매했다. 결과는? 2시간 만에 완판이었다. ‘제주’와 ‘당근’, ‘잼’이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마말랭의 종류를 하나씩 늘려가고, 법인을 만들고,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냠냠제주의 시장을 한뼘씩 넓혀갔다. 지금은 제주도 선물 가게와 숙소, 카페, 온라인 업체 등에 입점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다 보니 결혼식 답례품과 기업 워크샵 기념품, 어린이집 선물 등으로도 인기가 많다. 

플리마켓 매대에서 시작한 냠냠제주. (사진=냠냠제주 제공)
플리마켓 매대에서 시작한 냠냠제주. (사진=냠냠제주 제공)

플리마켓 한 매대에서 시작한 냠냠제주는 어느덧 정부에서도 인정하는 소상공인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진행한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 오디션’에서 선발된 것. 

이 사업은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소상공인들을 발굴하고 그들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키우는 사업이다. 1300여개의 팀 중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친 100개 팀이 오디션에 참가했으며 창업가와 투자자로 구성된 전문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총 34개 팀이 뽑혔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서울 노들섬 라이브공연장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 오디션에서 강은영 대표가 피칭하고 있다. (사진=냠냠제주 제공)
지난달 28일과 29일 서울 노들섬 라이브공연장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 오디션에서 강은영 대표가 피칭하고 있다. (사진=냠냠제주 제공)

강 대표는 “처음엔 우리 정도면 당연히 되겠지 하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스펙’이 좋은 지원자들을 보고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며 “‘마말랭’의 차별성과 구체적인 매출 계획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비 과정에서 우리 제품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큰 무대에 서보니 냠냠제주의 강점과 보완해야 하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말랭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제주’를 담았다는 것이다. 이는 냠냠제주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기도 하다. 여기엔 지방소멸 위기와 기후위기 시대를 맞닥뜨리고 있는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답이 담겨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감귤 마말랭. (사진=냠냠제주 제공)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감귤 마말랭. (사진=냠냠제주 제공)

강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과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내가 먹고 싶은 재료로 만들고 최대한 가까이에 있는 농산물을 소비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싱싱한 재료를 껍질 채 사용하기 때문에 버리는 부분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농촌과 상생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며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다. 지속가능한 지역 기업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착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냠냠제주의 다음 목표는 어디일까. 지금 당장은 오는 10월 초에 예정된 ‘강한 소상공인 파이널 피칭대회’에서 최종 10개팀에 선발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냠냠제주는 ‘감귤로 제주를 이롭게 하다’라는 모토를 정했다. 강 대표는 “마말랭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천혜향 같은 특별한 과일이 아니라 감귤”이라며 “소비자들이 제주를 ‘감귤’로 인식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냠냠제주가 판매하는 마말랭. (사진=냠냠제주 제공)
냠냠제주가 판매하는 마말랭. (사진=냠냠제주 제공)

그러면서 “‘파치(비상품)’라고 해서 버려지는 감귤이 많은데 모두 농부의 피와 땀이 들어간 귀한 농산물”이라며 “파이널 대회에선 이런 농산물을 가지고 농가에겐 이익이 되고 소비자에겐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목표를 묻자 강 대표는 “성장보다는 고객과 만나고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사람들이 ‘제주에 가면 마말랭 사야지’하는 말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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