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이 낡고 오래돼 시각적으로 보면 노후화되고 늙고 보잘 것 없지만, 속에 담겨있는 역사나 그 속에 사람들이 살아왔던 문화의 흔적과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존하고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개척할 시점입니다”(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제주 원도심의 역사를 살피고 미래를 조망하는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문화거점 기반 지역문화 활성화사업 ‘고치:가치 프로젝트’에 선정된 ‘원도심에서 상상하다-제주환상’이 지난 달 26일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첫 프로젝트로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김태일 교수를 초청해 ‘원도심 옛길 속에 담겨진 주거와 삶의 풍경’을 주제로 답사를 진행했다. 비어 있는 건축물과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터전을 새롭게 활용할 방법에 대한 논의를 동반한 답사였다.

김태일 교수는 이날 “원도심이 낡고 오래돼 시각적으로 보면 노후화되고 늙고 보잘 것 없지만, 속에 담겨있는 역사나 그 속에 사람들이 살아왔던 문화의 흔적과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존하고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개척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원도심 답사 프로그램에서 설명 중인 김태일 교수.(가장 왼쪽)(사진=조은영 제공)
원도심 답사 프로그램에서 설명 중인 김태일 교수.(가장 왼쪽)(사진=조은영 제공)

두 번째 프로젝트로는 이덕종 건축가 대담자로 나서서 문효진 음악가, 문성온 도예가, 이상홍 작가의 집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예술가 모두 오래된 집을 손수 고쳐서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도심에서 상상하다-제주환상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기획한 갤러리 박은희 비아아트 대표와 조은영 한뼘책방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공간에서 계속 사는 삶, 이런 삶이 창작에 주는 영향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 대담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번에 진행한 두 프로젝트의 전체 내용은 10월에 발행되는 ‘제주환상 PAP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추후 원도심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야기도 팟캐스트 ‘한뼘라디오’를 통해서 공개될 예정이다.

10월 7일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7월 9일 고씨주택에서 이난영 작가가 진행하는 원도심 스케치, 7월 29일 채수경 대표의 업사이클링 워크숍을  진행한다. 8월 22일에는 비아아트에서 제로웨이스트 활동가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원도심 스케치와 워크숍 신청문의는 인스타그램(@btween_fingers)으로 문의하면 된다. 예정된 프로그램 일시는 다음과 같다.

7월 9일(일) 10:00 고씨주택, 원도심 어반스케치(이난영 작가 진행)

7월29일(토) 14:00 비아아트, 업사이클링 워크샵(채수경 대표 진행)

8월22일(화)~23(수) 비아아트, 제로웨이스트 활동가 워크숍

10월7일(토)~14일(토) 비아아트, Play Jeju Fantasia 공연 및 전시

팟캐스트 라디오채널 한뼘라디오는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의미와 가치들을 기록하여 시민들에게 공유한다. 그림 에세이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에서 제주의 비자림로와 난개발 문제를 다룬 이난영 작가, 사진집 <이름보다 오래된>(출간 예정)로 고라니의 여정을 기록한 문선희 작가를 비롯해 문효진 음악가, 이덕종 건축가와 이경미 지구별가게 대표, 채수경 리블랭크 대표 등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7월 말부터 어플리케이션 팟빵의 ‘한뼘라디오’ 채널에서 무료로 청취할 수 있다.

박은희, 조은영 두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가 모종의 두려움과 간절한 희망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원도심은 100년을 지속해온 제주의 상징적인 주거지이지만, 그 활성화는 여전히 제주의 풀리지 않는 숙제인 것 같아요. 게다가 기후위기가 닥쳐온 지금, 또 다른 100년의 지속을 상상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문화예술적 실험을 통해 위기에 처한 일상과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원도심에서 100년을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이후 100년의 삶을 모색해보겠다는 것. 이 기획의 역점 프로그램은 ‘주거실험’으로 원도심의 오래된 집에서 예술가와 일반 참가자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면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들의 전시회와 공연 등은 오는 10월에 마련될 예정이다. 박은희 대표는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은, 그곳에서 사람이 살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하며 “주거 공간으로서의 원도심의 가능성을 제시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나아가 이 프로그램이 제주에서 지내는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제로웨이스트 여행자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제주 도민들에게 원도심이 매력적인 주거 공간이자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임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들은 이번 프로젝트의 테마인 ‘원도심에서 상상하다-제주환상’에 대해 “‘환상’은, 비단 판타지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상을 갈아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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