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제주시 설문대문화센터에서 열린 4차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도민 경청회(사진=김재훈 기자)
13일 제주시 설문대문화센터에서 열린 4차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도민 경청회(사진=김재훈 기자)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경청회가 13일을 끝으로 4차에 걸쳐 마무리 됐다. 도민의 의견을 듣는다는 명분으로 연 경청회는 제2공항으로 인한 도민 갈등을 재확인 하는 자리가 됐다.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간략한 설명 후, 찬반 측 의견을 듣고 다시 방청객에게 찬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경청회를 진행했다. 욕설과 비아냥 섞인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잦았다. 2차 경청회에서는 제2공항 찬성 측이 학생인권 침해 발언을 내뱉으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예견된 일이다. 제2공항 건설로 인한 개발 이득을 바라는 진영과 제2공항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과 환경이 파괴되는 일을 막고자 하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서로 대립시킨 격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삶터의 보전'과 '개발 이득'을 두고 양쪽 모두 절실한 모습이었다.

진행 방식이 갈등을 야기하는 구조로 짜여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얼마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갈등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제2공항 경청회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갈등을 야기하며 취합한 도민 의견을 어떻게 국토부에 제시할지에 대해 제주도가 여태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도민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민 의견들을 단순히 문서화해서 그 문서 더미를 국토부에 전달하겠다는 것인가. 도민들이 욕설을 들어가면서 마이크를 잡고 제시한 의견이 아닌가.

의견 중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었고 상대 진영에 대한 비하도 있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와 별도 문서로 받은 의견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수 많은 의견들 중 옥석을 제대로 가려 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영훈 제주도정이 도민 의견을 국토부의 캐비닛에 고스란히 처박아 넣는 꼴이 될 것이다. 다시는 열리지 않는 캐비닛에.

이제 오영훈 제주도정이 책임을 다할 시간이다. 도민 의견을 듣는다며 도민 갈등에 부채질 하는 시간은 끝났다. 의견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 오영훈 제주도정의 의견을 수립해야 한다. 각 의견에 대해 점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면 온당 그래야 한다. 문제가 제기된 사안에 대해 검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능력을, 오영훈 제주도정은 갖고 있는가. 또한 여론 조사 방식으로 도민 전체에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

4차 경청회의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현 제주국제공항의 확장 공사로 인해 고향을 잃은 주민이 방청석에서 발언 기회를 잡았다. 그는 ‘실향민’이 된 심정을 토해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을 몹시 떨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제2공항 피해 지역 주민들의 미래가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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