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제주지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2023.3.22.(사진=박지희 기자)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제주지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2023.3.22.(사진=박지희 기자)

'부도 처리' 된 오영훈 지사의 약속

31일 열린 제2공항 의견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없었다. 제주 지역 최대 현안에 대해 도지사가 아닌 관련 부서 책임자가 발표했다. 오영훈 지사는 공식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쏟아질 질문들을 피했다. 오 지사는 그렇게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던 말을 지키지 않고 국토교통부에 의견을 제출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기본계획 발표 시점에 오영훈 제주지사는 직접 기자 회견을 열고 제2공항 관련련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검증 의사를 드러냈다. 그 전에는 제2공항 건설사업 관련 도민의 자기결정권 확보의 필요성을 꾸준히 거론해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민투표 등 도민의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도정의 의견을 제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봤지만 헛된 기대였다. 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한 주문은 없었다. 오영훈 도정이 기본계획을 검토한 결과도 여태까지 제시한 바 없다.

기본계획 고시 후 '제주도의 시간'이 온다던  오 지사가 도민의 자기결정권 확보와 기본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 약속을 어긴 셈이다. 오영훈 도정은, 그렇게 두 약속을 '부도 처리'했다.

앞으로 어떤 과정 거치게 되나?

제주도정의 의견 제출을 포함해 항공정책위원회가 심의 과정을 밟고 기본계획을 고시하게 된다. 이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추진하고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이행한 뒤 실시계획 고시 단계로 넘어간다. 이후 토지보상 협의를 밟고, 착공 단계로 접어든다.

특히, 제주도정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주요 역할을 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동의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해 동의절차를 밟는 과정을 거친다. 도민 간 갈등은 이 과정에서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찬반 도민 간 대립이 가장 격렬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제2공항 갈등, 민민 갈등으로 심화 전망

현재 제2공항 갈등은 국토부 대 도민의 갈등 구도이다. 하지만 제주도정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제주도의회가 표결을 통해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제2공항 갈등은 찬반 도민 간의 갈등, 그리고 시민사회와 제주도정의 갈등 양상으로 바뀌며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영훈 도정이 도민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한 요구도, 검토 결과는 물론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하면서, 국토부는 공항 갈등의 책임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그 갈등으로 인한 피해와 책임은 고스란히 제주도 내부의 일이 되었다.

한편, 제주도가 제출한 의견을 보면 원희룡  전임 도정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오영훈 도정의 특별한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는 도민 의견을 '백화점식'으로 유형화해 제출하면서 그러면서 짤막한 제주도정의 의견을 붙였다. 제주도정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제주도 의견

ㅇ 공항시설법 제4조4항 동법시행령 제8조3항에 따라 지난 3월9일부터 5월31일까지 도민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주민투표 실시, 제2공항 건설, 건설 반대,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등 25,746명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ㅇ 현재 우리 도는 제주공항 수용능력 한계로 이동권에 제한을 받고, 기상 악화 시 빈번한 회항과 결항으로 도민 불편이 가중되는 등 제주권 공항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도민사회에서는 전략환경영평가 및 기본계획(안)에 대해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의 보전, 숨골의 보전가치, 제2공항 부지 내 용암동굴의 분포 가능성의 5가지에 사안에 대한 공동 검증 요구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제주도는 향후 법률에 따라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서 갈등 해소와 도민 이익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입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도민사회가 제기한 논란이 철저히 검증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서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ㅇ 기본계획(안)과 관련하여 성산지역 제2공항 건설 시,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주민들의 이주대책과 공항 소음 문제, 도시화에 따른 기반시설(도로·하수도) 확충 등 주민들을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합니다.

개발이익이 도민에게 환원될 수 있는 공항운영권 참여 등 상생 지원 대책이 필요하며, 토지보상, 소음대책, 이주대책, 연계도로 개설 등 인프라에 대한 국비지원 근거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ㅇ 국토부에서도 도민 갈등이 해소되고, 이해와 협력 속에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향후 진행 과정에서 도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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