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의료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으로 분류되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진료분야를 세분화하고, 전문의료인력도 확보해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보게 된다. 일반·경증 환자는 병원.의원에서 맡게 된다.

현재 지정된 곳은 전국 45곳이다. 서울 14곳, 경기 8곳, 강원 2곳 등 광역자치단체별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러나 제주에는 한 곳도 없다. 광역자치단체 중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게다가 제주는 수도권역에 묶여 있어 서울·경기지역 병원과 경쟁해야 한다.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지정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해 진입이 어렵다.

이 때문에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도민들은 진료를 위해 육지부로 떠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제6기 상급종합병원(2027~2029) 지정 계획에 도내 종합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인프라 역량을 갖추겠다고 한 상황. 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 ▲양연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장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발표에 나섰다.

제주대학교병원이 11일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개최한 가운데,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대학교병원이 11일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개최한 가운데,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김우정 제주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제주도민들의 건강평등권 보장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민들은 타 지역민들과 똑같은 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상급종합병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숙박비·항공비 등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김 부원장은 이를 두고 도민들의 의료서비스 선택권이 박탈당한 방증이라고 짚었다.

그는 "전국 평균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은 약 40%인데, 제주는 약 10%에 불과하다. 무조건 육지로 나가야 하기 떄문"이라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지역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도민들의 의료 선택권, 건강권은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와 관광객, 이주민은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제주대병원이 2001년 개원한 이래로 20여년 동안 종합병원 수는 6곳에서 변함이 없다"며 "그 사이 병상 및 진료역량을 확충해 온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들 병원이 도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자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병원 내부에서도 현행 체계에서는 전문질환에 대한 전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고 있다"며 "특히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는 전국적인 흐름 속에서 한 지역이 한 병원인 것처럼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변하지 않으면 1~3차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지역 내에서 최종적인 치료기관 역할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협력체계 구축 등 현재 의료시스템의 위기를 타진하는 방향으로도 나아가야 한다"며 "제주는 섬이라는 지형 특성상 더욱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개최한 가운데,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대학교병원은 11일 제주대병원 2층 대강당에서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심포지엄 : 제주의료자치를 위한 필연적 첫걸음'을 개최한 가운데,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역 내 의료체계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지정을 위해서는 제주만의 독자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수도권역이라고 해서 서울·경기지역 병원의 전략을 따라가서는 안된다는 것.

홍 교수는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은 필요하지만 'BIG5' 병원처럼 모든 전문의료분야를 확충하려고 하면 실패한 전략"이라며 "제주는 인구와 관광객 증가, 섬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어느정도의 의료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 결국 지역완결형이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물론 특화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은 지역 전체 의료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는 사령탑 역할 맡아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중증응급 환자 이송을 협력한다던지, 퇴원환자에 대한 연속적 건강관리를 하는 등 의료기관끼리 협의체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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