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송 노동자 김복철 씨 (사진=박소희 기자)
탁송 노동자 김복철 씨 (사진=박소희 기자)

66년생 김복철 씨는 '탁송' 노동자다. 탁송은 대리운전 기사가 동승자 없이 차를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직접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2021년부터 '탁송 대리운전'을 시작한 김복철 씨는 올해 3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에 가입한다. 이후 4월 13일 김 씨는 업체로부터 배차 제한을 당한다. 탁송 노조 결성 시도가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김 씨는 B업체를 상대로 고발한 상태다. 

탁송 업무를 시작하려면 대리운전 업체에 기사로 등록하고 '탁송콜'을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탁송 프로그램(어플) 종류는 다양하지만 관제 프로그램을 통해 기사 정보가 공유된다. 

기사 등록을 마치자 A업체 팀장이 김 씨를 단톡방에 초대했다. B업체가 운영하는 방이었다. 탁송 기사는 등록 업체서 보험 가입 후 다른 업체 콜도 받을 수 있다. 

탁송 기사들은 어플보다, 단톡방 초대를 선호한다. 먼저 단톡방에 콜을 보내고, 거기서 배차가 되지 않으면 2차로 탁송 프로그램에 보내기 때문이다. 

탁송 일은 생각보다 돈이 되지 않았다. 기사 등록 업체 등에 보험료와 관리비도 납부해야 하고, 탁송 프로그램 어플 이용료도 내야 했다. 고속도로를 타야 한다면 톨게이트 비용도 기사 몫이었다. 의뢰인 목적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콜을 못 잡는 걸 이른바 "똥콜"이라고 하는데, '똥콜'을 잡는 날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

김 씨는 2023년 3월 23일 일단 대리운전 노조에 가입하고 따로 탁송 노조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SNS에 올렸다. 노동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해서는 탁송 기사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20여일이 지나 콜이 막혔다. 업체 관계자는 "탁송콜을 수행하면서 개인 영업을 하려고 해 배차 제한을 걸었다"고 설명했지만, 김 씨능 노조에 가입하고 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했던 것이 눈엣가시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김복철 씨 배차제한 공지창
김복철 씨 배차제한 공지창

단톡방에서 콜을 주던 B업체는 기사 정보창에 2023년 4월13일부터 2023년 7월15일까지 배차 제한을 걸면서 그 사유로 △탁송 업무 하루 지연 △영업행위 금지 위반 △노조 결성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 등을 들었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김 씨 이야기를 듣고 지난 4월 21일 1차 사실확인 공문을 B업체에 보냈다. 응답이 없자 3일 뒤인 24일 2차 공문을 재발송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김 씨는 5월 8일 B업체를 대상으로 고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해당 업체는 대리운전 노조에 가입한 김 씨가 탁송 노조 결성 시도 이후 단톡방 영구 배차 정지 및 연합업체 배차 제한에 나섰다.  

김주환 위원장은 "김 씨는 영구업무정지를 당했을 뿐 아니라 업체가 해당 정보를 연합업체들에게도 공유해 배차 제한을 종용했다. 일감이 끊기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명백한 노동3권 침해라고 설명했다. 

또한 "두 차례에 걸쳐 B업체의 불이익 처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해당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에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노조 와해, 노조 결성 방해 등 반조합 의도가 의심된다"고 했다. 

이어 "대리운전 기사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합법적 노조 설립이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쟁점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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