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동안 제주시 소재 더원호텔에서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시민 원탁회의'가 열렸다. (사진=박소희 기자)
1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동안 제주시 소재 더원호텔에서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시민 원탁회의'가 열렸다. (사진=박소희 기자)

한국 교육자치 부활 31년이 지났지만 지방교육자치에서 지역주민, 학부모, 학생들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 이에 마을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자치를 꿈꾸는 제주도민들이 한 데 모여 머리를 맞댔다. 

1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동안 제주시 소재 더원호텔에서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시민 원탁회의'가 열렸다. 

민·관·학·정 협력체계를 구축해가는 시흥시, ‘교육재단’을 만들어 교육도시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오산시, ‘주민교육회의’를 만들어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순천시처럼 주민이 참여하는 제주형 교육자치 모델을 마을을 중심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다. 

고의숙 의원이 참여한 2분임 테이블. (사진=박소희 기자)
고의숙 의원이 참여한 2분임 테이블.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에는 지역의 교육계획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제주 교육거버넌스가 없다.

이날 열린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시민 원탁회의'는 마을에서 교육자치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를 비롯해 교육관계자, 교수, 일반 시민, 학부모 등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 있는 각계각층 시민들이 함께 했다. 

특히 후보 시절 '우리동네 교육 원탁회의'를 설치해 주민참여라는 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 고의숙 교육의원도 원탁회의에 참석해 시민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고의숙 의원은 공약을 통해 교육 분야에서 시민참여 기반을 확대하고 그에 따른 권한을 주민에게 환원하기 위해 지역구의 모든 행정동마다 관내 학교, 동사무소, 마을주민, 학생, 학부모 대표 등이 참여하는 민·관·학 거버넌스인 ‘우리동네 교육 원탁회의’를 설치하겠다고 한 바 있다.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시민 원탁회의'에 참여한 시민들은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교육공동체 100인 시민 원탁회의'에 참여한 시민들은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이들은 12개의 그룹으로 나눠져 먼저 '교육공동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눈 뒤 이를 키워드로 뽑아 공유했다. 

울타리, 나눔, 돌봄, 생태, 인권, 작은실천, 마을, 관심, 놀이, 친구, 체력, 사랑, 배려, 만남, 함께, 서로배움, 학교, 희망, 아이들, 협력, 시작, 어울림, 행복, 호기심, 관계형성, 연결, 사람, 협동, 가능성, 본보기, 소통 등등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마을교육공동체'는 사실 전통적인 교육방식이었다. 근대 이후 학교가 생겨나면서 교육의 책임이 학교로 옮겨가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이제는 학교와 마을이 분리됐지만, 근대 이전 교육과 돌봄은 지역의 책임이었다. 

삶과 분리된 학교 교육으로 발생하는 문제들과,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와 지역 연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생겨났다. 

'마을을 통한 교육'은 그 지역 사회의 인적·문화적·환경적·역사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뤄지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제주도는 2019년 '제주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조례에 따라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마을 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이뤄졌지만 이들 공동체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 사례들을 한 데 모으기 힘들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소멸의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학교와 마을, 지역교육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협력하는 주체를 '마을교육공동체'라고 했다. 

5분임 (사진=박소희 기자)
5분임 (사진=박소희 기자)

‘삶 중심 교육’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마을은 서로 관계 맺은 이들의 놀이터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문화를 형성하는 공동체로 기능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공간이었다. 

교육공동체로 '연대'한 100명의 시민들은 이날 마을교육을 진행하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서로 공유하면서 제주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교육청과 자치단체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학생 자치' 경험이 있는 1분임에서는 "사실상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지만, 학교에서는 학생이 주체적으로 배움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 "학생이 주도하는 배움 활동이 마을마다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대부분의 분과에서 소통, 연결, 어울림, 함께 등 공동체 의식의 고양을 마을교육의 좋았던 점으로 꼽았다. 

분임별로 나눈 이야기를 포스트잇에 적어 공유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분임별로 나눈 이야기를 포스트잇에 적어 공유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중학교 자녀를 뒀다고 소개한 한 학부모는 원탁회의에 현직 교사나 활동가 중심으로만 참여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학교 밖 교육을 활성화 한다는 데 학부모로써 아직 동의할 수 없다"면서 "본인과 같은 사람들의 생각들도 다양하게 반영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대다수 시민들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한 이런 자리가 일회성으로 끝나면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면서 "제주지역 마을공동체 현 주소를 함께 살피고,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플랫폼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김광수 교육감(사진=박소희 기자)
김광수 교육감(사진=박소희 기자)

잠시 행사에 다녀간 김광수 교육감은 "스마트한 시대, 이제 아는만큼 보인다"면서 "예산을 요청하면 교육청이 마련해 줄 테니 좋은 의견들을 많이 모아 제시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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