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제주시 서사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17일 오전 제주시 서사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제주지역 농민들이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오전 11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하 전농 제주)은 제주시 서사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협중앙회의 직원 성과급 '돈잔치'를 규탄하며 농가 지원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들은 본부장에게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하려 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농협 측이 “본부장이 급한 업무로 서귀포시에 출타 중이라 지금 만나기 어렵다”고 하자 이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나섰다. 

하지만 ‘급한 업무’는 위성곤 국회의원의 부친상 조문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전농 제주는 “농협중앙회가 얼마나 농민을 무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분개했다. 

#전농 “본부장이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한 것”

이들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사전에 제주지역본부에 기자회견 일정을 알렸는데도 본부장이 의도적으로 농민들과의 만남을 피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농민들이 농업 현안과 농협중앙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러 간 것인데 이보다 더 급한 일이 상갓집 조문이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윤재춘 본부장은 취임사에서 ‘소통과 배려를 통해 행복한 제주농협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직원들에게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 조직임을 명심하고 명확한 소신과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했다”며 “이 말을 믿을 농민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와 제주지역본부는 이제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우습게 여기고 무시하는 윤재춘 본부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7일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려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17일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려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농협 “다른 지역 손님과 약속이 된 거라서...”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측은 “기자회견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사전에 (전농 제주와) 면담 약속이 잡혔던 게 아니”라며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했다는 건 전농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조문 시간과 기자회견 시간이 ‘절묘하게’ 겹친 데 대해선 “오늘 조문에 다른 지역에서 오는 손님들과 같이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는데 비행기 시간이 있으니 시간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농민보다 국회의원 조문이 우선인가”

이 같은 해명에 전농 제주 측은 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채호진 전농 제주 사무처장은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은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이다. 오늘 기자회견이 단일농협이 아닌 중앙회를 상대로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조문을 갔다는 건 농민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 비행기 시간 맞춰 조문을 가는 게 농민들 문제보다 더 급하다는 것인가. 오늘 이런저런 일이 있어 조문을 나중에 가겠다고 하면 이해 못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농협의 역할이 무엇인가.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농민들  문제를 듣는 것이 최우선 아닌가. 게다가 오전 11시면 근무 시간 아니냐”라고 따졌다.

#“농협중앙회, 농민 고혈로 성과급 돈잔치”

앞서 전농 제주는 기자회견을 통해 “농민들은 위기에 빠져 허덕이는데 최근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직원 성과급 400% 돈잔치를 했다”며 농협중앙회 개혁을 요구했다. 

17일 오전 제주시 서사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17일 오전 제주시 서사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이들은 “비료가격부터 모든 농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대출이자 또한 큰 폭으로 올랐지만 농산물 가격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은 본인의 연임을 위해 농협법을 개정을 하려고 국회의원을 만나러 다니는 데 바쁜 한 해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농자재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농협중앙회는 농자재 판매 마진율을 동결해 농민들의 고혈을 뽑아먹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고금리 시대가 오자 농협중앙회도 덩달아 농민조합원 대출금리를 대폭으로 올려 농민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농민들은 죽어가는데 농·축협 손익은 지난 2022년 9월말 기준 2조6672억원에 이르고 연말 손익 추산은 역대 최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 결과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직원 성과급을 400% 지급했다. 농민들은 위기에 빠져 허덕이는데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농민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계속 벼랑으로 몰고 가는 게 성과인가”라며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리 증진에 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 상황은 농협의 존재 이유가 농민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는 데 있는 것 같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전농 제주는 △농가부채(상호부금·일반대출) 이자 인상분 전액 지원 △대출금리 3% 인하 및 농업정책자금 거치기간 및 대출만기 연장 △영농자재 계통구매 수수료 수익 전액 환원 및 정률 수수료 4% 인하 △농가당 긴급지원금 200만원 지원 △농가긴급안정자금 및 농업경영회생자금 확충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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