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가 들어서며 폭파되기 전의 구럼비.(사진=조성봉,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제공)
해군기지가 들어서며 폭파되기 전의 구럼비.(사진=조성봉,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제공)

최근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제주도를 전략기지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일이 알려지며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제주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려는 국민의힘은 제주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된 보고회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며 평화적 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반헌법적 내용”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 10월 한기호 의원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기동전단과 잠수함사령부를 제주해군기지에 배치하고 모슬포에 해병대사단을, 미사일사령부와 스텔스비행단은 제2공항에 배치하자는 내용의 발제가 있었다”며 “제주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 것이라느 ㄴ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해군기지는 유사 시 선제타격의 대상 처지가 되고 전략무기가 배치되는 기지가 되는 순간 기지 밖으로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겠다는 제주도와 해군 간 MOU는 손쉽게 폐기될 것”이라며 “강정마을은 완전히 지도에서 지워질 수 있다. 무엇이 상생이고 화합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강경일변도로 전쟁을 불사하는 길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안보인가”라며 “국민의힘은 평화의 섬인 제주를 전쟁기지로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도 멈추고 제주도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제주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려는 국민의 힘은 전쟁불사의 입장을 포기하고 제주도민에게 사과하라!

지난 12월 26일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위가 발표한 ‘특위최종보고 및 건의사항’의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북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미국 대 북한, 중국과의 4자회담 노력과 남한과 북한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전쟁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있지만,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자체적인 핵무기를 가져야 된다는 방향성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율배반적이며 평화적 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반헌법적 내용이 담겨있다.

우선적으로 미국의 전략자산인 SSBN(탄두미사일 잠수함)을 동해에 배치하여 저위력 핵무기(W76-2)부터 공유하다가 점진적으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주도 제2공항은 전략폭격기 운용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핵무기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그리고 상황이 악화될 시 제주도를 전략도서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한다.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내용은 이 최종보고서에 담겨 있지 않지만, 지난 10월 31일 국민의 힘 북핵위기대응특위가 개최한 세미나 발제문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제2기동전단, 제2잠수함사령부를 창설하여 제주해군기지에 배치하고 모슬포에는 제3해병대사단을, 제2미사일사령부와 스텔스공중타격비행단은 제2공항 명칭으로 건설될 공군기지에 배치하겠다는 것이 이 발제문에 나온 제주도 전략도서화 밑그림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는 제주해군기지가 제주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건설에 반대하여 왔다. 그리고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모슬포에서 성산에 이르는 제주도 남쪽은 완전히 군사적 요새로 탈바꿈 될 수밖에 없다. 평화의 섬 제주도는 결국 동북아에서 가장 위험한 전쟁기지의 섬이 될 것이다.

‘특위최종보고 및 건의사항’에 최우선적으로 미 SSBN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제주해군기지는 미 탄도미사일 잠수함 기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울좋은 민군화합을 주장하며 상생을 말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는 유사시 선제타격의 대상으로 놓이는 처지가 되고, 전략무기가 배치되는 기지가 되는 순간, 보안을 위해 기지 밖으로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겠다는 제주도와 해군 간의 MOU는 매우 손쉽게 폐기될 것이다. 이 경우 강정마을은 완전히 지도에서 지워지고 소멸되는 마을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상생이고 화합인가? 

이렇게 강경일변도로 전쟁을 불사하는 길이 정말로 국민의 힘이 주장하는 안보인가? 제주사회의 질문에 정식으로 채택한 보고서가 아님을 강조하며 가짜뉴스 취급하는 국민의 힘 입장은 너무도 유치하며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의 힘은 평화의 섬인 제주를 전쟁기지로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도 멈추고 제주도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라! 

2022. 12. 28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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