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철 제주경찰청 여성보호계장이 13일 제주경찰청 기자실에서 도내 스토킹범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문기철 제주경찰청 여성보호계장이 13일 제주경찰청 기자실에서 도내 스토킹범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제주에서는 다양한 유형으로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 발생률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건 초기에 범죄자를 교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제주경찰청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도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위반 관련 신고 건수는 363건이다.

이는 인구 10만명 당 54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검거 건수는 212건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긴급응급조치 72건(신고 대비 19.8%) ▲잠정조치 164건(검거 대비 77.4%) ▲유치장 유치 35건(16.5%) 등이다.

법이 처음으로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현재까지는 모두 49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224명이 형사입건(구속 8명, 불구속 141명) 됐다. 반의사불벌죄에 따라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피의자는 75명으로 조사됐다.

스토킹범죄는 연인관계서만? ... "유형 다양해"

스토킹 범죄는 연인 사이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동료나 이웃주민, 채권채무 관계 등 다양한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전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이같은 피해가 지속 반복된다면 스토킹 '범죄'로 규정된다. 

하지만 피해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스토킹 '행위'로 규정돼 긴급응급조치(피해자나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만 이뤄진다. 조치를 위반해도 과태료 1000만원 이하에 그친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법원 신청을 통해 잠정조치가 결정된다. 이 경우 긴급응급조치에 더해 ▲스토킹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 ▲경찰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의 조치가 가능해진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지난달 3일 40대 남성 A씨는 헤어진 연인인 피해자 40대 여성에게 지속적인 전화통화와 문자를 보내고, 피해여성의 직장에 찾아가 시비를 걸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잠정조치 2.3호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달 22일 피해자 휴대전화로 메신저를 보내는 등 조치를 위반, 잠정조치 4호로 유치장에 유치됐다.

남매 간 재산 상속 문제로 범죄가 일어난 경우도 있다. 누나인 50대 여성 B씨는 피해자인 동생 40대 남성의 집에 허락없이 들어가거나, 차량으로 집 앞 출입구를 막는 등 스토킹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 B씨를 입건하는 한편, 긴급응급초지 결정을 내렸다.

층간소음이나 유치권 문제로도 스토킹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에 층간소음 관련 사건이 접수된 것에 화가 난 50대 남성 C씨는 피해자인 이웃여성에게 문자메시지로 욕설을 보내거나,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다. 경찰은 C씨에 대해 지난 2월 11일 긴급응급조치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40대 여성 D씨는 피해자 50대 남성의 집과 과수원에 정당하지 않은 유치권 행사를 위해 과수원 앞에 건설공사용 장비를 가져다 놓거나 피해자 집 앞에 노상방뇨를 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결국 지난해 12월 19일 잠정조치를 받았다.

문기철 제주경찰청 여성보호계장은 "스토킹범죄 하면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연인 사이에서만 일어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범죄의 범주가 넓다. 법에서도 목적이나 행위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서 "또 스토킹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폭행 등 다른 범죄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해자 교화'로 재범 막는 시스템 필요

사건 초기부터 가해자에 대한 상담치료를 하는 등 교화에 초점을 맞춘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토킹범죄는 '폭력의 예비 범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재범 가능성이 높아서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살해 범행을 저지른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범죄 발생 후 통상 수개월이 지나서야 보호처분이나, 수강명령에 의해 상담위탁이 결정되는 실정이다. 

제주경찰청은 이와 관련, 지난 11일부터 ‘찾아가는 가해자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긴급조치 4호 처분을 받은 고위험 가해자를 대상으로 전문상담사가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담시 가해자의 동의가 필요해 제약이 있다.

비슷한 관계성 범죄인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이미 가해자 성행개선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진 상태다. 경찰은 아동학대 처벌법 제19조 상 임시조치 5호(상담교육 위탁)에 따라 재범 우려가 높은 가해자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상담 위탁을 자체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문 계장은 "잠정조치 4호 조치를 통해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조치 없이 30일 이내에 풀려난다. 오히려 보복심리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이라면서 "이와 관련, 최근 본청에 '가해자 상담위탁'을 추가해달라고 건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화 프로그램도 임시방편에 그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경찰 단계에서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가해자 교정에 개입한다면, 보복 및 재범 방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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