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로 없는 맹지 소유자에게 공유지를 쪼개 판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공유지 매각과 관련한 전수조사와 감사 청구 요구가 제기됐다. 

문제의 발단은 2014년 12월 16일로 거슬러 오른다. 원희룡 도정 당시 고위직 공무원을 지낸 정 모씨는 제주도가 소유한 공유지 4필지에 대한 분할 요청을 양 행정시에 요구한다. 

정 모씨는 당시 도 세정담당관이었고, 그가 요청한 필지에는 최근 제주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조천읍 함덕리' 소재 공유지뿐 아니라 '애월읍 유수암리' 소재 공유지도 포함된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 

또한 민선6기 원도정 시절 비오토피아측에 매각하며 논란이 됐던 '안덕면 상천리 43-1번지' 도유지 분할 요청도 이때 정 모씨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제주도는 43-1번지 일부를 산43-5, 산43-6, 산43-7로 분할해 비오토피아측에 팔았다. 

2016년 비오토피아 개발사업 승인(변경) 고시에 담긴 개발행위 허가 내용 (2차 변경)
2016년 비오토피아 개발사업 승인(변경) 고시에 담긴 개발행위 허가 내용 (2차 변경)

# 특정인 인접토지 경계와 딱 맞춰 

앞서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1동 을)은 지난달 27일 제주시를 대상으로 한 사무감사에서 "제주시가 지난해 '매각할 수 없는' 공유지를 특정인에게 불법으로 쪼개기 매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이 지목한 토지는 제주시가 2021년 8월9일 수의계약으로 A씨에게 매각한 제주시 읍면지역의 면적 136㎡ 작은 토지. 

등기부상에는 2021년 8월 9일 매각이 이뤄지고 열흘 뒤인 19일 토지 분할이 이뤄진 것으로 명시돼 있었지만, 해당 공유지는 2014년 제주도 요청으로 이미 분할이 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분할된 땅을 제주시가 2021년 팔았기 때문에 한동수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공유재산을 제주시가 불법으로 쪼개서 특정인에게 매각한 것"은 아니지만 등기 누락에 관해서는 제주도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분할 요청한 정 모씨가 현재 퇴직한 상태라 확인이 어렵다는 것. 그는 원 도정 당시 특별제도추진단장을 맡기도 한 인물이다.

지적도 
조천읍 도유지(임야)와 인접토지 지적도 

공교롭게도 정 모씨가 분할 요청한 함덕리 도유지는 A씨가 이미 가지고 있던 인접 토지 경계와 딱 맞춰 분할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A씨가 기존 소유하고 있던 땅은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농지(맹지)였지만, 도로에 인접한 공유지를 제주시로부터 추가로 매입하면서 기존 소유 토지의 가치가 급등하게 된다. 

# 분할 요청 4개월 전 인접 맹지 사들인 G업체

그뿐 아니라 정 모씨가 요청한 제주시 애월읍 소재 공유지도 도로와 연결돼 있어 인접 토지의 '맹지 탈출용'이 됐다. 

2014년 12월 16일 정 모씨가 제주시로 분할 요청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소재 도유지(녹색).당시 2개 필지로 쪼개졌다. 
2014년 12월 16일 정 모씨가 제주시로 분할 요청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소재 도유지(녹색).당시 2개 필지로 쪼개졌다. 

애월읍 공유지는 2014년 2개 필지로 쪼갠다. 분할이 되자마자 두 필지 모두 2015년 7월 28일 '진정명의회복'을 통해 유수암리 새마을회 소유로 이전되는데,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먼저 새마을회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기 나흘 전(2015년 7월 24일) 새마을회는 쪼개진 두 필지 가운데 작은 필지를 G업체에 팔았다. 이로 인해 G업체가 소유한 맹지가 도로와 연결된다. 

G업체가 잡종지(맹지)를 사들인 시점도 눈에 띈다. 

이들 업체가 맹지를 산 시점은 2014년 8월 28일로, 그로부터 4개월 뒤인 2014년 12월 16일 제주도는 문제의 공유지를 제주시에 분할해 줄 것을 요청한다. 

G업체는 도로 연결로 맹지를 탈피한 잡종지를 매입 후 일년도 채 되지 않은 2015년 8월 3일, D업체에 매각한다.  

2014년 12월 16일 정 모씨가 제주시로 분할 요청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소재 도유지(녹색).당시 2개 필지로 쪼개졌다. (카카오맵)
2014년 12월 16일 정 모씨가 제주시로 분할 요청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소재 도유지(녹색).당시 2개 필지로 쪼개졌다. (카카오맵)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유지 분할 매각 정보 없이 G업체가 맹지를 사들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분할 사실을 알고 있는 공무원과 해당 토지주의 사전 공모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사회 측에서는 "공유지 쪼개기 매각 특혜 논란은 2016년에도 도 감사위로부터 무더기 지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실상 도민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인 만큼 비오토피아, 유수암 등 문제 제기가 된 곳의 전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한편 한동수 의원은 해당 문제를 제주도가 직접 도 감사위원회에 감사 신청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며, 제주도는 이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