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싸늘해진 아침 공기 

이미 겨울로 가는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가을 단풍으로 소문난 천아숲길, 차 한 대는 천아숲길 주차장에 두고 

보림농장 삼거리를 시작으로 역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만추로 가는 천아숲길의  마지막 남아있는 단풍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천아숲길 주차장]
[천아숲길 주차장]

천아숲길은 천아수원지에서 보림농장 삼거리까지 8.7km의 구간으로 

한대오름, 노로오름, 천아오름 등이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중턱 해발 1000 고지 일대에 

검뱅듸, 오작지왓이라고 불리는 '숨은물뱅듸'가 있고,  

무수천 계곡으로 흘러가는 수자원의 보고인 광령천이 내려오는 곳에 

천아수원지가 있으며 인근에 어승생수원지가 위치한다.

 1100 도로변에서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 임도 2.2km 구간은 

잘 포장되어 계곡 입구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1100 도로]
[1100 도로]

가을 아름다운 단풍 드라이브코스 1100 도로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여전히 나뭇가지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 

엽서 속 그림처럼 만추로 가는 길이 길게 이어진다.

[한라산 둘레길]
[한라산 둘레길]

한라산둘레길은 한라산국립공원 구역 아래의 

해발고도 600~800m 지대 숲을 연결하며 한 바퀴 도는 환형 숲길이다.

일제강점기의 병참로(일명 하치마키도로)와 임도, 

표고버섯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한 80km의 둘레길을 말한다.

화산섬 제주의 특색을 고스란히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자연을 만나는 환상 숲길은 

천아수원지와 돌오름, 거린사슴오름, 서귀포자연휴양림, 무오법정사, 시오름,

수악교, 이승악, 사려니오름, 물찻오름, 비자림로 등을 연결한다.

[삼거리]
[삼거리]

자연과 에코 힐링하는 한라산 둘레길은 

1구간 천아숲길 8.7km),  2구간 돌오름길(8km), 

3구간 산림휴양길(2.3km), 4구간 동백길(11.3km), 5구간 수악길(11.5km), 

6구간 시험림길(9.4km), 7구간 사려니숲길(10km), 8구간 절물 조릿대길(3km),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6.6km)이 조성되어 있다.

제주시에 해당하는 한라생태숲에서 천아숲길 입구까지 곧 개통을 앞두고 있다.

[주목]
[주목]
[물웅덩이]
[물웅덩이]

연초록 부드러운 봄의 새순 

여름 뜨거운 햇살에 푸르름을 더해가던 싱그런 잎사귀는 

가을이 깊어지면서 여러 빛깔의 표정을 만들어낸다.

[제주조릿대]
[제주조릿대]

만추여행으로 떠나는 천아숲길 

가을, 어디라도 비단길이 되는 한라산 둘레길에는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들이 넓게 펼쳐진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는 단풍이 들고 

여름이 떠난 자리에는 군데군데 깊숙이 파고드는 가을이 내려앉아 

아기자기한 가을 길은 설렘과 따스함으로 채워진다.

[화살나무]
[화살나무]
[윤노리나무]
[윤노리나무]
[덜꿩나무]
[덜꿩나무]
[새비나무]
[새비나무]
[꽝꽝나무]
[꽝꽝나무]
[솔이끼]
[솔이끼]
[보리수나무]
[보리수나무]
[하늘을 담은 물웅덩이]
[하늘을 담은 물웅덩이]
[천아숲길 끝지점이자 돌오름길 시작지점]
[천아숲길 끝지점이자 돌오름길 시작지점]
[표고재배장]
[표고재배장]
[제주조릿대]
[제주조릿대]
[뱀톱]
[뱀톱]

수직의 삼나무 숲길을 지나 

노로오름으로 가는 등성이는 제주조릿대가 점령을 해버렸다.

삼나무 아래에는 위풍당당한 모습의 '뱀톱'이 자람 터를 넓혀가고 

제주조릿대 아래에는 붉은 열매가 매력적인 '덩굴용담'의 향연이 펼쳐진다.

행운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가을이 내려앉은 한적한 길은 걸을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덩굴용담]
[덩굴용담]
[알꽈리]
[알꽈리]
[호자덩굴]
[호자덩굴]
[천남성]
[천남성]
[석송]
[석송]
[한라산 둘레길]
[한라산 둘레길]

제주조릿대 사이로 드러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나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나무 향을 맡으며 숲이 주는 소리를 듣다 보면 

살짝 보이는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지나가는 소리 

사각사각거리는 낙엽 밟는 정겨운 소리 

가을 깊은 곳으로 발을 떼는 만추로 가는 길엔 감사와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방향표지판]
[방향표지판]
[막다른 길]
[막다른 길]

끝없이 펼쳐지는 제주만의 독특한 숲길은 

길 모퉁이를 지나면서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가을 주인공처럼 아름답고 멋스러운 길이 계속 이어진다.

[생강나무]
[생강나무]
[표고재배장]
[표고재배장]
[당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제주조릿대]
[제주조릿대]
[깔딱계단]
[깔딱계단]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

잘 정비된 제주조릿대 길이 길게 이어지고 

깔딱 계단을 내려가면 천아계곡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천아계곡 단풍]
[천아계곡 단풍]

울창한 원시림 속 계곡에는  

오색빛깔로 물들었던 화려한 단풍은 점점 색을 잃어가고 

누군가 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었던 흔적 

여러 모양의 돌탑 너머로 천아오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천아숲길 임도]
[천아숲길 임도]

천아숲길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양 옆으로 훌쩍 자란 소나무가 길을 안내하고 

그 길 위에서 마음을 채우고 걷는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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