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 전시성 축제 “이제는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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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주도 전시성 축제 “이제는 바꾸자"
  • 좌승훈 기자
  • 승인 2003.08.28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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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양보다 질”…지역특색 살린 문화상품 개발 절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축제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화관광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전국 자치단체 축제만도 8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역축제는 지난 95년 지방자치제 본격 실시 이후 활성화되고 있다. 축제는 말 그대로 축하의 제전이며, 기쁨과 즐거움의 정서가 바탕이 된다.

더욱이 지역축제는 대개 각 고장의 전통과 특색을 살린 데다 교육적인 효과가 높아 지역 문화상품으로 육성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보면 상당수가 축제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전시성'이고 일부는 정치적 의도까지 엿보인다는 점 때문에 낭비행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지역축제가 난립하는데는 자치단체장의 선심행정도 한몫 한다. 지역주민을 자연스럽게 동원할 수 있는 이벤트 성격의 행사는 단체장의 치적 홍보와 얼굴 알리기의 주요 장이기 때문이다.

▲이름뿐인 국제축제=우선 2001년 '제주세계섬문화축제'를 보자. 섬 문화축제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10대 축제 가운데 하나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9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고, 세계27개국 35개 섬·지역이 참가한 초대형 축제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난 98년 제1회 축제 때보다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공연이 취소되고, 35㎜의 비가 내리자 아예 휴장을 하는 등 운영상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관람객 유치 목표도 당초 60만명으로 잡았으나, 실제 관람객은 26만3400명(유료 관람객 14만 4000명)에 그쳤다.

특히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도마 위에 올라 섬 문화축제 조직위와 대행 기획사 사이의 '금품·향응 수수공방'으로 까지 불거졌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섬 문화 축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런 저런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전시성 축제'는 대부분 내용이 빈약해 손님도 끌지 못하는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했고, 몇몇은 잡음과 파행마저 끊이질 않고 있다.

2001년 10월 '한국방문의 해' 10대 이벤트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개막식부터 소리축제라는 주제가 무색하게 음향시설이 엉망이어서 망신을 샀고, 43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1년이 넘게준비했음에도 1류 외국 공연단은 거의 유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받았다. 같은 시기, 인천 강화도에서 열린 제1회 '세계거석문화축제'도 고작 3개의 모조품 고인돌만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바람에 관광객들의 빈축을 샀다.

▲경쟁력은 상징성·차별성=올해 제주에서 열리는 축제는 어느 정도 될까. 올해 제주의 축제는 성산일출제(1월1~3일)를 시작됐다. 이어 탐라국 입춘굿놀이(2월3~5일), 정월대보름 들불축제(2월14~15일), 제주칠머리당굿 영등환영제(3월3일)·영등송별제(3월16일)가 잇따라 마련됐다.

이어 봄철에는 제주왕벚꽃잔치, 유채꽃잔치, 고사리꺾기대회, 마라톤 축제 등이 개최됐고, 여름 피서철엔 윈드서핑대회, 바다낚시대회, 철인3종 경기, 스쿠버다이빙축제, 조랑말 투마대회, 자전거대행진, 섬머 페스티벌, 패러글라이딩대회 등 레저·스포츠 대축제가 선을 뵌다. 또 이 시기에 제주국제관악제와 표선백사 대축제가 마련됐다.

또 가을이면 탐라문화제와 제주억새꽃잔치, 이중섭 예술제, 칠십리국제바다축제, 고산노을축제, 제주 감귤축제로 이어진다. 모슬포 방어축제, 법환동 한치축제, 보목동 자리돔 축제 등 문화와 지역 특산품을 소재로 한 축제도 어획시기에 맞춰 개최된다.

물론 이들 축제들은 지명도가 있는 제주의 대표축제. 여기에다 마을단위 축제까지 가세하면 사시사철 축제의 연속인 셈이다.

그러나 지역축제의 주제는 다양해도 막상 찾아가 보면 어디서나 천막주점만 몰려 있으며 관객도 노인이나 단체관람 온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또 일부 축제는 행사의 상징성과 차별성이 약한데다 특정 기간에 집중되고 관광객은 물론 현지 주민들의 관심도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리고 관 주도에서 주민주도형으로전환해 수익개념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토속의 맛·멋을 찾자=바가지를 씌우는 음식점일색의 지역축제, 00아가씨를 뽑아 특산물 홍보하기, 어딜 가도 살 수있는 효자손 따위를 파는 기념품 가게, 파전에다 동동주를 파는 향토 음식점….

이는 관 주도의 축제, 축제와 관련된 내용이삽입된 급조된 축제에서 느낄 수 있는 현상. 하나같이 뻔한 내용이다.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

이 모두가 문화에 대한 마케팅 시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기본은 '차별화'이고 문화 또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그 지역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 특산물, 자연조건 등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축제가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북제주군의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를 비롯해 충남 서천의 전어축제, 금산의 인삼축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전북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 등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지역특색을 살린 독특한 풍물을 상품으로 만들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바람직한 지역축제문화는 지역문화와 지역자치, 그리고 지역주민의 정서가 어우러져 차별화 된 문화를 만들어낼 때만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이 축제라는 상품의 판매자가 아니라 향유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즐기지 않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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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jukorea 2010-09-21 08:40:39
난 그래서 축제는 이제 안가요. 민속오일장이 훨~ 싸고 재미있어요.

chejukorea 2010-09-21 08:37:30
시원하게 말 잘하시네요. 나도 동감.

바람개비 2003-09-09 15:45:15
섬 문화축제인가..뭔가 그건 절대 하지맙시다.
엄청난 예산낭비에...행사를 위한 행사로 전락하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거니와, 두번의 행사를 치르면서 그 때마다 터져 나오는
의혹들도 지겨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