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 15분도시 생활권에서 출퇴근(업무·일자리) 영역은 사실상 뒤로 밀려났다. 파리 15분도시와 부산15분도시가 생활필수기능으로 반영한 업무(일자리)를 제주도는 추가 요소로 제시했다. 핵심적인 교통량 증가 요인 중 하나인 직장 출퇴근이 뒤로 밀리면서 15분도시의 철학 구현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25일 오후 2시 표선면사무소에서 ‘15분 도시 제주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아직 ‘15분도시 제주 기본구상 및 시범지구 기본계획 수립 용역’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비전을 서둘러 선포했다. 부산시의 전례를 뒤따르는 양상이다. 부산시의 경우 2021년 6월 ‘15분도시 부산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그로부터 1년 뒤에나 용역 최종보고회가 이뤄졌다.

이번 오영훈 지사의 제주 15분도시 비전 선포식은 추석을 앞두고서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 된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했을까. 오 지사는 이날 “생활, 건강, 돌봄, 교육, 여가와 함께 업무를 생활필수기능으로 정립하는 5+1 정책을 통해 도민들의 불편함을 하나하나 뜯어고치고, 도민 한 분 한 분이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제주의 모든 생활공간을 빛으로 밝혀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오영훈 지사의 발언과 달리 제주 15분도시 계획은 '업무(일자리)'를 생활필수기능으로 정립하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을 보자. 프랑스 파리와 부산은 생활필수기능에 업무(일자리)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승용차를 이용한 직장인의 출퇴근은 핵심적인 교통량 발생 요인이다. 15분도시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는 보조적 요소로만 반영했다.

직장인의 출퇴근은 15분도시 계획의 뒷전으로 미룬 셈이다. 그러면서 제주 15분도시의 생활필수 기능을 ‘5(생활, 교육, 돌봄, 건강, 여가)+1(업무)’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업무를 생활필수기능으로 반영한 것 같지만, 실상은 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오 지사는 "대중교통 혁신을 통해 수요응답형 버스, 수소트램, 수소버스,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등 이동수단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자동차 중심의 제주가 아닌 걷기 좋고 자전거를 타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제주를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심항공교통(드론 택시 등)이 15분도시와 어떤 맥락이 있는지 의문이다. 애초 '15분도시'는 근거리(보행과 자전거로 15분 이내 거리)에서 업무, 교육, 병원, 시장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생태적인 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드론택시 등은 도심항공교통은 이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오 지사가 15분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다음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도시·읍면 생활필수기능 공급 ▲이동수단 혁신 ▲탄소중립 ▲공동체 활성화. 어느 정책에 가져다 붙여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말들 뿐이다. 도시녹지화 및 도로 다이어트 등을 통한 도시 생태환경 보전 등은 전략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대신 트램(이동수단 혁신)을 끼워 넣었다.

현재 제주도의 자동차 관련 정책은 도로와 주차장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전하다. 동네 노인들이 취미삼아 일구던 텃밭에는 주차장이 들어서며 콘크리트가 깔리고 있다. 도로 사정은 어떤가. 제주도는 출퇴근 시간 대 교통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실마을 구실잣밤나무길을 확장하며 모조리 뽑아낼 계획이다.

제주시에서 공모한 '가고 싶은 가로수 길' 사진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월정사 가는 길'. 제주도의 도로확장 공사 계획으로 인해 가로수 구실잣밤나무들이 사라질 위기다.(사진=제주시 제공)
제주시에서 공모한 '가고 싶은 가로수 길' 사진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월정사 가는 길'. 제주도의 도로확장 공사 계획으로 인해 가로수 구실잣밤나무들이 사라질 위기다.(사진=제주시 제공)

이런 행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15분도시를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모순적이다. 파리의 경우, 주차장을 정원으로 조성하는 사업 등을 통한 도시 녹지화를 15분도시 계획 안에 담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 주택가의 거의 모든 골목을 잠식한 자동차 감축을 전략으로 제시해야 마땅했다.

오 지사는 지금이라도 '탄소중립'이라는 실현불가능하며 언뜻 근사해보이고 평가 지표를 마련하기 어려운 전략이 아니라, 성과와 효과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자동차 감축'을 15분도시 계획의 목표로 제시해야 한다. 거리 곳곳에 줄 지어 늘어선 자동차들이 줄어들지 않고서는 시민들의 보행환경이나 자전거 이용 환경을 개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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