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일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국내 대표 생물학 분야 전문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일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국내 대표 생물학 분야 전문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기후위기도 문제지만,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인간사회를 더욱 압박할 것입니다. 행동으로 옳기지 않으면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일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국내 대표 생물학 분야 전문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해'가 주제다.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생활을 위하여』, 『개미제국의 발견』 등 수많은 저서를 발간한 최 교수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제주와도 연관이 깊다. 지난 3월 출범한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제도화를 위한 전문가 워킹그룹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3년여 동안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주 원인으로 '생물종다양성 감소'를 들었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잃어버린 인간사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 DB)
코로나19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 DB)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바이러스를 옮기는 박쥐들은 온대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갈 것 입니다. 이 말은 즉슨, 인간도 새로운 질병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코로나19.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인간사회를 속수무책으로 넘어뜨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약 3년간 집계된 감염자 수는 1000만명, 사망자 수는 700만명에 달한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과소집계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등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사망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000만명으로 추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전염병의 근원지는 박쥐였다. 코로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21세기 진입 이후 유행한 사스와 메르스도 박쥐에서부터 출발했다. 박쥐는 대체로 90% 이상이 열대지역에 서식한다. 그런데 이들이 온대지방으로 서식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로 온대지역 기온이 오르면서다.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들이 100년 동안 박쥐 생물학자들이 쓴 논문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대지방에 새로운 박쥐 생물양성 거점이 몇 군데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도드라진 곳은 중국 남부지역이다. 지난 100년 동안 열대박쥐 40여종이 이주해 정착했다.

최 교수는 호모사피엔스와 박쥐의 물리적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쥐는 직접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다. 숲속 다른 야생동물이 타겟"이라면서 "전염병은 절대 다수가 인수 공통 병원균에 의해 생긴다. 우리가 숲을 보호하고 건드리지 않으면 별탈 없겠지만 개발을 위해 숲을 베어내 확률적으로 평소에 볼 일 없는 동물과 인간이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돈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의 모습.(사진출처=제주도축산진흥원)
양돈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의 모습.(사진출처=제주도축산진흥원)

"저같은 생물학자들은 애간장이 탑니다. 이번 세기 동안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오르면 생물종의 절반이 사라질지도 모르거든요. 그럼 우리도 사라집니다. 77년밖에 안남았어요."

과거라면 전염병 사태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고, 선진국은 원조해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초강대국인 미국이었다.

코로나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재앙의 판도는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 등 자연재해는 더이상 제3세계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장마기간은 54일이었다. 역대 최장이다. 지난해 강남역에서는 폭우로 인해 물난리가 났다. 파리협정에 따른 목표인 산업화 이전 1.5도 목표는 그리 긴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한 이유로 생물종다양성 감소를 꼽는다.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농업이다. 38억년 지구 역사 중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만년 전이고, 농경사회에 진입한 것은 불과 1만년 전이다. 올해 8월 기준 인간과 소.돼지.오리 등 인간이 기르고 있는 동물의 비율은 전체 동물 중량의 96~99%에 달한다.

그는 "농경사회 전 인간은 전체 생물종 중 1%에 불과한, 보이지도 않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들이 만년 동안 야생동물을 1% 남짓으로 줄여버리고 완벽히 지구를 뒤덮었다"면서 "그러니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 때문에 야생돌물의 몸에 붙어 사는 바이러스는 날이 갈 수록 힘들어진다. 인간에게 옮겨 가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식물 역시 인간에게 쓸모 있는 작물만 남겨졌다. 그 식물을 좋아하는 해충에 살충제를 뿌리게 되는데, 곤충도 유전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10년 뒤에는 더 독한 살충제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는 먹이사슬 네트워크로 인해 인간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가축 역시 육질 좋은 소.돼지, 알 잘낳는 닭을 위해 인간이 원하는 형질끼리만 교배를 시킨다. 유전적 다양성이 결여된 복제동물을 공장식으로 기르니 전염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면서 "자연 속에 살면서, 자연과 함께 다양해지면 아무 일이 없을텐데 인간은 악착같이 다양성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현장.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1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현장. (사진=조수진 기자)

최 교수는 우리의 삶에서 다른 생명과 지구를 어떻게 공유할지 고민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제대로 정립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우려하며, 개발지향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의 자연특성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충남 서천군 소재 '국립생태원'을 사례로 제시했다. 그가 초대원장을 역임했던 곳이다. 국립생태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장항갯벌이 제외돼 서천군민들이 반발하자, 노무현 정부가 지역경제 발전을 약속하며 건립한 곳이다. 

그는 "처음에 지역주민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서울 기준 이동시간이 약 3시간 30분에 달하고, 전시기관 특성상 재방문률도 낮다"면서 "하지만 다행히 개관 첫해에도, 이듬해에도 관람객 100만명이라는 성과를 냈고, 2년 동안 서천군에는 250여개의  음식점이 생기는 등 지역경제도 활성화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개발 외에도 대안은 분명히 있다. 우리 세대가 현재 자연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미래세대도 누릴 수 있어야 공정한 것 아닌가"라면서 "이제는 '생태적 전환'이라는 기준을 붙들고 모든 결정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일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국내 대표 생물학 분야 전문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일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국내 대표 생물학 분야 전문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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