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삼촌』을 뛰어넘는다. 이는 4·3문학의 오랜 과제다. 40여년 동안 4·3을 다룬 수많은 작품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입에 올리기도 두려웠던 4·3을 세상 밖으로 꺼낸 소설이었기에 이를 넘어서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도 있다. 『순이 삼촌』이 발간되고 20여년 뒤 4·3은 대한민국의 법률로 명시된 사건이 됐다. 그리고 또 20여년이 지난 지금, ‘순이 삼촌’들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충분할까. 법률에선 4·3을 ‘피해’ 중심으로 정의하고 있다. 7년 7개월간 피해 사실의 나열로만 4·3을 충분히 정의할 수 있을까. 제주 섬 전역에 사는 도민들이 총파업에 참여한 동력과 유난히 잔혹하고 처참했던 공권력의 진압 배경, 인민유격대가 목숨을 걸고 길고 긴 항쟁에 나섰던 까닭…. 오늘날의 ‘4·3’은 이들을 모두 설명하고 있는가.

“모든 것이 헛것이고 그 사건만이 진실인데, 당최 그걸 쓸 엄두가 안 나는 거라.”

-『제주도우다』 에서

‘7년 7개월’에 갇혀 있는 4·3을 해방하려는 작품이 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우다』. 4·3문학의 기준이 되는 그 작품, 『순이 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의 책이다. 단편소설이었던 전작과 규모부터 다르다. 글자 수는 70만자(원고지 3500매)에 이르며 3권 분량으로 제작된다. 

개인의 에피소드가 아닌 제주라는 섬이 생기게 된 신화에서부터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 해방 직후, 미군정 시기, 남한 단독 정부 수립 등 한국 근현대사까지 망라하는 대하소설이다. 

“우린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우다.”

-『제주도우다』 에서

오랜 기간 변방의 섬에서,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든 삶을 일궈낸 사람들의 서사, 제주도 공동체의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4·3. 제주 민중이 주체인 4·3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작가가 풀어내는 4·3의 진실은 다음 달 중 독자들을 만난다. 온라인에서 앞부분을 미리 볼 기회도 있다. 『제주도우다』 발간에 앞서 출판사 창비는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스위치’에서 지난 8일부터 6월14일까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1부를 나눠 연재하고 있다. 

한편 현기영 작가는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소설집으로 『순이 삼촌』, 『아스팔트』, 『마지막 테우리』,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 타는 섬』, 『지상에 숟가락 하나』, 『누란』 등이 산문집 『바다와 술잔』, 『젊은 대지를 위하여』,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등이 있다. 

※‘제주도우다’는 ‘제주도입니다’의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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