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안)(사진=김재훈 기자)
2040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안)(사진=김재훈 기자)

제주 전역을 15분 안에 필수 생활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놓은 오영훈 지사의 공약이 결국 ‘15분도시’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면서 ‘제주형 n분도시’으로 추진될 모양새다. 대도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n분도시 개념을 무리하게 이식한 결과다.

2040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안) 용역진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스마트 그린 제주형 n분도시’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국내외 대도시에서 시행하는 n분도시들에 비하면 스마트하지도, ‘그린’하지도 않다. 오히려 농촌 지역을 개발해 도시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n분도시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40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안) 용역진도 같은 지점을 인식하고는 있었다. 용역진은 “15분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정 인구밀도, 근접성, 다양성, 디지털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제시한 ‘15분도시’ 개념은 기존의 대도시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전략이다. 즉, 농촌이 아니라 적정 인구밀도가 확보된 도시에 적용할 수 있다.

2040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안) 일부(사진=김재훈 기자)
2040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안) 일부(사진=김재훈 기자)
2040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안) 일부(사진=김재훈 기자)
2040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안) 일부(사진=김재훈 기자)

용역진도 n분도시가 대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용역진은 “도시지역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서울특별시 및 부산광역시에서 10분~21분의 일상생활권 중심의 n분 도시 정책을 제시”하고 “해외도시에서 추진하는 n분 도시는 지속가능한 보행자 친화적인 일상생활권(10~20분 내)”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일상 생활권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용역진은 오영훈 제주지사의 공약에 따른 n분도시를 도시계획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제주형 n분도시’, ‘스마트 그린 n분 생활권’이라는 기괴한 개념들이 만들어졌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도시계획 연구 용역은 2020년에 추진됐다. 2022년 7월 오 지사 취임 후 n분도시 개념이 이식된 것. 취임한 지 5개월여만에 발표한 용역 최종보고자료에 오 지사의 대표 공약을 구색맞추기 식으로 끼워 넣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n분도시 개념을 농지가 많은 제주지역에 무리하게 적용해 오 지사의 공약에 맞춰 5개월 만에 향후 20년을 내다보는 도시계획에 욱여넣었다. 결국 원희룡 도정의 성산읍 제2공항 배후도시 전략을 ‘15분도시’ 개념으로 뒷받쳐 주는 꼴이 됐다.

실제로 보고서의 부문별 계획을 보면 n분도시와 연계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마저도 고밀복합 등 토지를 압축적으로 이용하고, 용적률을 완화하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쯤 되면 ‘스마트 그린 제주형 n분’도시는 탄소 발생량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관리 방안으로 제시된 15분도시의 본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 볼 수 있다.

이외에는 “15분 접근을 위한 보행·자전거,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보행자도로, 가로수, 녹지 정비 등 도보·자전거·대중교통 여건 개선”, “공원서비스 수혜지역(공원 유치권) 설정 근린공원/주제공원: 공원서비스 지역 기준 : 도보 15분(공원 경계로부터 1,000m이내 거리)”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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