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5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메밀밭에서 트랙터 7대를 동원, 1ha 규모 밭을 갈아 엎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5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메밀밭에서 트랙터 7대를 동원, 1ha 규모 밭을 갈아 엎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 농민들이 메밀밭을 갈아엎었다. 수확 전 메밀 이삭에서 새싹이 트는 '수발아' 피해 때문이다. 농민들은 기후위기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제주도정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5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메밀밭에서 트랙터 7대를 동원, 1ha 규모 밭을 갈아 엎었다.

메밀은 보통 3~4월쯤 씨를 뿌려 두달 가량 기른 후 6월 중 수확한다. 하지만 7월 초인 이날 밭을 빼곡히 채운 메밀들은 거뭇거뭇한 상태로 삐쩍 말라 있었다. 

농민들은 장마로 인해 수발아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수발아는 비가 많이 오거나 대기의 습도가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발생한다. 수발아한 씨알은 식용으로도, 종자용으로도 쓰지 못하게 된다. 결국 선택지는 밭을 갈아엎는 것 뿐이다.

대부분 농가는 메밀을 수확한 뒤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콩을 파종한다. 하지만 메밀 수확에 실패하며 2모작 농사도 줄줄이 차질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5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메밀밭에서 트랙터 7대를 동원, 1ha 규모 밭을 갈아 엎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5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메밀밭에서 트랙터 7대를 동원, 1ha 규모 밭을 갈아 엎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메밀밭 주인인 농민 이종훈씨는 "봄메밀 흉작은 가을메밀과 달리 보험적용도 안된다"면서 "비료값 폭등으로 은행 대출도 받아둔 상태지만, 메밀 수확으로 수익창출을 못해 앞으로 대출 이자와 원금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 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봄 수확 작물인 초당옥수수 밭도 일부 갈아엎은지 오래다. 저온 및 냉해 피해 때문이다. 수확량은 반토막 났고, 품질도 떨어졌다. 농민들은 장마 시작 전 파종한 단호박도 생육이 늦어져 시름이 늘어가고 있다.

조영재 전농 제주도연맹 위원장은 "잘 키워진 초당옥수수는 팔뚝만 하지만 그에 절반도 못미칠 정도로 품질이 떨어졌다. 보통 1000원 정도인 수매가도 올해는 4~500원으로 급락했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5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메밀밭에서 트랙터 7대를 동원, 1ha 규모 밭을 갈아 엎었다. 이전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5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메밀밭에서 트랙터 7대를 동원, 1ha 규모 밭을 갈아 엎었다. 이전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근본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농민들은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이에 대응하는 농업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이날 회견을 열고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는 농민들이 손 쓸 방법이 없다"면서 "면년 전까지는 태풍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 겨울 한파로 월동채소를 전부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상기후로 제주 주요 봄작물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의 위기는 전세계적 의제"라면서 "작물 생산량 감소는 벌써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농민들은 행정당국에 대책을 지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제주도의 피해구제 대책은 없었고, 농민들이 모든 피해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도 농업예산은 3%대에 머무르고 있는 지경에 과연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면서 "1차 피해자는 농민이지만, 2차 피해자는 국민이다. 제주도와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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