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기현.<제주투데이 DB>
레딩FC의 '희망' 설기현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기대이상의 출중한 플레이를 펼쳐보이며 팀의 3-2 승리에 일조했다.   

설기현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홈구장 마제스키 스타디움서 열렸던 미들스브로와의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나서 후반 38분 구나르손과 교체될 때까지 83분을 소화, 팀이 뽑아낸 3골중 2차례 득점상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3-2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로써 레딩은 지난 1871년 창단 이후, 무려 135년만에 역사적인 첫 승리를 쟁취하는 감격을 누렸다.

스티브 코펠 감독이 이끄는 레딩은 이날 특유의 4-4-2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아일랜드 출신 케빈 도일과 킷슨이 투톱에 포진하고, 미드필드 중앙은 하퍼와 시드웰이 담당했다. 미국대표 컨베이와 설기현이 각각 좌우측 윙 미드.

포백 수비라인에는 중앙에 잉기마르손과 송코가 위치했고, 좌우 풀백으로 쇼레이와 머티가 나섰다. 주전 수문장은 하네만.  

전반전 중반까지 레딩은 다소 불안했다. 허리진 중앙을 이룬 시드웰과 하퍼의 호흡이 잘 맞지 않고, 수비 밸런스는 미들스브러의 문전 침투가 이뤄질 때마다 흐트러졌다.

경기시작 10분만에 미들스브러 공격수 야쿠부가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길게 넘긴 크로스를 다우닝이 침착하게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 하네만이 지킨 레딩 골네트를 갈라 미들스브러가 1-0으로 앞서나갔다.

전반 20분에도 하퍼가 아크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범해 미들스브러에 프리킥 기회를 내줬고, 호쳄바크가 레딩 수비벽 사이를 뚫는 강한 슈팅을 날린 것이 하네만 몸맞고 흐르자 야쿠부가 다시 밀어넣어 스코어는 2골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레딩의 추격은 집요했다. 30분 이후 위협적인 몇번의 공격을 시도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레딩은 결국 41분 킷슨이 만회골을 터뜨렸다. 설기현이 문전 오른쪽을 침투해 날카롭게 연결한 크로스가 도일을 스쳐 지나가자 킷슨이 침착하게 골문으로 밀어넣은 것.

일단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레딩은 불과 2분만에 동점골이 뽑아냈다. 왼쪽 측면에서 날아든 땅볼 크로스를 문전 한복판에 있던 시드웰이 시원스런 슈팅으로 호주 국가대표 마크 슈워처가 지키는 골문을 열어젖혀 균형을 이뤘다.

후반전은 완전히 전세가 뒤바뀌어 레딩의 일방적인 공세가 계속됐다. 역전골의 주인공은 전반 막판 부상을 입은 킷슨과 교체투입된 콩고 출신 포워드 르로이 리타.

후반 9분 설기현이 문전 오른쪽에서 골문 앞을 향해 밀어준 땅볼 크로스를 미들스브러 수비진이 도일과 엉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왼쪽으로 흘렀고, 리타가 재차 볼을 잡아 골문으로 차넣었다. 레딩이 3-2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하지만 이날 레딩의 진정한 히어로는 시드웰도, 리타도 아닌 설기현이었다. 2-2 동점골만 제외하고 설기현은 모든 득점에 관여했다.

프리미어리그 첫 무대라는 긴장감 탓인지 레딩 선수 모두가 위축됐던 전반 3분과 21분, 설기현은 PA 왼쪽 모서리에서 날카로운 2차례 프리킥으로 마크 슈워처가 지킨 미들스브러 골문을 위협하며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고, 전반 41분 킷슨의 만회골과 후반 9분 리타의 역전골을 엮는 결정적인 크로스를 성공시켜 그를 믿고 기용한 코펠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라이트 윙 미드로서 오른쪽 측면뿐 아니라 중앙과 수비진 깊숙이 가담하며 폭넓은 플레이를 펼친 설기현은 종료 7분여를 남긴 후반 38분 중앙 미드필더 구나르손과 교체됐다.

마제스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여 홈팬들은 선전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설기현을 향해 모두 기립박수를 치며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경기결과>
레딩FC 3(2-2,1-0)2 미들스브러
▲득점=킷슨(전반 41분), 시드웰(전반 43분), 리타(후반 9분, 이상 레딩), 다우닝(전반 10분), 야쿠부(전반 20분, 이상 미들스브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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