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을 알게 되면서 제주는 말을 빼앗긴 땅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빨갱이’라는 낙인은 이념적 폭력만이 아니었다. 말의 기억을 빼앗는 약탈이었다.”

-6장, 기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 중에서

4·3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가폭력 속에서 오랜 기간 침묵을 강요당한 말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기억들을 마주하며 4·3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려 했던 개인의 기록. 

지난 20일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의 산문집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소명출판 펴냄)이 발간됐다. 

저자는 제주에서 현장 비평가이자 문화 운동가로 활동하며 제주 역사와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과정을 책에 담았다. 이는 4·3의 현재성을 치열하게 묻는 투쟁의 기록이기도 하다. 

책은 4·3항쟁의 기억이 제주의 중력이라 밝히며 문을 연다(1장 ‘4·3이라는 중력’). 또 4·3의 당대적 담론의 문제와 한계를 고찰하고(2장 ‘그러나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 청년 시절 저자의 감옥 생활을 떠올리며 1991년 제주 개발특별법 반대 싸움의 의미를 조명한다.(3장 ‘1991년 5월의 기억들’) 

이어 4·3이 제주라는 지역에만 갇힌 역사도 아니고(5장 ‘왜 제주에서 오키나와를 읽는가’ 등) 일시적인 역사도 아닌 점을 밝히며 근대의 본질적 폭력(8장 ‘폭력 이후를 상상하기 위해서’ 등)을 비판한다. 

저자는 결국 4·3을 비롯한 국가폭력의 시간들을 통해 ‘평화적 삶의 공존’이 우리의 과제이자 지향해야 할 가치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마땅히 물어야 할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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