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주차장 바닥에 앉아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월정리 해녀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청 주차장 바닥에 앉아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월정리 해녀들(사진=김재훈 기자)

월정리 해녀들이 다시 제주도청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앉았다. 비 소식에 우비까지 챙겨 입었다. 해녀들은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방류수로 인해 그들의 일터인 월정리 바다가 오염돼 물속에 물건(수산물)이 고갈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들이 몇 차례나 제주도청을 찾아 항의했는지 헤아려지지 않는다. 오영훈 도지사는 지방선거 후보 시절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에 대해 주민의 입장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가 도지사가 돼 만들어낸 '해결책'은 뭘까. 보상 즉, 돈이다. 효과 좋은 미끼다.

월정리마을회가 미끼를 물었다. 해녀들의 목소리는 뒷전이 됐다. 월정리 마을이장은 증설공사 반대 깃발을 내리고 제주도와 협의에 나섰다. 마을이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증설공사를 수용하고 보상을 받는 방향으로 틀었다. 하수처리장 문제는 마을회와 제주도 간의 보상안 협의 사안이 되었다. 해녀들의 목소리는 지워졌다. 그들의 일터인 바다의 오염 문제도. 그러면서 마을은 둘로 쪼개졌다. 보상을 받기 위해 제주도와 적극 협의 중인 주민들과 생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해녀들로.

서럽겠다.

그 해녀들이 다시, 도청 아스팔트로 나와 자리를 깔고 앉았다. 앞서, 제주도는 동부하수처리장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에 대한 의견서를 오는 31일까지 받는데, 의견서 접수 시한 바로 다음 날인 4월 1일 공사를 재개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녀들은 제주도가 공사에 대한 주민 의견을 검토할 시간도 갖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기자들이야 제주도정에 민원서나 의견서가 들어오면 고스란히 캐비닛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는 사실과 행정의 요식행위를 잘 알고 있지만 해녀들은 아무래도 제주도정에 많은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강재섭 상하수도본부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월정리 해녀(사진=김재훈 기자)
강재섭 상하수도본부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월정리 해녀(사진=김재훈 기자)

월정리 해녀들은 30일 제주도청 주차장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출장을 갔다는 본부장과 대화를 하기 위해 기다렸다. 여러 시간 기다린 끝에 간신히 만났다. 강재섭 본부장은 해녀들과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눈 뒤 떠났다. 그 몇 분간의 대화마저 도청 내 회의 공간이나 로비가 아닌 주차장 아스팔트 위에서 이뤄졌다.

해녀들은 저마다 각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일부라 할 수 있지 않나. 세계문화유산, 해녀를 제주도가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강 본부장이 떠난 뒤 해녀들은 김밥으로 저녁 끼니를 때웠다.

제주도가 지역 홍보를 할 때 해녀를 얼마나 추켜세워 왔는지 떠올려 본다. 하지만 제주 행정의 나으리들이 보시기에 해녀들이 제주 바다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를 낼 때는 참 만만하죠? 도청 회의 공간으로 불러들여 잔치커피 한 잔 대접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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