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주도청 앞 인도에 설치된 봉개소각장 노동자들의 농성천막과 현수막. (사진=박지희 기자)
25일 제주도청 앞 인도에 설치된 봉개소각장 노동자들의 농성천막과 현수막. (사진=박지희 기자)

집단해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봉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이하 봉개소각장)이 문을 닫은 지 약 세 달이 지났다. 해고 노동자들은 도청 건너편에 천막농성을 설치하고 제주도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천막농성 200일째에 접어든 25일, 고용해결을 위한 제주도의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제주도와 노조에 따르면 소각장 폐쇄일인 지난 2월 28일 노정협의체 정례회의가 처음 진행됐다. 정례회의는 분기별로 열리며, 매달 1차례 이뤄지는 실무협의 회의도 지난달과 이달 2차례 진행된 상태다. 

협의체의 역할은 올해 말까지 취업 교육·연계 등을 통해 해고 노동자들이 환경 관련 시설에 재취업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같은 협의체는 오는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정년퇴직이나 이직한 4명을 제외하면, 소각장 계약종료로 퇴직한 노동자는 모두 52명이다. 이 중 32명이 노조 소속이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타 시설로 취업한 3명 외 49명이 실업급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제주도청 앞 인도에 설치된 봉개소각장 노동자들의 농성천막. (사진=박지희 기자)
25일 제주도청 앞 인도에 설치된 봉개소각장 노동자들의 농성천막. (사진=박지희 기자)

노조는 환경 관리 업무 경력이 약 20년에 달하는 점을 고려, 6월 도에서 새로 설치하는 재활용선별시설에 재취업하는 방안을 요구한 상태다.

안용남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조위원장은 "협의체는 운영되고 있지만 도에서 시정정보를 조금 더 빨리 알려주는 것 외 특별한 내용은 크게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12월까지 운영되는 만큼, 실질적 성과는 더 기다려봐야 할 것"라면서 "도 인권위 권고사항은 대부분 고용지원센터와 연결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실업급여는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급한 건 사실"이라면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당장 생계가 중요한 지금 상황에서는 재취업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위탁사 취업정보 공유 등 아직까지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지 뚜렷한 대책이 나온 건 없다"면서 "회의 내용은 비공개"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가동된 봉개소각장은 제주도로부터 사업을 수탁받아 쓰레기를 소각 처리해 왔고, 2020년까지 민간위탁이 계획됐다. 민간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는 계약이 종료되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당시 소속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2018년과 2019년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다만, 제주도가 압축쓰레기와 폐목재 처리를 위해 사용기간을 3년 연장하면서 노동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기간만 연장됐을 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천막농성에 또다시 돌입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노동조합이 지난해 4월 12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는 공익시설인 봉개소각장 노동자들의 중단없는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노동조합이 지난해 4월 12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는 공익시설인 봉개소각장 노동자들의 중단없는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농성 100일째인 지난 2월 14일 오영훈 지사는 천막을 방문해 제도개선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핵심은 도 유관부서와 노동자 대표 등으로 '노정협의체'를 꾸려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어 제주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도 소각장 폐쇄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2월 22일 봉개소각장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권고안을 채택한 바 있다.

▲직·간접 고용과 생계비 지원 등 생활 안정화 방안 ▲직업훈련 비용 및 수당 등 재취업 지원 ▲창업 교육 및 자금 지원 ▲노동자·위탁자·수탁자 3자 참여 협의체 구성 ▲간접 고용구조보다는 재직영화를 통한 직접고용 또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으로 제도개선 등이다.

제주도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15조(정책 등 개선 권고)에 따르면 도지사는 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 권고사항을 존중,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경우 도지사는 권고사항 처리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고현수 제주도인권위 위원장은 이와 관련, “조사.통보기한 등이 명시된 메뉴얼이나 지침이 없고, 조례에도 나타나 있지 않아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위원장으로서 인권위를 총괄 운영하며 절감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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