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만개한 여름새우난초를 만날 생각에 한달음에 달려왔건만 

산책로를 살짝 빗겨가면 연분홍 꽃이 살짝 보여야 하는데 한 송이도 없다....

활짝 피었던 꽃대는 잘려나가고, 

꺾어진 꽃봉오리는 돌 위에 어지럽게 올려놓았다.

염장 지르는 파렴치한 행동을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보듬어질까?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어 올해는 일찍 찾았는데...

[아직 꽃봉오리인데 처참하게 잘려나간 흔적]
[아직 꽃봉오리인데 처참하게 잘려나간 흔적]
[꽃대가 잘려나간 모습의 '한라새우난초'(2021년)]
[꽃대가 잘려나간 모습의 '한라새우난초'(2021년)]

양란의 화려함과 동양란의 청초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새우난초는 뿌리줄기 마디가 새우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새우난초]
[여름새우난초]

여름새우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제주도 산지의 숲 속 부엽질이 풍부하고 습도가 높은 반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긴 타원형의 깊은 주름진 잎은 

3~5장이 안에서 자라고 이듬해 봄에 쓰러진다.

뿌리줄기는 짧고 달걀 모양의 구형 알뿌리는 2~3개가 연결되어 있다.

8월에 피는 연한 홍자색 꽃은 꽃대에 어긋나게 달리고 

부채꼴 모양의 꽃잎은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위로 올라가며 핀다.

열매는 9~10월 경에 밑으로 처지며 달린다.

난과 식물 중에 여름새우난초는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자라지만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새우난초는 봄에 피지만 여름새우난초는 한여름에 꽃이 피어 여름새우난초라고 한다.

새우난초에 비해 크기도 크고 꽃과 자태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쉽게 훼손되는 아쉬움이 있다.

[새우난초]
[새우난초]

야생의 새우난초는 금새우난초와 여름새우난초 등 

몇 종 되지 않지만 교배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종류의 변이가 생겨나고 있다.

봄의 새우난초를 시작으로 금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그리고 뜨거운 한여름에 피는 여름새우난초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금새우난초]
[금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자연교잡이 이루어진 변이종]
[자연교잡이 이루어진 변이종]
[여름새우난초]
[여름새우난초]

야생의 들꽃은 늘 그 자리에서 피어날 때 더욱 빛난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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