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됐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됐다. (사진=박지희 기자)

"학교에서 깃발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좋지 않을까요?", "깃발에 도로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명시하는 건 어때요?" 

일상 속 급한 순간, 공중화장실 위치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어떨까?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현재 제주도내 숙박업소에 버려진 물품들을 기부하거나 순환할 수 있다면?

전날인 27일 오후 2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제주생활공론장'이 열렸다. 시민주도로 작은 실천을 모색하는 제주생활공론 사업은 올해 4년째다. 참여자들은 △환경 △도시인프라 △반려견 문화 △청년 취.창업 △안전 등 5개의 분야에서 의제를 발굴했다.

이에 관련한 일상생활 속 불편함이나 문제상황에 대해 숙의하고, 그 내용을 공공 캠페인을 통해 직접 실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날 자리는 제주소통협력 주간과 연계, 사업 참여자 뿐만 아니라 의제별 주민, 유관기관 및 민간단체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까지 모아 공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공론 참여자들이 실천한 캠페인 성과가 전시돼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공론 참여자들이 실천한 캠페인 성과가 전시돼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이날 센터 5층에서는 의제별로 각각 마련된 원형 탁자에 여러 사람들이 둘러 앉아 열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전'팀에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엿들었다. 그들은 스쿨존 안에서 운전자들이 우회전을 할 때 일시정지를 인지하게 만드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앞서 사업 참여자들은 '보행 안전 깃발'을 고안해낸 바 있다. '3초만 기다려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깃발을 손에 들고 횡단보도를 건넌 뒤 반대편에 꽂아 넣는 식이다. 이를 통해 차량 운전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공론장에는 초등학교 교사,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학부모회, 주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석, 아이디어를 활발히 주고 받았다. 김현주 남광초 학부모회 회장이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 제가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이외에도 각 팀들은 한적한 공공장소에서 매너있는 반려견 산책 행위를 독려하는 방안, 취.창업 준비 청년에게 정서적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응원 방식 등에 대해 고민했다.

의제들이 사소해보일지 모른다. 완벽한 해결책이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찬반 토론을 하거나 해결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의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확인하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더 나은 제주를 위해 좋은 대화를 경험하는 장인 것이다.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장종원 총괄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장종원 총괄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장종원 제주생활공론 총괄디렉터는 시민들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고, 실천해본 시민들의 경험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디렉터는 주제 발표를 통해 "문제를 이야기하는 공론장은 많다. 그러나 문제 제기 및 의식을 넘어 실천까지 도달하는 게 제주생활공론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동료시민 등을 연결지어주고, 해결을 모색하는 분위기, 대화로만 끝나는 게 아닌 시도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자 저마다의 방식과 관점으로 상대를 설득·소통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라며 "시민의 의견이 정책화·제도화가 되려면 많은 시간·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 크다. 참여할 수록 무력감을 느끼기 쉽기에 시설 및 제도적 접근이 아닌 '소통과 관계'라는 관점에서부터 시작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제 발굴에 대해선 구체적·상식적인 문제 제기 및 대안 제시를 도왔다. 추상적·구호적 문제는 해결방식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이려면 당사자성이 있어야 한다.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것에 방점을 찍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김정민씨도 "내가 느낀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시민 주체로써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한 것에 대해 큰 효능감을 느꼈다"며 "내가 행한 실천이 실질적 효과는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력하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등 선한 방향성으로 흘러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이날 '반려견 문화' 분야에 참여한 이승연 '2020 제주생활공론' 오멍가멍 팀장은 "몇년 전만 해도 해당 분야에 대한 아젠다가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과 시각,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자리"라고 말했다.

환경 분야에 참여한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분야별 현장 관계자들을 한 테이블에 모아두는 게 쉽지 않은 것을 안다. 실무자들이 4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고민을 거듭한 게 느껴졌다"며 "토론시간이 짧은 점이 아쉬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청년 분야에 참여한 고시연 잇지제주 대표는 "평소 일에만 몰두하다 이 자리를 통해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가 소감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2023 제주소통협력주간'과 연계한 '제주생활공론장'이 개최된 가운데,  참여자가 소감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한편, 제주시소통협력센터는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센터 및 제주 전역에서 한해 주요 추진성과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2023년 제주소통협력주간'을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문제와 주민 및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확인하고, 지역사회 내 공감대 형성과 향후 발전과제를 도출하게 된다. 올해 주제는 '제주에서의 좋은 삶'이다. 도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 좋은 삶을 이루는 요소 및 방식 등을 공유하고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날 제주생활공론장 외에도 기조강연 및 컨퍼런스, 제주의 이동 및 교통 포럼, 로컬컨텐츠 장터, 전시 및 캠페인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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