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제5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0월 1일부터 9일까지 50편의 장·단편 독립영화를 감상한 관객은 700여명에 이른다.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의 관객수를 회복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도민들이 직접 시상에 참여하는 관객심사단(혼듸피플) 제도도 부활한 해였다. 영화제는 끝났지만 더 많은 제주도민이 독립영화의 매력을 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객심사단과 집행위원들의 글을 4차례 나눠 보낸다. <제주혼듸독립영화제 집행위>

가족의 정의를 찾아보니 주로 부부로 시작돼 혈연으로 묶인 관계를 말한단다. 이에 따라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족의 모양은 부부와 그들의 자녀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가족들은 도전이라도 하듯 ‘정상가족’의 범주를 벗어나 가지각색의 모양을 띄고, 이는 재구성 후에도 마찬가지다.

김현주 감독의 ‘마이 차일드’

먼저 김현주 감독의 ‘마이 차일드’에는 엄마와 아이로 이루어진 한 토끼 가족이 나온다. 엄마는 언젠가 닥칠 아이와의 이별을 예감하고 틈날 때마다 아이에게 혼자 살아갈 방법을 가르치지만 아이는 생존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결국 미숙한 채로 혼자가 된다.

유세희 감독의 ‘풍선끈’

다음, 유세희 감독의 ‘풍선끈’은 아빠가 어느 날부터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그렸다. 가족들은 그가 날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아빠는 점점 더 커질 뿐이다.

박준형 감독의 ‘도그멘터리’

박준형 감독의 ‘도그멘터리’에는 역시 부부와 아이로 이루어진 3인 가족이 등장한다. 고된 직장 생활을 마치고 귀가한 아빠는 일터와 집,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개에 비유된다. 이 영화는 <가족의 재구성>에서 다루는 영화들 중 유일하게 가족의 물리적 상실이 아닌 심리적 상실을 다뤘다.

이윤지 감독의 ‘별을 담은 소년’

마지막으로, 이윤지 감독의 ‘별을 담은 소년’은 할아버지 그리고 늙은 개와 함께 살던 물지게꾼 소년이 자신보다 어린 소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할아버지는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이후 소년과 소녀가 세상에 혼자 남는 것을 막는다.

위 4편의 영화는 모두 가족의 자연적 상실과 그로 인한 재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이 차일드’의 토끼 가족은 엄마와 아이에서 아이로, ‘풍선끈’은 엄마, 아빠, 아이로 이뤄진 가족에서 아빠가 빠지고, ‘별을 담은 소년’은 할아버지, 소년, 늙은 개에 소녀가 더해진다.

눈여겨볼 것은 세 영화 속 가족들이 모두 다른 모양이었고, 재구성 후 모양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별을 담은 소년’의 경우 상실을 대비해 가족 구성원이 오히려 늘어나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유사가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유사가족’은 혈연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든 가족형태를 말한다).

심지어 소년은 자신보다 어린 소녀를 지키게 됐다. 하지만 모든 존재는 지켜야 할 것이 있을 때 비로소 강해지니 할아버지는 자신이 떠나고 남겨질 소년소녀가 서로 협력하며 강인하게 살아내길 바랐음을 알 수 있다.

덧붙여 ‘도그멘터리’는 가족의 물리적 상실이 아니라 심리적 상실을 그렸기 때문에 여기에 다룬다.

‘도그멘터리’의 아빠는 고된 직장생활을 해내고 집으로 돌아와 개가 그려진 가면을 벗는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진짜 얼굴에 관심이 없고, 아빠는 환멸을 느껴 이상행동을 저지른다. 그 결과 회의감만 들뿐이다.

차라리 이 집 개였다면 어땠을까, 꼬리를 흔들며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가족이란 건 도대체 뭘까. ‘도그멘터리’의 가족은 부부와 아이 하나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의 구성이지만 기이하게 느껴진다.

가족 간의 오고 가는 정서적 지지가 빠져있어서이다. ‘도그멘터리’는 가족이란 혈연이 그저 모여있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모르긴 모르지만 일단 TV부터 끄자.

 

최지연. 제주혼듸독립영화제 관객심사단(2022 혼듸피플)에 참여한 그는 제주 사는 라디오 작가. 
최지연. 제주혼듸독립영화제 관객심사단(2022 혼듸피플)에 참여한 그는 제주 사는 라디오 작가. 

제주로 이주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축제를 건너뛰다 어느 순간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자각했다. 그제야 제주에도 영화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때마침 제주혼듸독립영화제가 관객심사단을 모집하고 있었다.  제주투데이에 보낸 리뷰는 관객심사단(혼듸피플)으로서 감상한 제주혼듸독립영화제 혼듸경쟁 부문, 그중에서도 특별히 애니메이션에 대한 글이다. 

확언할 수 없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은 아마도 실사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충족되는 환상 때문인 듯하다. 자유롭게 시간을 넘나드는 전개, 꿈처럼 예상할 수 없는 장면들의 연결, 음악과의 조화 덕분에 자극되는 동심까지. 애니메이션은 잠시라도 중력을 잊게 한다. 이 글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애에 의해 적힌다.

제주혼듸독립영화제의 경쟁작이 관객을 만나는 5일 동안 모두 7편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상영 순으로 나열하면 도그멘터리(박준형 감독), 풍선끈(유세희 감독), 불청객(조현지 감독), 마이 차일드(김현주 감독), 도로 위 집(공혜림, 김다미 공동감독), 별을 담은 소년(이윤지 감독), 상실의 집(전진규 감독)이다. 이들을 제 나름으로 <가족의 재구성>, <집의 정의>라고 나누고, 2회에 걸쳐 제주투데이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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