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그것을 규정하고, 기준을 만들어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질서에 맞지 않을 경우 '비상식적'이라는 말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규정과 기준, 그리고 질서는 주로 2030 청년들이 아닌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이 또한 우리 사회가 규정한 질서였다. 그렇기에 2030세대는 우리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는 것에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비례도의원 후보자, 제주녹색당 운영위원, 평화인권연구소 청소년연구가. 20대 초반의 건웅님은 평범하지 않은 20대의 삶을 사는 중이다. 그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비꼬거나 낯선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스스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는 건웅님의 동기와 평범하지 않은 삶으로 꿈꾸는 제주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사진=이건웅 제공)
 (사진=이건웅 제공)

우리 사회 문제, 남일 아닌 나의 일

“중학생 시절 해군기지 뉴스를 접하게 되었어요. ‘왜 이렇게 갈등이 심할까?’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주민과의 제대로 된 공감없이 날치기식으로 통과된 것이었죠. 문제의식을 느껴 강정평화대행진을 참여했습니다. 그 곳에서 제 문제의식에 공감 또는 토론을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활동가이자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 같아요.”

2016년, 건웅님은 무더운 여름 강정평화대행진 처음 참여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행진에 항상 함께했다. 그곳에서 제주 활동가, 전국의 활동가들과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교감의 기회가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성주 사드 반대 활동가들을 비롯하여 전국의 많은 활동가들과 교류했어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었고, ‘남의 일이 언젠가는 나의 일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문제들에 대해 ‘내 일이야.’라고 나서게 되었죠.”

정치,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

“제가 제주대학교 학생인권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뭐라도 해야 했어요. 공론화를 위해 학교 측에 간담회를 요청했고,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쉬운 것은 학교 측의 제대로 된 공감을 위한 노력 부족과 학생들이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그는 대학사회에서 여러 문제를 발견했다. 최근 제주대는 지역혁신사업(RIS)을 유치했다. 사업을 통해 일부 학과는 변화가 발생한다. 또 제주대는 중앙도서관 이전을 발표했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 학생이다. 그러나 사업을 유치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학생과의 간담회나 설명이 없었다. 물어보는 학우들도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학생은 학업이라는 본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회진입 과정에서 배워야 할 사회 참여에 대해 건웅님과 많은 토론을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초·중·고를 비롯 대학에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자아형성과 자신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 가치에 대해 이해하며,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사진=이건웅 제공)
 (사진=이건웅 제공)

건웅님을 처음 접한 것은 최연소 도의원 비례 후보자였다. 출마연령 하향조정도 있었지만 18세의 나이로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전국에서도 10대 출마자는 7명일만큼 매우 드문 일이다. 평범하지 않은 선택은 그에게 많은 고민의 기회를 주었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의 자질은 무엇이며, 역할을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정치인의 자질을 갖출 수 있을까. 정치를 혐오하는 분들이 많고, 뉴스에 정치인들이 나오면 욕을 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지만 정작 정치인은 변하지 않고 있었죠. 비례출마를 고민하면서 장벽이 너무 높았어요. 당선인들의 학력과 경험들을 보면서 내가 정치를 해도 되는 걸까, 고민됐죠. 선거 경험과 저 나름의 고민으로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선출직 정치인은 소위 '엘리트'가 차지하고 있다. 건웅님은 18세의 나이에도 정치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제주를 벗어날 계획은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봤는데, 제주를 벗어나는 계획은 없었어요. 앞으로도 제주를 기반으로 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건웅님은 제주에 대한 애착심을 드러냈다. 특히 제주의 자연환경을 가장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경기도에서 옮겨오신 선생님은 제주의 자연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말에 제주의 생태에 고민했다. 최근 제주에서 이뤄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생태계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주는 교육은 공감한다. 그 자리에서도 건웅님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자연환경을 경험하면서 자란 사람과 도심 속 건물 속에서 자란 사람보다 생명의 소중함, 함께함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다. 친구들과 바다에서 놀던 추억, 숲 속의 나무가 함께 자라나는 모습들처럼 말이다. 건웅님은 이 경험이 제주를 벗어날 수 없는 애착심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소중함을 지키고자 난개발을 반대하는 활동에 적극 참여 중이다.

 (사진=이건웅 제공)
 (사진=이건웅 제공)

“가끔 저처럼 활동하는 또래의 친구들과 만나고 싶어요. 제주에서 새로운 활동가 유입이 적은 것이 아주 작은 아쉬움으로 남아요.”

필자는 민선 7기 당시 도지사 후보자들에게 사회활동을 연계하는 대학학점제를 제안한 적 있다. 이뤄지진 못했다. 건웅님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떠올랐다. 건웅님은 교과목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우리 사회 및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민으로서 사회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처럼 말이다. 건웅님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IB 교육에 대해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제주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2공항 문제, 도민 결정권이 상당히 중요하죠.”

건웅님은 제2공항을 반대한다고 확실히 말했다. 다만 찬성과 반대라는 결과보다 도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과정을 더욱 중요시했다. 제2공항 공청회에서 항상 보던 찬성파와 반대파의 참석. 과연 이 현안에 관심있는 도민들은 없을까? 그들에게 공청회에 대해 제대로 전달했나? 제2공항으로 변화되는 제주에 대해 충분히 전달했는지? 현직 관료들의 기계적 중립에 안타까움을 하소연했다.

21살의 건웅님과의 대화 속에서 소위 말하는 평범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의 활동이나 고민과 생각들. 평범한 20대 초반의 삶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도 규정될 수 없는 자신만의 삶,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삶을 통해 또 다른 청년들이 평범하지 않은 삶에 도전해보길 기대한다.

 

호야.
호야.

호야. 
6년 가까이 청년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주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내리라 믿는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