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회의 운영위원 박석진(사진=강정평화네트워크 제공)
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회의 운영위원 박석진(사진=강정평화네트워크 제공)

지난 7월 24일 미국 해군 소속의 핵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SSN-760)가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했다.

제주해군기지에 정박하는 동안 아나폴리스함은 한국 해군의 잠수함 및 구축함들과 함께 제주 남방해역에서 연합 대잠전 훈련을 실시했다고 알려졌다. 보다 앞선 7월 18일에는 미국의 전략핵 잠수함 켄터키(SSBN-737)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바 있다. 핵미사일을 장착한 미국의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전개된 것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의 일이다.

이 같은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의 일련의 공개적인 한반도 전개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잠수함은 그 무기체계의 특성 상 은밀성이 핵심이며 미국은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위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에 제주해군기지와 부산에서 보인 핵추진 잠수함의 전개는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워싱턴 선언’의 이행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핵태세보고서 정책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관련 내용을 담고 있고 그 중에서도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전개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핵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는 ‘핵무기의 선제불사용 원칙(NO Fist Use, NFU)’과 ‘핵무기의 단일목적(sole purpose) 사용 원칙’(미국이나 동맹국이 핵무기로 공격받았을 때에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잦은 핵전략자산의 전개는 자칫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스럽다.

아울러 미국의 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와 관련하여 “우리는 동해로 로켓을 발사하는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의 공격성을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과 시진핑 주석의 머리에 만약 그들이 군사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입력시켜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잇따른 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명확히 밝혔다.

올 초 미국의 군사안보 관련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라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한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는데, 중국과 대만은 물론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반도에도 그 피해와 여파가 미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그리고 대중국 견제전략이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 제주해군기지가 있다.

‘평화의 섬’ 제주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 지 6000일이 다 되어간다.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과정으로 강행되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저항이 절정에 달했던 2012년, 700여명의 시민들이 연행되었고 60여명의 평화활동가들이 구속되었다. 그럼에도 멈춰지지 않은 평화의 외침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사진=김재훈 기자)
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사진=김재훈 기자)

매일 아침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우리 모두의 평화를 바라는 백번의 절로 하루가 시작되며 매일 점심에는 평화의 행진과 춤이 진행된다. 또 제주해군기지를 중심으로 하는 반평화적인 군사행동이 있을 때마다 강정마을의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항의하고 행동한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싸움은 반군사적인 내용과 더불어 군사기지 건설로 파괴되는 환경과 생태를 지키려는 노력을 담았다는 점에서 한국사회 평화운동의 지평을 넓혀왔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소중한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다시 뜨거운 발걸음이 시작된다. ‘2023 다시, 평화야 고치글라(함께가자)’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참가신청 링크 https://bit.ly/2023대행진참가신청)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