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제주에 들어와 살면서 중도의 세계를 작품으로 만들어 온 이왈종 화백(78세)이 복합문화예술공간 '빛의 벙커 제주'와 새롭게 만났다.

지난 1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빛의 벙커 제주에서 국내 작가 최초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빛과 음악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티모넷 박진우 대표는 “빛의 벙커에서 이왈종 화백의 전시를 오픈하면서 해외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외 작품의 교류를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 화백의 한국적인 정서를 화폭에 담아 온 콘텐츠로 제작했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와 예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쉽게 비디오 아트 예술을 접근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왈종 화백
이왈종 화백

이왈종 화백은 “작품과 삶에서 제가 늘 염두에 두는 주제는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고 불행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분들도 저처럼 ‘중도(中道)와 연기(緣起)’에서 오는 행복을 느껴보실 수 있기를 바란다”라면서 “요즘 사찰 순례에 빠져 전국의 1000년 넘은 절 중에 전라도와 경상도에 있는 160개 사를 꼼꼼히 돌아봤다. 요즘은 충청도 지역을 순례 중이다. 절에 도착하면 특히 후불탱화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절 탱화는 대부분 정유재란과 임진왜란 때 불에 타거나 약탈당해서 매우 안타깝다. 만히 돌아다니다 보니 절도 그렇고 집도 평평한 곳에 있는 게 좋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평소 중도를 지향하는 이유를 비교하거나 치우치면 괴롭다. 자기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냥 작가는 자꾸 시도하는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추구하는 데에서 발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빛의 벙커 제주에서 선보이는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展은 이왈종 화백의 독창적인 작품을 빛과 음악으로 재해석한 ‘AMIEX(아미엑스, 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 전시다.

전시작품 중 일부
전시작품 중 일부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을 통해 모든 존재를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작가의 ‘중도(中道)’ 철학과 평면부터 목조, 판각, 한지 부조, 설치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조형 세계를 소개한다. 특히 몰입형 예술 전시 구성을 통해 작품 속 모든 개체가 살아있는 듯한 초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전시작품 중 일부
전시작품 중 일부

전시는 총 5개의 시퀀스로 구성되며, 화백의 중도적 예술관을 표현한 '나무에서 펼쳐지는 세상’,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제주의 한적한 삶을 그린 '제주의 자연과 생활', 화백의 취미를 소재로 한 '일상의 일탈', 다양한 입체 작품을 선보이는 ‘입체적 상상’, 소멸의 아름다움을 그린 ‘연기의 소멸’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 ‘막걸리’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의 신작이 포함되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사운드트랙은 전통 악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재료나 기법에 구애받지 않는 독창적인 시도로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이왈종 화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빛의 벙커는 형식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통해 작가의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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