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포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제주포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3일 동안 중문에 위치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각국 정치인과 대사, 그리고 경제인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내용들로 채워질지 관심이 간다. 지난해 제주포럼은 허무맹랑한 ‘두만강다국적도시’ 건설 제안 세션으로 문을 열었다. 두만강 유역에 ‘유교도시’, ‘K-팝도시’ 등을 짓자는 대한민국 건축계 인사들의 빈곤한 상상력은 기가 차는 수준이었다. 올해는 좀 나은 모습을 보일까? 제주포럼 측에서 아직 세션을 확정 발표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들여다보면 올해 제주포럼은 안보와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주포럼 측이 소개하는 올해 포럼의 주요 소주제 7가지는 다음과 같다. △신냉전의 도래? 평화와 협력을 위한 인도-태평양의 선택은? △교착상태의 한반도 평화, 돌파구는? △탈글로벌시대, 인도-태평양 경제의 미래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문제: 보편성과 특수성은?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 글로벌 평화 네트워크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 모색: 청년에게 듣다.

제주포럼은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처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두 경제 협력 포럼을 뒤쫓겠다는 것. 그래서일까, 올해는 더욱 경제 관련 아젠다를 부각하는 모양새다. 환경 아젠다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은?’으로 제시됐다. 제주포럼은 홈페이지에 이 소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통합된 노력을 정책 및 규제 프레임워크, 기술 및 혁신, 국제협력 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특히 그린수소를 비롯한 에너지전환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냉정한 전망을 나누기보다는 공학적 해결 방안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짐작된다. 나오미 클라인이 지적한 바, 기술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주술’을 공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아세안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협에 직면한 상태고, 제주도의 해수면 수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해수면 수위 상승은 지하수에 바닷물 유입을 통한 염수화를 가속한다. 당면한 과제다.

제주도는 ‘세계 환경수도’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 제주에서 열리는 제주포럼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보다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 같은 경제 협력 포럼을 뒤쫓는 제주. 그러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포럼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환경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두는 포럼을 향해 나아갈 수는 없을까.

포럼이 다가옴에 따라 참가 단체와 기관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HID인간개발연구원도 회원들에게 포럼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골프관광이다. 총 4일 일정 중 3일 동안 자체 친선 골프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개별 단체인 만큼 참가 회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논할 사안은 아니다.

(표=HID인간개발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표=HID인간개발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제주포럼이 의미 있는 부대 행사들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제주포럼 참가자들에게 4·3평화공원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제주포럼이 4·3평화공원 방문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인간개발연구원 참석자들도 세 차례의 골프 일정 중 한 번 정도는 4·3평화공원을 찾는 방안을 조금은 고려해보지 않았을까.

이는 비단 인간개발연구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럼에 참가하는 각국 전현직 정치인들과 참가자들 역시 자신이 참여하는 세션이 끝나면 골프를 치러

4·3평화기념관에 있는 백비(白砒)
4·3평화기념관에 있는 백비(白砒)

가거나 숙소에서 쉬든, 관광을 즐기든 할 것이다. 일정이 촉박한 이들은 바로 이동할 수도 있다.

각국 정치인들을 초청하는 제주포럼이 4·3평화공원을 방문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여태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4·3평화재단 관계자에게 그동안 제주포럼이 부대행사로 4·3평화공원 방문 프로그램을 마련한 적 있는지 물었다. 관계자는 “포럼의 부대행사로 4·3평화공원을 방문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제주포럼에 4·3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세션이 있고, 4·3연구소 쪽에서 초청한 인사들의 경우는 세션 전날이나 세션 끝난 다음날 평화공원이나 유적지 투어 진행을 하고는 있다. 그뿐이다. “그 분들을 제외하면 전무하다시피 할 것 같다.”고 재단 관계자는 말했다.

4·3평화공원 방문 프로그램은 포럼에 참가하는 각국 정치인들과 리더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나라에 4·3을 알리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올해 제주포럼은 아세안 지역 각국의 대사들을 초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얘기하는 '4·3의 세계화'에 걸맞은 4·3평화공원 방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각국 대사들에게 4·3의 역사와 의미를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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