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후평화행진(사진=조수진 기자)
제주기후평화행진(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주들불축제의 오름 불 놓기 전면 폐지를 결정했다. 잘한 결정이다. 그러면서 불 없는 들불축제로 만들어 나가겠다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들불'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새로운 축제를 구상해야 한다.

어떤 아이템으로 축제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예전처럼 오름에 불을 놓은 들불축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들불축제가 아닌 축제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로 열린다면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어느쪽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제주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내년에는 축제를 열지 않는다. 새로운 축제를 기획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오름 불 놓기 전면 폐지 방침을 밝힌 지 오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주시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제주도의원들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들불출제가 제주의 대표 축제였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사회적 담론의 흐름과 제주시의 결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좀 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축제를 구상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새별오름 일대에서 어떤 축제를 열면 좋을지 논의를 빠르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를 모아갈 때다. 하지만 현재 새로운 축제 아이디어 수렴 창구가 없다. 창구가 없으니 도민의 아이디어를 모을 수도 없다.

 

창구가 만들어진다면 내놓고 싶은 아이디어가 많다. 예컨대 '새만금잼버리 망신 극복을 위한 새별 캠핑 축제(국제적인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새별헥사포트락페스티벌(인천펜타포트페스티벌의 인기에 업혀갈 수 있다)', '새별불꽃축제(굳이 '들불축제'라는 타이틀을 고집하는 경우 오름 불 놓기 대신 손쉽게 취할 법한 선택지로 보인다. 불꽃에 사용되는 화약도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불꽃놀이는..., 예쁘다.)', '새별오름 멍때리기 축제(들판 불 놓기보다 전통이 있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먼 산을 바라보며 멍때려 왔다)', '새별오름 100바퀴 달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축제' 등등.

아이디어 수렴 창구가 열린다면 당연히 이보다 훨씬 나은 아이디어들이 모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도의원들이 이미 출발한 버스의 뒷문을 붙잡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이를 헤쳐나갈 방법은 명확하다. 바로 시민 참여다. 제주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과 함께 간다면, 도의회 설득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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