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인가. 인간들은 감히 가닿기 어려운 상상 속의 옛날이야기로만 존재하는 걸까. 

이런 물음에 ‘신화’와 ‘현실’의 두 가지 문화 조각을 맞추려는 시도가 책으로 나왔다. 제주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강순희 작가가 <제주 신화의 숲, 문화소로 걷다>를 발간했다. 

강 작가는 여는 글에서 <세경본풀이>를 읽으며 자청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무작정 걸었다고 밝히고 있다. 무작정 걷다 보니 <지장본풀이>에서 지장아기씨를 만나고 <삼달리본향당본풀이>에서 황서국서어모장군도 만났다. 

무성한 잎들이 하늘을 가리는 계절, 제주신화에 빠져 자청비의 행동을 이해하고 지장아기씨의 슬픔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자청비는 제주의 거친 밭, 문도령은 씨앗, 종은 마소로. 그렇게 신화는 우리네 삶과 연결된다. 강 작가는 이렇듯 신화는 인간의 문화 질서를 신의 서사로 드러낸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는 “신의 서사 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문화, 마치 숲에 놓여 있는 삐죽삐죽한 돌뿌리처럼 비문법적인 문맥을 문화소로 인식하고 바라보니 현실의 문화행위를 암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강 작가가 맞춰 나가는 신화와 우리 인간 문화 사이를 잇는 퍼즐 조각들이 궁금하다면 그가 놓은 ‘징검다리’, 제주신화의 숲을 걸어봐도 좋겠다. 

‘제주신화의 숲, 문화소로 걷다’는 한그루가 펴냈으며 신지민 그림으로 함께 참여했다. 정가는 2만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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