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재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일자리'. 날로 심화하는 청년실업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요한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청년 일자리 정책은 선거 기간 단골로 나오는 공약이다. 하지만 정책 간 연계성이 떨어지는 지원이 대부분이다. 더큰내일센터는 2019년부터 제주지역 청년 스스로가 취·창업의 주체가 돼 '선순환 생태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더큰내일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취.창업 청년들이 '내일'을 설계하는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 제주지역 청년 일자리의 '내일'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더큰내일센터 3기 김진경 위위 대표가 지난 9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벤처마루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아름다운 달리기를 위해 : 김진경 위위 대표

"나만의 사업을 한다는 것은 회사에서처럼 주어진 일을 하는게 아닌, 한 치 앞도 모르는 스스로의 앞날을 개척해나가는 일이에요. 예상치 못한 변수, 문제 해결 과정의 반복이죠. 하지만 그만큼 가슴뛰는 일이기도 해요."

'러너'라면 알 것이다. 달릴 때 휴대전화나 차량 키를 들고 뛰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암밴드는 팔을 저을 때마다 내려가기 일쑤다. 허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힙색은 '자기PR시대'에서 필수인 SNS 인증샷 중 심미적으로 거슬리는 요소다. 특히 레깅스를 입고 뛰는 여성러너들은 노출되는 와이존을 가리기 위해 지나치게 큰 상의를 선택하곤 한다.

이같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러닝복을 만든 이가 있다. 지난 9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벤처마루에서 만난 제주더큰내일센터 3기 김진경 위위(WEWE) 대표. 

그가 제작한 힙색 바람막이는 뒷주머니에 달린 주머니에 소지품을 넣고, 옷 안에 있는 벨트를 잠구면 아무리 격하게 뛰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운동신경과 디자인을 고려해 연구한 입체패턴이 적용됐다. 몸선을 살리는 디자인은 덤이다.

많은 러너들의 호응 덕에 와디즈 펀딩에서 목표치보다 225%가 넘는 금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액티비티한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요. 회사에 다닐 때도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갈 정도로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실내운동을 못하게 돼 러닝을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성취감이 엄청나더라고요. 생각도 비워지고, 꾸준히 하면 체력도 늘고요. 자연스레 운동복도 점점 늘었죠. 하지만 제가 겪는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옷은 없었어요. 다른 여성러너들에게도 비슷한 고충이 있었고요. 결국 제가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죠."

위위의 힙색 바람막이. (사진=김진경)
위위의 힙색 바람막이. (사진=김진경)

어린시절, 할머니가 모아둔 헌 옷으로 인형을 만들곤 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미대에 진학해 의상 디자이너라는 꿈을 키워나갔다. 졸업 후 안정적인 관련 회사에서도 근무했다. 그런데 어딘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현실에만 안주하는 기분이었다. 창업을 통해 나만의 브랜드를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은 마음 한 켠에 늘 존재했다.

2020년, 제주에 여행을 왔을 때다. 올레길을 걷던 중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 급히 들어간 작은 소품샵은 비가 그쳤어도 쉽사리 문 밖을 나서지 못하게 했다. 가게 주인이 직접 설계한 패턴의 옷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내 꿈을 현실로 옮긴 샵 주인처럼 제주에서 살아가면 행복할 것 같았다. 입도를 고민하던 중 센터에서 3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좋은 기회였다. 

입소 초기 3개월 동안은 살아온 환경, 경험, 나이가 다른 이들과 팀을 꾸려 9개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때 생기는 브레인스토밍의 과정과 충돌한 의견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지나와서 돌이켜보니 큰 도움이 됐다고.  

아울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온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마을 혹은 제주도에 제안하기도 했고, 실제 창업으로도 이어졌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러닝복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단초이기도 했다.

특히 센터 내 인적 네트워크와 매달 지급되는 인건비 지원사업은 제주 출신이 아닌 김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제주공항에서 이호테우까지 8.7km를 함께 뜁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의미를 가진 자체 여성러너 커뮤니티를 통해 러너들의 성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더 나아가 그 공간이 관광코스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고민할 시간에 자신을 믿고 빨리 시작세요. 그리고 부딪히세요. 시작했다면 버텨내길 바라요."

제주더큰내일센터 3기 김진경 위위 대표가 지난 9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벤처마루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힙색바람막이와 타이백 소재 주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더큰내일센터 3기 김진경 위위 대표가 지난 9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벤처마루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힙색바람막이와 타이백 소재 주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무엉프렌즈'를 만든 이하경 엘디자인 대표. (사진=이하경)
'무엉프렌즈'를 만든 이하경 엘디자인 대표. (사진=이하경)

'함께'의 가치를 알리는 캐릭터 : 이하경 엘디자인 대표

"창업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하고, 자기객관화가 필요해요. 하지만 머리 속에만 있던 그림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스튜디오 '엘디자인' 이하경 대표는 캐릭터 상품, 디자인 등 일러스트 '무엉프렌즈'를 활용해 다양한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창업성장디딤돌에 선발돼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그 역시 더큰네일센터 2기 출신이다. 

제주관광협회에서 주관한 '2022년 제주여행 포스팅 공모전 <인스타그램 일러스트>’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콘텐츠코리아랩 등 다양한 지원사업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진정한 어른이 돼 멋진 깃털을 얻는 것이 꿈인 '무엉이', 맑은 날씨를 꿈꾸는 요정 '하요',  등에 돋아난 가시들이 친구들을 아프게 해서 속상했지만 하요가 선물해준 구름 덕에 자신감을 되찾은 고슴도치 '휘핑이'까지. 무엉프렌즈는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탄생한 캐릭터들이다. 이 대표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닌 함께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사람들이 캐릭터에서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귀여운 외형만이 아닌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무엉이가 가진 이야기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일러스트, 컷툰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통해 무엉이가 정말 살아숨쉬고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하경 작가가 더큰내일센터를 통해 제작한 일러스트 '무엉프렌즈'. (사진=이하경)
이하경 작가가 더큰내일센터를 통해 제작한 일러스트 '무엉프렌즈'. (사진=이하경)

하지만 이 대표는 여러 팀을 꾸려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일반적인 창업팀과 달랐다. 혼자 모든 과정을 이끌어가야 했다. 다행히 센터에서는 캐릭터 브랜드를 만들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함께 멘토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얻은 조언과 정보는 자신감도 더해줬다.

분명 내가 좋아해서 만든 캐릭터다. 그러나 소비자들도 내가 탄생시킨 캐릭터를 좋아할지는 알 수 없었다. 불안함과 의문의 연속이었다. 이 대표는 여기서 여러 일러스트페어를 참여하며 직접 소비자를 만나고, 반응을 직접 보고 들으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나갔다. 

이 작가는 현재 삼성 갤럭시 테마 작가로 승인된 상태다. 일러스트를 활용한 배경화면과 아이콘 등 무엉프렌즈를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서핑을 즐겼어요. 이를 떠올리며 무엉이가 서핑을 하는 그림을 작업하니 너무 즐겁더라고요. 계절이 바뀌고 이제는 동백이 예쁘게 피기 시작하고 있는 지금, 무엉이가 제주를 여행하는 모습을 담고 싶어요."

김혜정 빅블루필름 대표가 현장에서 영화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는 김 대표. (사진=김혜정)
김혜정 빅블루필름 대표가 현장에서 영화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는 김 대표. (사진=김혜정)

휴식과 성장이 있는 영화: 김혜정 빅블루필름 대표

"영화로 사회에 주제를 던지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싶어요. 제주에서 느낀 것들을 가감없이, 방해없이 표한하고 싶습니다. "

영화감독 김혜정 대표는 더큰내일센터 3기 수료를 거쳐 독립영화제작사 빅블루필름을 설립했다. 스웨덴 워킹홀리데이 생활 도중 제주로 돌아와 자가격리를 하는 주인공의 생활을 그린 영화 <섬>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영화는 2022 대한민국예술축전' 제주도영화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10월 열린 제주혼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김 대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갖게된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풀어나갈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고 나서는 실제로 교내에서 여러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자유로웠다. 그러나 졸업 후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홀로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는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 작품활동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번졌다. 

창업은 그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다. 예술이 아닌 사업으로서 영화를 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업가적 시각이 부족했기에 주요고객, 정체성, 마케팅, 운영 등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누구를 위해,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김혜정 빅블루필름 대표가 더큰내일센터를 통해 제작한 영화 . (사진=김혜정)
김혜정 빅블루필름 대표가 더큰내일센터를 통해 제작한 영화 . (사진=김혜정)

하지만 영화를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제주에 입도하면서 센터에도 입소했다.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실제로 센터에서의 교육이 혼자서 창작을 하는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한, 업으로서의 창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자칫 작가주의로 빠질 수 있었던 예술에 대한 시야는 넓어졌고, 대중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김 대표는 창업한 제작사를 통해 현재 영화 <해안> 촬영에 한창이다. 가정폭력이 일상이 된 남편과 철없는 두 아들과 함께하는 삶에 지친 여성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장편화시켜 데뷔작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는 다음해에는 분야를 넓혀서 도내에서 편집과 홍보영상제작 업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제주를 배경으로 작은 휴식과 성장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 온전한 나일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 사업에 녹인다면 충분히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

김혜정 빅블루필름 대표는 현재 작품  촬영에 한창이다. 사진은  스틸컷. (사진=김혜정)
김혜정 빅블루필름 대표는 현재 작품 촬영에 한창이다. 사진은 스틸컷. (사진=김혜정)

한편, 더큰내일센터는 청년 혁신인재 양성 및 취창업 통합 지원플랫폼이다. 2019년 10월 1기 교육을 시작으로 현재 7기 교육까지 운영 중이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창업팀은 49개사, 초기사업비 및 투자유치 약 19억원,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외부기관 공모사업 선정은 90건이다. 수료생 중 취.창업률과 도외 청년 정착률은 각각 약 75%에 달한다.

창업을 위해 센터에 입소한 청년은 6개월간의 기본공통교육 후 3개월 동안 추가창업교육 및 전문가멘토링 등을 거치게 된다. 

※이 기사는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의 협찬을 받아 제작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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