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17조다. 국민 누구나 사적인 일들을 공개당하거나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최근, 배우 이선균의 죽음은 다시 한 번 누구나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헌법 준수의 필요성을 깨우치게 했다. 개인의 사생활을 함부로 까발리는 언론과 유사 언론의 책임론도 부각됐다.

KBS제주방송총국의 김희현 정무부지사의 사생활 및 품위 손상 관련 보도로 인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몇몇 정당, 공무원 노조, 그리고 김경학 제주도의장도 김 부지사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김 부지사는 10일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위공직자로서 잘못했거나 책임져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했다며 반론 보도 청구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

일반인과 달리 공무원들에게는 품위유지 의무가 있다. 정무부지사는 1급 상당의 고위직이다. 고위직 공무원에게는 일반 공무원보다 보다 더 높은 수준의 품위 유지와 도덕성을 기대한다. 법은 공무원이 품위를 손상했을 때,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품위 손상에 따른 징계 조항을 보면, 국가공무원법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징계토록 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달리 지방공무원법에는 '직무 내외'라는 문구가 없다. 두 법은 '품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포괄적이며 해석의 여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품위 손상 문제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이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품위는 무엇인가

'품위'는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일반인이 지켜야 할 품위와 공무원이 지켜야 할 품위는 얼마나 다른 것일까. 사전적 의미는 '(갖춰야 할)위엄과 기품' 정도다. 하지만 이를 풀어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만 법원이 품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다음 대법원 판결문(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판결요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한 공무원의 품위손상으로 인한 정직처분 소송 관련 판결문이다.

"'품위'는 공직의 체면, 위신, 신용을 유지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을 받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의 직책을 다함에 손색이 없는 몸가짐을 뜻하는 것으로서,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말한다."

대법원은 품위에 대해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의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평균적인 공무원을 기준으로 구체적 상황에 따라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이중적 지위

이는 공무원이 지켜야할 '품위'의 판단 근거가 명확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건전한 사회통념'이 늘 건전한 것인지 또 따져 물어볼 수밖에 없다. 사회통념이 변화하면 '품위'에 대한 판단도 바뀌게 된다.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KBS제주방송총국의 보도로 드러난 김희현 부지사의 사생활에 대한 판단 역시, 결국 가치 판단의 영역이 된다. 이를 테면 사인 '김희현'에게는 사생활 침해지만, 공인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에게는 품위 손상을 따져 물을 수 있는 사안이 된다. '이중적 지위' 때문에 그렇다.

"공무원은 공직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하므로, 공무원은 공인으로서의 지위와 사인으로서의 지위,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와 기본권을 향유하는 기본권주체로서의 지위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공무원이라고 하여 기본권이 무시되거나 경시되어서는 안 되지만, 공무원의 신분과 지위의 특수성상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에 비해 보다 넓고 강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게 된다."(헌재 2012. 3. 29. 2010헌마97)

임명권자 오영훈, 입장 밝혀야

김 부지사는 일반 공무원보다 공인으로서 지위가 높은 고위직 공무원이다. 더군다나 도의원 출신 정치인으로서 총선 등 선거 출마 여부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얻는 인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건전한 사회통념'에 기초한 품위를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얼마간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한편,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 부지사를 임명한 인사권자로서 이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건전한 사회통념'이 무엇인지, 공무원이 지켜야 할 '품위'는 무엇인지 정리해 나가는 과정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정당, 공무원 노조 등은 김 부지사의 품위 손상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는 품위에 대한 '사회통념'을 나름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통념은 그렇게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굳어지거나 변화해간다. 이제 오영훈 제주지사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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