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사람이 동화되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섬, 추자도' 

추자도는 고려와 조선시대 돛단배를 타고 

제주를 오고 가던 배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섬으로 

돛단배가 순조로운 바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후풍도(候風島)'라고 불리기도 했다.

[신양항 여객선 대합실]
[신양항 여객선 대합실]

제주와는 또 다른 제주 

사람이 사는 4개의 섬과 38개의 무인도가 모여 있는 군도 

'섬 속의 섬 추자도' 

낚시꾼들의 성지이자 올레꾼들의 필수 코스이지만 

또 다른 매력의 추자도를 경험해본다.

끊어진 길을 잇고, 잊힌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낸 제주올레 437km(27코스) 

하추자 올레 18-2 코스는 총길이 10.2km, 3~4시간 소요된다.

하추자의 신양항을 시작으로 장작평사 몽돌해변~석두리 맑은바당~석두청산 정자~졸복산~

대왕산 황금길~묵리슈퍼~금파골~연리목~추자교~추자도어민 대일항쟁 기념비~

추자등대 주차장~추자면사무소에서 올레길은 끝난다.

[신양항의 거인]
[신양항의 거인]

번화한 상추자항과 달리 신양항 주변은 조용하다.

빛바랜 간판과 아담한 상점, 좁은 골목길, 추자초등학교 신양분교장, 

초승달 모양으로 굽이 들어온 장작지의 몽돌해안의 아름다움, 

신양리 마을길에는 큰 정자가 길을 걷는 동안 마음도 쉬어가게 한다.

[용둠벙 숲길 입구]
[용둠벙 숲길 입구]

전날 무리하게 걸었던 상추자 18-1코스의 부담감으로 

하추자 18-2코스는 역 올레로 완주보다는 

놀멍놀멍, 쉬멍,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걸어본다.

[올레 중간 스탬프]
[올레 중간 스탬프]
[용둠벙 전망대에서 바라 본 대왕산]
[용둠벙 전망대에서 바라 본 대왕산]
[용둠벙정]
[용둠벙정]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섬들의 군무, 

파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지는 멀고 먼바다...

아직은 훼손되지 않은 섬을 둘러싼 파란 바다가 위안이 된다.

[대왕산 황금길]
[대왕산 황금길]

2022년 추자도에 새롭게 열린 길 

대왕산 황금길은 추자면 신양2리의 도움으로 

18-2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함께 일구어 완성했다.

응회암류가 대부분인 추자도에서는 제주도에서 흔한 현무암이 보기 드문데 

이곳에는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과 색색의 꽃들이 한층 더 올레길을 정겹게 한다.

[전망대]
[전망대]

대왕산은 표고 125m로 하추자도 신양2리 석두리 바로 뒤쪽에 위치한다.

전망대에서는 하추자 인근 무인도와 묵리 고갯길, 

상추자 나바론 절벽의 옆모습까지 볼 수 있다.

대왕산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하추자 앞바다와 하늘은 서로 다른 파란 빛깔로 맞붙어 있다.

산봉우리를 넘나들며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길에는 

겹겹이 보이는 섬의 봉우리들, 산봉우리 아래는 끝없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한 발짝 걸을 때마다 감췄던 비경을 들춰내며 새로운 풍광을 쏟아낸다.

[수덕도]
[수덕도]

하추자 앞바다를 지키고 있는 무인도인 '수덕도' 

사자가 하추자도 쪽으로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모양을 닮아 

마을에서는 '사자섬'이라고도 부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수덕도 뒤로 50여 km 떨어진 제주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

숲 가장자리에는 봄의 흔적, 여름을 즐기는 들꽃들이 

땀으로 범벅이 된 더위에 지친 올레꾼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어준다.

길 위에는 장모 사랑 '사위질방'의 자태가 걸음을 멈추게 하고 

군락을 이룬 사방오리나무와 천선과나무, 인동덩굴의 은은한 향기, 

어린 시절 내 고향길을 그리워하게 한다.

[사위질빵]
[사위질빵]
[여우콩]
[여우콩]
[서양금혼초]
[서양금혼초]
[이질풀]
[이질풀]
[애기도라지]
[애기도라지]
[가시엉겅퀴]
[가시엉겅퀴]
[어저귀]
[어저귀]
[벌등골나물]
[벌등골나물]
[석두청산 쉼터]
[석두청산 쉼터]
[석두머리에서 바라 본 제4경 수덕낙안과 제5경 석두청산]
[석두머리에서 바라 본 제4경 수덕낙안과 제5경 석두청산]

상·하추자, 횡간도, 추포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 등 42개의 군도(群島)로 형성된 추자도는 

수려한 경관과 독특한 모습을 한 섬들이 많다.

추자 10경은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유명한 관광코스이다.

1. 우두일출(소머리모양의 섬 우두섬의 해돋이 광경)

2. 직구낙조(거북모양을 한 추자 서북방 직구도의 아름다운 저녁노을)

3. 신대어유(천혜의 황금어장 신대에서 물고기 떼가 노는 모습)

4. 수덕낙안(사자형상의 사자섬 절벽에서 기러기가 바닷속으로 내려 꽂히는 장면)

5. 석두청산(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는 석지머리에 푸른 나무숲이 우거진 모습)

6. 장작평사(신양포구 장작지의 몽돌해변의 아름다운 모습)

7. 추포어화(추포도 멸치잡이 배의 불빛)

8. 횡간추범(횡간도로 돌아오는 고깃배들의 풍경)

9. 곽개창파(관탈섬 곽개의 무심한 푸른 파도)

10.망도수향(보름섬에서 추자 본섬, 즉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신양 포구]
[신양 포구]
[신양2리 장작평사 '한옥마을']
[신양2리 장작평사 '한옥마을']

신양2리는 예로부터 장작지로 불렸는데 

마을 앞 해변에 길게 펼쳐진 몽돌 자갈 해안에서 유래하였다.

추자 10경 중 장작평사, 석두청산, 수덕낙안 등 3경을 보유하고 있고 

마을 일대를 한옥마을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을이 내려앉은 마을 안길]
[가을이 내려앉은 마을 안길]
[섬생이]
[섬생이]

추자도 해안길은 전라도에서 제주도로 

행정주소가 바뀌는 역사 속에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는 바다가 삶의 터전이다.

하추자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묵리 슈퍼가 있어 컵라면, 아이스크림, 커피 등으로 시장기를 달랠 수 있지만 

매일 문을 열지 않아 간식거리는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오늘 역시 이모님은 가게문을 걸어 잠그고 출타 중이다.

박우주 작가의 '추자 12가지 이야기'

묵리 마을 골목길 벽면에는 

추자 10경과 묵리의 풍경들을 배경으로 한 열두 개의 그림이 걸려 있다.

[수덕도와 사람]
[수덕도와 사람]
[묵리 고갯길과 해녀]
[묵리 고갯길과 해녀]
[묵리 낱말고개]
[묵리 낱말고개]
폐가에 우뚝 솟은 숟가락 나무(마을 수호목) 
폐가에 우뚝 솟은 숟가락 나무(마을 수호목) 

7미터 높이의 고목(스테인리스로 제작)을 세우고 주민들이 쓰던 숟가락으로 

나뭇잎을 제작한 '추자 숟가락 나무'에는 

마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추자 숟가락 나무]
[추자 숟가락 나무]

묵리는 마을의 앞과 뒤가 산에 둘러싸여 있어 다른 마을에 비해 

해가 늦게 뜨는 고요한 마을이다.

묵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섬이 아니라 깊은 산 중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숲길이다.

[묵리 고갯길]
[묵리 고갯길]

묵리 슈퍼를 지나 무성하게 자란 숲 사이로 

고요한 생명력을 느끼는 금파골로 들어서야 되지만 

볼거리가 충만한 묵리 마을에서 하추자 올레 18-2코스 마침표를 찍는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도 아름답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도 아름답다]
[영흥리에서 바라 본 등대공원]
[영흥리에서 바라 본 등대공원]

영흥리를 지나 찬찬히 걷다보니 18-2코스의 종점인 상추자항에 도착했다.

차 한잔의 여유,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만보'가 가진 두 가지의 뜻 

'가지가지 보물'의 뜻인 만보와 '한가롭게 슬슬 걷는 걸음'의 만보 

더 있다.

아무리 게으른 여행자라도 추자도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선 홀린 듯 

1만 보 이상을 걷게 될 것이다.

[상추자항]
[상추자항]

추자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 최영 장군 

바다 위에 떠 있는 만리장성을 보는 듯한 나바론 절벽의 하늘길 

겹겹이 보이는 섬의 봉우리들은 깊은 산 중에 들어와 있는 듯 새로운 풍광을 쏟아내고 

산봉우리 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짙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서 있기만 해도 영화가 되어주는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상추자항을 떠나는 배...

바다로 튀어나온 바위(물생이 끝) 위에 

두 살 아이가 버려져 울던 장소로 눈물 형상의 십자가가 선명하게 보인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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