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떠 있는 섬 속의 섬 

추자도에 지난 6월 4일 두 번째 새로운 올레길이 열렸다.

추자도 바다와 섬들의 빚어내는 아름다움 

꼬닥꼬닥 걸어 함께 만든 제주 올레길은 총 27코스, 총길이 437km가 된다.

청명한 날이면 한라산까지 보이는 하추자도 묵리의 뷰포인트 

빨간 프레임 포토 존 안 '섬생이' 등 제주의 다도해인 추자군도가 눈에 들어온다.

[묵리 전망대]
[묵리 전망대]

 제주의 시작 추자도(秋子島)는  

고려 원종 12년(1271년) 설촌 되어 후풍도(候風島)라 불렀고 

섬에 추자나무(가래나무) 숲이 무성한 탓에 추자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제주도로부터 4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제주도의 다도해 추자도'는 

상·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 등 

42개의 군도로 형성되어 있다.

1896년 완도군으로 편입되었고 1914년 제주도에 편입된 후 

1946년 북제주군에 소속되었다가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제 실시로 제주시 추자면으로 소속되어 

현재 6 개리(대서리, 영흥리, 묵리, 예초리, 신양1리, 신양2리)가 있다.

 어업을 주로 하는 추자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으로 

갯바위가 낚시터이고 참조기와 멸치젓갈은 추자도의 대표 명물이다.

제주도에 속해 있지만 풍속은 전라도에 가깝다.

[상추자항]
[상추자항]

추자도의 인연은 

항구의 북적거리는 인파와 배 멀미로 기억되지만 

제주항을 떠나 1시간 10여 분 만에 도착한 상추자항은 비님이 격하게 반긴다.

바다가 건네주는 아침 

자연스레 나바론 하늘길에 시선이 멈추고 

사람 사는 냄새, 깨끗하고 달라진 상추자항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상추자항은 제주에서 가장 높은 상추자 올레(18-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과 경관을 짝사랑해서 추자도로 

여고 동창들과 떠나는 세상에 단 한 번뿐인 

'세 번째 스무 살 기념 추억 여행' 

바다와 사람이 동화되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섬 '추자도'에서 

멋진 1박 2일을 꿈꾸며 새로 바뀐 올레길을 걸어본다.

‘죽기 전에 꼭 걸어봐야 할 제주올레 길’로

꼽히는 상추자 올레 18-1 코스는 추자도를 구석구석 만날 수 있는 길로 

 총길이 11.4km로 4~5시간 소요된다.

[알록달록 색을 입힌 '추자초등학교']
[알록달록 색을 입힌 '추자초등학교']

항구를 따라 걷다가 추자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진입하면 

봉골레산을 오르기 전 최영 장군 사당을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

[최영장군 사당]
[최영장군 사당]

제주도기념물 제11호로 지정 

사당 안에는 '조국도통대장 최영 장군'이라는 신위가 안치되어 있다.

국토 수호신적인 의미에서 세워졌다는 설과 함께 

백성들에게 어망을 만들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은의를 생각하여 

사당을 짓고 모시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기꺼산]
[기꺼산]

이곳 기꺼산은 매년 음력 섣달 그믐날 동·서·남해 용왕님께 

마을 주민들의 무사안녕과 풍어만선을 기원하며 기원제를 지내는 곳이다.

추자도는 4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群島)로 

빼어난 절경과 독특한 모습의 섬들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신비롭다.

그중 추자 10경의 '직구낙조'는 

거북 모양을 한 추자 서북방 직구섬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말한다.

봉골레산과 마주한 다무래미섬은 

하루에 두 번 갈라지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봉골레산 정상]
[봉골레산 정상]

봉골레산은 대서리 최북단에 위치한 해발 85.5m로 

추자군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의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직구도 쪽으로 해 질 때의 풍경이 아름답다.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상에는 

빗방울에 색감이 아름다운 '개머루', 

닭 똥꼬 '계요등'은 봉골레산의 여름을 노래한다.

[개머루]
[개머루]
[계요등]
[계요등]
[메꽃]
[메꽃]
[순효각]
[순효각]

순효각은 지극한 효성을 실천한 박명래의 행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영흥리 벽화골목]
[영흥리 벽화골목]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추자도 마을의 골목길 

상추자도 영흥리 마을 일대에 조성된 벽화골목은 

낮은 담장과 단정한 집 사이로 골목골목 알록달록 타일로 그린 벽화와 

오래된 상점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정겹다.

텃밭에는 보라가 아름다운 '절굿대'가 여름 비에 활짝 피어 반긴다.

[절굿대]
[절굿대]
[미국자리공]
[미국자리공]

추자등대까지 좁은 숲길이 이어진다.

추자등대는 제주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등대로 

제주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밤길을 안전하게 인도한다.

상추자도의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 추자군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추자등대에서 바라본 풍광(다도해 방향)]
[추자등대에서 바라본 풍광(다도해 방향)]
[추자등대에서 바라본 풍광(한라산 방향)]
[추자등대에서 바라본 풍광(한라산 방향)]

누군가의 표현처럼 

추자군도 섬들이 마치 바다 위에서 뛰노는 돌고래 모습처럼 

42개의 크고 작은 섬들의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추자등대 조형물]
[추자등대 조형물]
[익모초]
[익모초]
[추자교]
[추자교]

상추자와 하추자를 잇는 추자 교량(楸子橋粱)은 

섬과 섬을 잇는 교량으로 전국 최초 시설로 총길이 156m다.

하지만 골재를 실은 트럭이 통행으로 무너져 

1995년 4월 30일 총길이 212.35m, 폭 8.6m로 완공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상·하추자도를 하나로 묶어 주민생활과 산업 증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참굴비 조형물]
[참굴비 조형물]
[은달산 전망터]
[은달산 전망터]
[담수장]
[담수장]
[묵리 고갯길]
[묵리 고갯길]

묵리는 마을의 앞과 뒤가 산에 둘러싸여 있어 

다른 마을에 비해 느지막이 해가 떠오르는 듯한 섬마을의 고갯길을 품은 

신비로움을 머금은 고요한 마을이다.

 

묵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섬이 아니라 깊은 산 중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돈대산 경방초소]
[돈대산 경방초소]
[사스레피나무가 아름다운 숲길]
[사스레피나무가 아름다운 숲길]
[돈대정]
[돈대정]

돈대산 정상에는 아치교로 연결된 팔각정이 세워져 있고 

올레 중간 스탬프가 설치되어 있다.

돈대산 정상에서는 

사자섬~한라산~관탈섬~청도~소관탈~절명여~밖미역섬으로 이어지는 

섬에서 바라보는 섬들의 군무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날씨가 흐린 탓에 한라산의 모습이 선명하지 않아 아쉽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독특한 모습의 섬들,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돈대산 정상]
[돈대산 정상]

섬 내 최고봉인 돈대산(해발 164m) 

추자도의 숨은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전남 도서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하추자도 마을 전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해양 감시 업무를 수행했던 흔적과 봉화를 피웠던 자리, 우물 등이 남아 있다.

[추석산 소원길]
[추석산 소원길]

추석산(해발 155m)은 예초리와 신양리 경계지역으로 

옛날 마을 주민들이 추석날에 명절 음식을 싸들고 산에 올라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고 하여 '추석산'이라 불리고 있다.

추석산 능선을 따라 탐방로인 소원 길이 조성되어 있고 

정상에서는 추자도의 부속도서와 

전라남도의 보길도, 청산도 등 다도해의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추석산 일제 진지동굴]
[추석산 일제 진지동굴]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본토 사수를 위해 파놓은 'ㄷ'자형의 진지동굴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 굴을 '칠자 굴'이라고 부르고 있다.

동굴의 주인은 박쥐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라 자연스레 뒤 걸음질...

[학교가는 샛길]
[학교가는 샛길]

이름도 앙증맞은 추억이 담긴 학교 가는 샛길을 내려가면 

예초포구로 가는 긴 해안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길 옆 거대한 엄바위가 횡간도 방향의 북쪽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엄바위장승(억발장사)]
[엄바위장승(억발장사)]

옛사람들은 거대한 엄바위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엄바위 밑에는 억발장사하고 불리는 나무로 깎은 장승이 서 있다.

엄바위 밑에서 태어난 억발장사는 

엄바위 아래 바닷가에 '장사공돌'이라는 바윗돌로 공기놀이를 즐겼는데 

그러던 어느 날 횡간도로 건너뛰다가 미끄러져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때부터 예초리와 횡간도 사람이 결혼하면 청상과부가 된다고 해서 결혼하지 않는 풍습이 생겼다.

예초리에 해마다 걸궁을 할 때면 엄바위 앞에서 한마탕 놀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예초리 기정길]
[예초리 기정길]

풀도 예의를 갖추는 어촌마을 '예초리' 

추자도의 해안 절경을 두 눈에 가득 담고 걸을 수 있는 해안 절벽길 '예초리 기정길' 

예초리 기정길은 추자 바다를 옆으로 두고 

숲 속 탐험에 나선 듯한 느낌으로 산책할 수 있는 구간이다.

'기정' 은 해안절벽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예초리의 해안절벽 끝에서 펼쳐지는 비릿한 바다 내음 풍기는 해안가 풍경 

 추자의 비경을 담으며 걷는 길에는 바닷가 짠 내음을 맡으며 

기정길의 여름을 노래하는 염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한쪽으로 휘어져 살아가는 나무들]
[한쪽으로 휘어져 살아가는 나무들]

벼랑 끝에 서 있는 눈물의 십자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모습을 드러내는 황경한의 묘 

111번째 천주교 성지순례길이다.

[물생이 끝 바위 위에 눈물형상의 십자가와 두 살 아기 황경한]
[물생이 끝 바위 위에 눈물형상의 십자가와 두 살 아기 황경한]

1801년 신유박해 때 

황사영 백서 사건에 얽혀 순교한 황사영 알렉시오와 

제주 관노로 유배된 정난주 마리아 부부의 아들 황경한 

남편이 순교한 후 2살 아들 황경한과 함께 제주도로 유배 가던 정난주는 

배가 추자도를 지날 때 아들을 섬 동쪽 갯바위에 내려놓고 떠났다.

바다로 튀어나온 바위는 

두 살 아이가 버려져 울던 장소로 십자가가 보인다.

정난주 마리아와 아들 황경한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정이 서린 곳으로 

모자의 애절한 삶이 그대로 전해진다.

[신대작지]
[신대작지]

예초리와 신양리 사이 

천혜의 황금어장인 신대작지 푸른 바다에는 

물고기 떼가 뛰면서 놀고 있는 듯한 '신대어유'가 절경을 이룬다.

[황경한의 눈물]
[황경한의 눈물]

어미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애끓는 소망에 

하늘이 탄복하여 내리는 황경한의 눈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늘 흐른다.

하지만... 물이 말라버렸다.

[황경한의 묘]
[황경한의 묘]

황사영 알렉시오와 제주 관노로 유배된 정난주 마리아 부부의 

아들 황경한이 묻혀 있는 곳이다.

호송선이 잠시 예초리에 머물자 정난주는 아들을 저고리로 싼 후 

이름과 출생일을 적어 황새바위에 숨겼고, 경한은 어부 오씨에게 발견되어 자랐다.

황경한의 후손들은 지금도 하추자도에 살고 있으며, 

황 씨와 오 씨는 한 집안과 같다고 해서 결혼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

[사방오리나무]
[사방오리나무]
[모진이 삼거리]
[모진이 삼거리]
[큰금계국]
[큰금계국]

모진이 삼거리에는 큰금계국이 오랜 시간 걷느라 애썼다고 위로해준다.

[신양항의 거인]
[신양항의 거인]

조금은 힘들었던 상추자 올레 18-1 마침표를 찍다.

[추자 문화공연장의 참굴비 분수]
[추자 문화공연장의 참굴비 분수]

밤바다가 불러낸 추자도의 한여름밤 

밤안개에 휩싸인 화려한 불빛까지 추자가 더없이 아름답다.

불빛 속 항구를 기억하는 동안 추자의 밤도 깊어간다.

 

추자도 탐방의 백미 '나바론 하늘길'이 이어집니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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