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상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의 약칭은 법제처의 법률 제명 약칭 기준에 따라 '제주4·3사건법'으로 줄여서 사용하고 있다.(자료=법제처/법률 제명 약칭기준)(붉은색 강조 표시=김재훈 기자)
공문서 상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의 약칭은 법제처의 법률 제명 약칭 기준에 따라 '제주4·3사건법'으로 줄여서 사용하고 있다.(자료=법제처/법률 제명 약칭기준)(붉은색 강조 표시=김재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조례 제명 약칭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도의회에 발의됐다.

현길호 제주도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 약칭 위원회 운영 조례안'은 "제주도민이 제주특별자치도 조례 제명을 쉽게 이해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길고 복잡한 조례 제명을 약칭하기 위한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긴 조례명을 간단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5음절 이상인 조례명을  위원회가 15음절 이하로 줄여서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조례안은 조례명을 줄여서 제시하는 것 외에 특수한 목적을 두고 있다. 조례안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4·3사건법」으로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약칭이 등재어 있고, 공문서에도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주 지역에서 통상 사용하는 '4·3특별법'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4․3정명(正名)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4·3사건'이라는 법령 약칭은 도민사회에 거부감은 물론 4·3을 자칫 사건으로 단정하게 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례안은 "조례 제명의 약칭 기준에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반영하도록 하여 4․3정명(正名)의 시대적 과제를 앞에 두고 4·3특별조례의 약칭명을 제대로 정의하고 향후 4·3특별법의 올바른 약칭명을 되찾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례안을 들여다보면 '4·3특별법의 올바른 약칭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은 보이지 않는다. 조례안 만으로는 4·3특별법의 올바른 약칭명을 찾기 위한 어떤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가 법령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바꿀 수는 없다. 국가 법령의 약칭은 법제처의 일률적 약칭 기준을 따른다. 제주도가 조례 제정해 법령의 약칭 변경에 대해 건의할 수 있는 장치를 둔다 해도, 정부가 반영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현재 법제처는 법률 제명 약칭 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4·3사건법'을 '4·3특별법'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명 약칭 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조례안은 위원회가 "제주자치도와 관계있는 법령의 약칭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도 도지사에게 자문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다. 위원회는 '4·3사건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회의 권한은 그뿐이다.

법령 약칭 변경 건의 권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위원회가 법령 약칭 변경에 대해 건의하도록 제주도에 요청하거나 혹은 법제처와 법률 제명 약칭 위원회에 직접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상세한 조문이 요구된다.

그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법령 약칭 변경 건의를 하는 경우 법제처가 검토 후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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