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주~

한여름이 계속되는 뜨거운 날씨 

밤낮으로 푹푹 찌는 3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자연스레 계곡의 시원한 물과 숲을 찾게 되지만 

신천 바다목장을 시작으로 새롭게 단장한 벽화 마을 신천리로 향한다.

[신천 마장굴 입구]
[야자수길]
[홍초]

파란 하늘에는 구름이 제멋대로 회색으로 덧칠을 하고 

우아하고 멋스러운 '카나리아야자' 

시원스럽게 하늘로 솟아 오른 '와싱톤야자' 

오래전부터 공원의 화단이나 길가에서 많이 보았던 '홍초'는 

한여름 정열의 꽃처럼 돌담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신풍 바다목장]

평지가 대부분인 신풍과 신천은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해안지대가 넓게 차지하고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일주도로변 하단에 광활한 바다목장이 형성되어 있다.

신풍 목장과 신천 목장의 진입로는 올레 3코스의 중간지점으로 

길 하나를 두고 양쪽으로 넓게 퍼진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바다목장이다.

소와 말을 방목하던 드넓은 초지는 겨울 칼바람이 불어오면서 

12~2월까지 귤껍질(진피) 말리는 귤피 건조장으로 

화려한 주홍 바다로 변신을 한다.

[신천 바다목장]

삶의 터전이 된 바다목장 

물빛 고운 바다와 풀빛 초장이 어우러진 '신풍 신천 바다목장' 

올레객을 위해 바닷가와 인접한 잔디밭을 올레길로 허용해 준 개인 사유지로

제주 겨울여행으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자리 잡았다.

길을 허락해 주신 마을 주민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지나간다.

[겨울, 진피 말리는 풍경]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당 올레길~

신천 바다목장이 눈길을 끄는 시기 

너른 바다목장의 초록 풀빛은 색 바랜 초지로 

푸른 바다와 주홍 바다가 어우러진 오묘하지만 이색적인 풍광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마어마한 귤껍질을 말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드라진 주홍 바다는 말라가는 귤껍질 색과 빛에 따라 색감이 다르고 

하나가 아니라 모여 있을 때 빛을 발하는 눈부심으로 가득 채운다.

[신천 바다목장]
[칼선다리]

용궁으로 향하는 전설 속 올레 

끝도 없이 펼쳐지는 초록 초록이 장관인 바다목장 

바다로 눈을 돌리면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안가 

물살이 거칠어 위험하기도 하지만 신성한 곳이라 함부로 드나들지 않았던 금단의 바다 

바다 기슭에 서면 칼날이 하늘을 찌를 듯한 바위 모양 

칼날처럼 바위들이 솟아 인간이 용궁으로 가는 올레를 막아버렸다는 '칼선다리' 

예로부터 이곳 2개의 바위 기둥이 남해용궁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 여겨왔다.

[팔운석(고망난 돌, 창곰돌)]

인간의 범접을 막기 위해 남해용궁의 수문장이

경계를 서는 용궁의 입구인 고망난 돌이라 불리는 '창곰돌' 

구멍 난 커다란 바위는 용궁으로 가는 관문처럼 보인다.

칼선다리와 창곰돌에는 기이한 형상만큼이나 신비스러운 전설이 전해진다.

[용궁올레]

바다로 이어진 돌로 된 길이 보인다.

전설처럼 바다 속으로 이어진 '올레길'이다.

용궁 올레에는 남해 용궁을 다녀온 해녀 송 씨와 얽힌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낙타모습을 한 '칼선다리']

바다를 향한 꿈, 낙타바위~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바다를 향한 꿈을 간직한 '해국' 

커다란 녹색잎으로 눈길을 끄는 '갯강활'은 작은 바람에도 춤을 추고 

바람이 만들어낸 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우묵사스레피나무'의 

강한 생명력은 가던 길도 되돌아오게 만든다.

[해국]
[갯강활]
[낭아초]
[우묵사스레피나무]

바다목장을 빠져나와 신천리 마을 안길로 접어들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는 

성산읍의 가장 서쪽 해안에 있는 농어촌 마을로 평지가 대부분이고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농업과 어업에 좋은 환경을 가졌다.

자연마을로 상동과 하동이 있고 해안지대가 넓게 차지한 탓에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일주도로변 하단에 광활한 바다목장이 형성되었다.

천미연대 부근에 마을이 이루어져 '새로 된 내끼'라는 뜻에서 '신천리'라 부르게 되었다.

신천리의 옛 이름은 '내깍'으로 '내의 끝'이라는 뜻으로

신풍, 신천, 하천을 통틀어 지금도 노인들은 '내끼'라 부르고 있다.

[호박]
[돌담 아래 봉선화가 정겹다]

벽화마을 신천리는 

단편 영화(선샤인, 감독 박진순) 촬영을 위해 그린 벽화를 계기로 

젊은 예술가와 지역 화가가 그린 100여 점의 벽화가 그려진 마을이다.

돌담에 어우러진 벽화는 제주의 숨비소리,

아이들의 동화세상, 제주의 이색 풍경을 만들어준다.

조용한 농어촌마을 신천리는 

문화예술이 흐르는 '아트빌리지'로 재탄생되었다.

벽화마을이 조성된 이색적인 공간. 지역주민과 예술인이 주체가 되어

신천리 벽화마을을 더 특별나게 만들어주는

벽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면서 꿈의 벽화마을 안으로 들어가 본다.

[돌담이 아름다운 올레]

길목마다 크고 화려한 원예종들 

한 발짝 그냥 스쳐 지나가기가 아쉬워 자꾸 멈추게 한다.

깔때기 모양의 작은 꽃들이 둥글게 모여 피는 사랑스러운 '아가판서스' 

예쁜 색감이 매력적인 여름꽃 '에키네시아' 

나리꽃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왕 중 왕 '참나리' 

돌담을 덮어버린 꽃잎이 실처럼 쪼개진 '노랑하늘타리' 

나비 모양의 땅콩 노란 꽃은 순박한 농촌마을의 정을 느끼게 해 준다.

[아가판서스]
[에키네시아]
[몬트부레치아]
[참나리]
[노랑하늘타리]
[선밀나물]
[땅콩]
[신천리 어촌계]
[천미 연대]

천미 연대는 신천리 마을 내에 있는 도지정 기념물(제23-3호)로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정치· 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이다.

봉수대와는 기능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연대는 주로 구릉이나 해변지역에 설치되었고

봉수대는 산 정상에 설치하여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을 피워 신호를 보냈다.

제주지역은 3성(제주성, 정의성, 대정성)

 9진(화북진, 조천진, 별방진, 애월진, 명월진, 수산진, 서귀진, 모슬진, 차귀진)

25 봉수 38 연대로 이루어졌다.

[현씨일월당]

원래 이 마을 현 씨들만 기원하던 곳이었는데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마을 본향당이 되었다.

신명은 현씨일월이며 신목은 후박나무와 녹나무이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가장 긴 천미천이 

바다에 닿기 전 마지막에 만나는 마을 '신천리' 

가장 제주스러운 길을 만날 수 있는 푸른 바당올레가 아름다운 올레 3코스 

작은 마을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신천 포구에 다다른다.

[신천 포구]
[조간대]

물이 빠져나가면서 바닷가에는

바람과 파도가 머물다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순비기나무]
[갯까치수영]
[낚시돌풀]
[돌가시나무]
[황근]

해안길에는 노란 황근이 활짝 피어 눈길을 끈다.

[고칫당(고첫당)]

 신천리와 하천리의 경계인 바닷가에 둥글게 돌담을 두르고 있고 

신천리 마을포제를 지내는 곳이다.

잠수, 어부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배고픈 다리]

고픈 배처럼 밑으로 쑥 꺼진 다리 

한라산에서부터 흘러와 바다로 이어지는 천미천의 꼬리 부분에 놓여 있다.

예와 덕을 갖춘 색다른 모습의 암수딴그루 '예덕나무' 

사정없이 식물의 질서를 망가뜨리지만 꿀 향기로 코를 자극하는 '칡' 

잔잔한 매력을 보여주는 작은 들꽃들은 길동무가 되어준다.

[예덕나무 '수꽃']
[예덕나무 '암꽃']
[칡]
[동백나무가 아름다운 올레]

성산읍의 끝자락,

사계절 꽃피는 바람의 마을 '벽화마을 신천리' 

풍요로운 햇살과 신선한 바람이 늘 머무는 한적하고 조용한 걷기 좋은 아담한 마을 

제주 선인들의 억척스러움과 고단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제주 돌담 

돌담에 어우러진 익숙한 만화 캐릭터 

해녀들의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벽화마을의 이색적인 모습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그림같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여유를 보태본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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