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달 28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인 절반 정도가 보호시설 퇴소 후 또다시 학대가 발생한 가정으로 돌아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주관, 제주도의회가 후원했다. 

이날 조백기 제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2022년도 제주지역 장애인학대 예방 및 지원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 접수 건은 151건이며 이중 학대 의심 사례는 82건이다. 이중 학대 현장으로부터 분리 보호 또는 의료기관 인도 등 응급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12건이다. 

지난달 28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조백기 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달 28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조백기 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피해 장애인 쉼터를 이용한 장애인은 10명이었으며 이중 5명은 퇴소 후 학대가 발생한 가정으로 다시 돌아갔다. 나머지 3명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예정하고 있고 2명은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했다. 

피해 장애인이 학대 가정으로 되돌아가는 문제를 두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립 지원 체계 마련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미복 제주특별자치도피해장애인쉼터 원장은 “현 지침상 쉼터 입소 기간은 최대 9개월 이내이며 부득이한 경우 최대 1년을 넘길 수 없게 되어 있다”며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립하기엔 어려움이 많아 원래 가정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제기했다. 

이어 “퇴소 후 원가정 복귀가 높다는 것은 지역사회 내 거주 공간이나 자립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주거지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정착금 1000만원 지원 사업과 관련해 피해 장애인이 쉼터에서 퇴소할 시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아울러 “퇴소 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연계 지원으로 추후 재입소 방지 조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민철 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민철 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해 자립 지원을 받아 현재 동료 지원가로 활동하는 정민철씨가 자신의 자립 경험담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정씨는 자주 술을 마시는 아버지와 자신보다 장애가 심한 형제자매 등 가정환경으로 인해 자립은 물론 외부 활동마저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그러다 옹호기관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쉼터에서 생활하게 됐다.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병원 진료, 도서관 이용, 대중교통 이용, 음식 조리, 마트에서 장보기 등 비장애인에겐 특별할 것 없는 경험이지만 주체로 사는 일상을 통해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집 밖에도 쉽게 나가지 못했던 정씨는 이제 동료지원가라는 직업을 얻게 되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고 자립생활지원 주택에 입주하게 됐다. 

정씨는 “다리가 불편해 가끔 넘어지는 것처럼 자립생활도 서툴러 넘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그때마다 많은 도움을 기억하며 씩씩하게 일어서서 다시 걷겠다”고 말했다. 비장애인과 비교해 좀 늦을 수도,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도 여러 여건으로 인해 자립을 실현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를 당부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