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그리고 바람’ 전시회 전경. (사진=김영화 제공)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그리고 바람’ 전시회 전경. (사진=김영화 제공)

70여 년 전 이승만 정부의 지시에 따라 주민들이 학살 당하고 불타버린 마을 무등이왓. ‘잃어버린 마을’에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영화 작가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전시한다.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와 성공회대 민주자료관은 27일부터 12월27일까지 스페이스99(서울시 구로구 부일로9길 135, 평화박물관 2층)에서 김영화 개인전을 연다고 밝혔다. 

잃어버린 마을은 제주4·3 광풍이 불었던 1948년 11월 이승만 정부의 ‘중산간 지역 소개령’에 따라 불태워지고 주민들이 목숨을 잃으며 버려진 마을을 뜻한다. 그렇게 사라진 마을이 적게는 84곳에서 많게는 104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 있는 무등이왓을 담고 있다. 4·3 당시 어른과 아이 156명이 학살을 당하고 초가집 130여 채가 불탔다. 지금은 밭담으로 쓰이는 돌담만 남아 마을의 흔적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그리고 바람’ 전시회 전경. (사진=김영화 제공)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그리고 바람’ 전시회 전경. (사진=김영화 제공)

지난해 6월부터 제주지역 예술가들은 무등이왓에 조 농사를 짓고 있다. 잃어버린 마을에 보내는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수확한 조로 술을 빚어 지난 4월3일 제주 섬에서 스러져간 영령을 위한 위령제에 올렸다. 

조농사와 술 빚기에 함께한 김영화 작가는 이 과정을 기록해 작품집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2022, 이야기꽃출판사)을 냈다. 이번 전시에선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1월5일 오후 2시엔 김영화 작가와의 북토크와 동요듀오 솔솔이 그림책 내용으로 만든 노래 공연이 진행된다.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그리고 바람’ 전시회 전경. (사진=김영화 제공)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그리고 바람’ 전시회 전경. (사진=김영화 제공)

한편 김영화 작가는 한라산이 내어주는 것들과 마주하며 그림을 그린다. 《큰할망이 있었어》, 《노랑의 이름》을 쓰고 그렸다. 주요 전시는 <사이의 시간-지옥의 강을 넘다>(개인전, 포지션 민 제주, 2020), <노랑의 이름 출간 기념 원화 전>(북타임, 2020), <잿빛 바람의 시간>(개인전, 노리 갤러리, 2017), <큰할망이 있었어>(출판 기념 원화전-그림책 갤러리 제라진, 2016), 4・3미술제(2012~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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