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 故 변시지 화백의 작품전이 마련된다.

아트제주 스페이스(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35 롯데호텔제주 8층)에서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1부, 그리고 이어서 다음 달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2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20년 이후 제주에서 3년만에 열리는 변시지 화백의 개인전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변시지 화백의 서거 1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제주시대(1975~2013) 대표 작품을 1, 2부로 나누어 심도있게 조명한다. 이 시기의 작업은 작가가 자신의 색깔을 찾아 평생을 바쳤던 순례의 길이 제주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화법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주요하다. 특히 1981년 유럽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는 서양의 모방이 아닌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는 발견으로 자신에 찬 작업이 이어졌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제주의 본질을 바람에서 찾았고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표현했다. 변시지는 제주시대를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동양미를 승계하고 제주의 자연미를 함축시켜 인간 본연의 풍토로 환원함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한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완성시켰다. 

마중  73 x 60 cm, oil on canvas, 2012ⓒ 공익재단 아트시지 이미지 제공: 아트제주 스페이스
마중  73 x 60 cm, oil on canvas, 2012ⓒ 공익재단 아트시지 이미지 제공: 아트제주 스페이스

변시지 화백은 거친 황토빛 바탕에 검은 선으로 구부정한 사내, 말, 까마귀, 초가집, 노송, 바다 등을 소재로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표현하는 고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한없는 외로움의 정서가 깊이 배어있는데, 폴 고갱(1848-1903)의 오래된 물음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를 그는 삶의 격랑 속 인간의 모습으로 답했다. 작품 속 제주의 바람과 파도치는 바다, 삶과 죽음과의 대결은 인간과 자연과의 끝없는 싸움을 그린 헤밍웨이(1899-1961)의 소설 ‘노인과 바다'와도 결을 같이한다. 정체성과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던 그는 모든 색을 버리고 황색조의 단색과 굵고 검은 선으로 회귀했다. 

그리움  20.5 x 39.2 cm, oil on canvas, 1985ⓒ 공익재단 아트시지 이미지 제공: 아트제주 스페이스
그리움  20.5 x 39.2 cm, oil on canvas, 1985ⓒ 공익재단 아트시지 이미지 제공: 아트제주 스페이스

아트제주 스페이스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다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변시지의 생전 작품 5000여 점을 기록한 전작 도록(7권)을 함께 전시한다. 또한 변시지 백서를 포함한 다양한 서적이 전시되며 온라인에서도 뷰잉룸을 통해 대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변시지 화백은 미국 워싱턴 DC 스미소니언박물관 한국관 개관 초대전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 전당, 제주도립미술관, 기당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보관문화훈장, 제주도문화상 국민훈장, 일본 <광풍회전> 최고상, 일본 문부성 주최 <일전> 조선인 최초 입선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건용 명예교수는 “우리는 일반적으로 변 선생의 그림을 풍경화라고 말하고 있지만, 풍경화이기에는 너무나 현대인이 잃어버린 고향의 심상을 여실히 표현하고 있기에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실존을 애잔하고 비극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거침없는 표현의 경지에 달하게 하였는가. 그것은 욕심없이 대자연과 작가 자신이 만날 수 있는 경지에서 우주적 질서에 그 자신의 운필을 내어 맡길 수 있는 자유를 획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그토록 그가 그린 비원파류의 풍경화가 화려하고 이상화된 감각이 풍만했고 그 많은 현대미술의 시대적 조류가 강타했어도 그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포스트모던적 지역주의의 승리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 라고 말했다.

전시문의: 아트제주 스페이스 / 064.738.3366 / artjeju@artjeju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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