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첫 단풍은 10월 22일, 

단풍 절정은 한라산 정상 기준 80%가량 물들었을 때를 말하는데 

올해 절정시기는 10월 29일( 2023년 단풍지도)로 지난해보다 2일 늦다.

[백록담]
[백록담]

관음사 등반로에서 만날 수 있는 왕관릉의 단풍 

원하는 날짜는 예약이 벌써 끝나버려 급하게 등산 일정을 앞당겼다.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정상에 이르는 탐방로 중 첫 번째로 꼽은 관음사 탐방로 '한산길' 

등반로 입구에는 한라산이 기억하는 사람 부종휴 선생님이 늘 기다려주고 

한산길은 이곳 부종휴 광장을 시작으로 백록담까지 이어진다.

[한라산이 기억하는 사람 '부종휴']
[한라산이 기억하는 사람 '부종휴']

꽃이 진 자리마다 익어가는 가을,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아름다운 가을단풍의 계절 

행복이 문 여는 멋진 하루의 시작, 

생명의 터전 한라산 오색단풍은 가을로 초대를 한다.

[사람주나무]
[사람주나무]

관음사 자연학습탐방로는 

관음사지구야영장을 출발하여 숲길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구린굴을 만나게 된다.

주변에는 선인들이 남긴 집터와 숯 가마터 흔적도 보인다.

[석빙고 '구린굴']
[석빙고 '구린굴']

제주도내 동굴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구린굴은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천연동굴로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로 이용했던 선인들의 지혜가 보이는 유적이다.

[숯가마터]
[숯가마터]
[당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제주조릿대]
[제주조릿대]

끝이 보이지 않던 울창한 푸른 숲의 단풍여행 

한 걸음, 한 발짝 그냥 스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한라산 

아침 햇살과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사방으로 널리 분포된 제주조릿대가 길잡이가 되어준다.

여름이 떠난 자리에는 흔적을 남기고, 

발아래 작은 생명, 바람개비 모양을 한 가을야생화 마지막 주자 '좀딱취' 

조금 느려도 천천히 걷다 보면 지나가던 바람도 멈춰 선다.

[생강나무]
[생강나무]
[덜꿩나무]
[덜꿩나무]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
[좀딱취]
[좀딱취]
[호자덩굴]
[호자덩굴]
[천남성]
[천남성]
[다람쥐꼬리]
[다람쥐꼬리]
[뱀톱]
[뱀톱]

탐라계곡은 한라산 북벽에서 발원하여 제주시의 한천과 이어지는 계곡으로 

건천이긴 하지만 숲의 생태계를 이루는 운치 있는 곳으로 

계곡의 아름다움을 품은 채 등산객들의 눈길을 붙잡기도 한다.

탐라계곡까지가 완만한 구간이라면 

지금부터 삼각봉까지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탐라계곡 목교]
[탐라계곡 목교]
[깔딱 계단]
[깔딱 계단]

계단을 벗어나자 숲 사이로 맑은 가을 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

하늘 전체를 위세 떨치던 초록빛 베일은 물들어 단풍 사이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알록달록 단풍과 어우러진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는 듯 

가을날의 멋진 수채화는 설렘으로 채워준다.

[까마귀의 사랑]
[까마귀의 사랑]
[해발 1000m]
[해발 1000m]
[좁은문]
[좁은문]

개미등으로 가는 길목에는 

큰 바위 틈새를 지나야 하는 비좁은 길이 놓여있다.

계곡을 지나 능선을 오르면 울창한 숲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개미등이다.

이 개미등에서 50분 정도 올라야 삼각봉에 이른다.

[해발 1200m]
[해발 1200m]
[개미등]
[개미등]
[어싱을 즐기는 외국인]
[어싱을 즐기는 외국인]
[현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
[현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

중간중간에 서 있는 위치, 시간, 거리 등을 알려주는 안내판 

긴 개미등 숲터널, 관음사탐방로 5-22(250m마다 말뚝을 박는다)를 지난다.

개미등 구간에는 하늘을 찌르는 웅장한 모습의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제주조릿대가 늘어선 아담한 돌길과 데크길 그리고, 

우뚝 선 소나무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 아침 햇살은 눈의 피로를 씻어주고 

언제 보아도 늘 푸른 소나무의 기상은 관음사탐방로의 매력이다.

[소나무 군락]
[소나무 군락]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

관음사탐방로 5-24 사이로 드러나는 삼각봉 모습 

 드디어 관음사탐방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삼각봉이 눈에 들어온다.

이 멋있는 순간을 놓칠 수가 없어서 찰칵, 찰칵...

[삼각봉]
[삼각봉]

해발 1,500m 지점에 위치한 삼각봉은 

화산폭발로 빚어진 기기묘묘한 바위와 웅장한 품새 

장구목의 끝자락에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삼각봉의 의연함 

고사목 등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왕관릉]
[왕관릉]

가을 단풍의 숨겨둔 비경 '왕관릉' 

해발 1500m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오색찬란한 단풍 

아침 햇살에 역광이지만 전체가 붉고 황금빛이 감돌아 눈부시게 아름답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멋진 뷰에 엄지 척!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전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전경]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

관음사 탐방로 전 구간에는 매점이 없기 때문에 

생수는 물론 산행에 필요한 물품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삼각봉대피소에서 백록담 동능 정상까지 2.7km(약 1시간 40분 소요)이다.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하니 계속 내리막길이다.

[왕관릉]
[왕관릉]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왕관바위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왕관릉'은 백록담 정상 동북쪽 바로 밑에 우뚝 솟아있는 암릉으로 

해 질 무렵 석양이 암릉을 붉게 물들이면 그 모습이 마치 금빛 왕관을 연상하게 한다.

이 일대에 늦가을 단풍이 물들면 그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삼각봉대피소를 지나 계곡을 내려가면 용진각 계곡이 나온다.

[용진각 현수교(출렁다리)]
[용진각 현수교(출렁다리)]

알록달록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물든 아리따운 숲길을 벗어나면 

비와 고산의 바람에 잎이 바싹 말라 떨어진 낙엽들이 널브러져 있다.

정상으로 오를수록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와 봄날처럼 따뜻한 가을볕에 감동하고 

사방으로 가을 풍경들이 열두 폭 병풍이 펼쳐지듯 그려진다.

관음사탐방로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장면 출렁다리(현수교) 

이 풍경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장구목]
[장구목]
[용진각 대피소에서 바라본 풍광]
[용진각 대피소에서 바라본 풍광]

해발 1500m에 있었던 용진각대피소는 

30여 년 한라산을 찾는 탐방객들의 쉼터 역할을 했던 추억의 산장이다.

2007년 강타한 태풍 '나리'로 인해 

오랜 추억을 간직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라산 정상인 북벽과 장구목, 삼각봉, 왕관릉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수직의 암벽이 있어 산악인들의 동계훈련장소이기도 하다.

[신갈나무]
[신갈나무]

산자락마다 초록, 연두, 노랑, 주황, 빨강 색깔옷으로 갈아입은 단풍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오색빛 향연이 펼쳐지고 

가을, 제주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 

기분 좋은 바람, 알록달록 가을옷 입은 숨 막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으로 길을 안내한다.

[정금나무]
[정금나무]
[윤노리나무]
[윤노리나무]
[참회나무]
[참회나무]
[노린재나무]
[노린재나무]
[참빗살나무]
[참빗살나무]
[화살나무]
[화살나무]
[주목]
[주목]
[마가목]
[마가목]
[섬매발톱나무]
[섬매발톱나무]
[홍괴불나무]
[홍괴불나무]
[누른종덩굴]
[누른종덩굴]
[한라돌쩌귀]
[한라돌쩌귀]
[제주양지꽃]
[제주양지꽃]
[구름떡쑥]
[구름떡쑥]
[해발 1700m]
[해발 1700m]
[구상나무]
[구상나무]
[구상나무 '고사목']
[구상나무 '고사목']
[사스래나무(좀고채목)]
[사스래나무(좀고채목)]

한라산 해발 1,400m부터 정상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는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이란 고산지대의 대표적인 상록 침엽수 '구상나무'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는 

고산지역의 강한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하얀 수피가 기형인 모습으로 서 있는 

용진각의 혼효림 대표 주인공 '사스래나무(좀고채목)'가 

구상나무와 더불어 한라산의 혼효림을 대표하는 주인공으로

다양한 색깔의 아름다움으로 한라산을 빛내준다.

[백록담 북벽]
[백록담 북벽]

백록담 북벽이 보이는 곳에 섰다.

파란 하늘에 가을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정상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검은 옷단풍이 들었다.

[인증 샷!을 남기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인증 샷!을 남기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정상(동능)에서 최종 하산 시간은 14:00인데 

길게 늘어선 줄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늘어만 간다.

[성판악 4-36지점: 관음사탐방로 8.7km, 성판악탐방로 9.6km ]
[성판악 4-36지점: 관음사탐방로 8.7km, 성판악탐방로 9.6km ]
[서귀포 방향]
[서귀포 방향]

구름바다가 만들어내는 파노라마 

산 아래로 보이는 서귀포와 지귀도~섶섬~문섬~범섬으로 이어지는 능선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나간다.

사라오름 위로 구름바다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한라산의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아쉽지만 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마음속에 담고 하산한다.

[한라산 해발 1,800m에서 바라본 사라오름과 성판악(성널오름)]
[한라산 해발 1,800m에서 바라본 사라오름과 성판악(성널오름)]

한층 높아진 가을하늘이지만 흐릿한 시야는 

서귀포 시내와 앞바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잠시 뒤로 한다.

산 아래에는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낙엽수들 사이로 

녹색의 구상나무 군락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해발 1,600m: 등반로 한가운데 돌표지석]
[해발 1,600m: 등반로 한가운데 돌표지석]

진달래밭 대피소와 사라오름을 지나 속밭대피소에서 마지막 휴식을...

[속밭 대피소]
[속밭 대피소]
[속밭]
[속밭]

속밭 일대는 1970년대 이전까지 넓은 초원지대였지만 

인근 주민들이 우마를 방목하며 마을 목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던 곳으로 

털진달래, 정금나무, 꽝꽝나무 등이 많아 '한라 정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삼나무 숲 속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모노레일]
[모노레일]

고산지대에 필요한 물품과 응급환자를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한라산 모노레일도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다.

[해발 900m]
[해발 900m]

한참을 내려오니 굴거리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에게 물었다.

가을이 되면 이파리를 곱게 물들이는 이유를 

나무는 우리에게도 사랑과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몸짓한다.

시월의 한라산은 세상을 보는 깊은 맛이 난다.

 

관음사탐방로(해발 620m)는 성판악탐방로와 

더불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해발 1,950m)을 오를 수 있다.

관음사지구야영장~삼각봉대피소(6km, 3시간 20분 소요)~동능정상까지 

8.7km의 탐방로이며 편도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계곡이 깊고 웅장한 산세, 해발 고도 차이도 커 한라산의 숨겨둔 비경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전문산악인들은 물론, 성판악 코스 탐방객들도 하산할 때 주로 이 코스를 이용한다.

관음사탐방로는 성판악탐방로에 비해 짧은 거리지만 

가파르고 돌길이 대부분이라 한산한 편이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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