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선고 직후 제주지법 정문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22일 오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선고 직후 제주지법 정문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기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심에서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행위의 위법성은 인정하나, 직위를 박탈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오 지사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64조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선출직 공무원은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아야 당선이 무효된다. 2~3심에서도 벌금 90만원이 확정되면 오 지사는 유죄 판결을 받아도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도내 사단법인 대표 A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정원태 제주도 서울본부장에게는 벌금 500만원, 김태형 제주도 대외협력특보에게는 벌금 400만원,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직무상·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기간 전인 2022년 5월 16일 오영훈 당시 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 홍보를 위한 협약식을 열고, 이를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오 지사를 포함한 피고인들은 A씨의 사단법인의 조직을 이용해 도내외 11개 업체를 협약식에 동원하고, 이를 공약 추진 실적으로 홍보했다. A씨는 2022년 6월 사단법인 자금으로 협약식 개최비 550만원을 B씨에게 컨설팅 명목으로 지급했고, B씨도 그 대가를 받았다. 

아울러 오 지사와 정 본부장, 김 특보는 당내 경선 직전인 2022년 4월 '지지선언 관리팀'을 설치, 여러 단체의 지지선언을 선거캠프 공약과 연계시켜 동일한 지지선언문 양식을 활용해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교직원 3205명 △시민단체 △121개 직능단체 회원·가족 2만210명 △청년 3661명 △제주대 교수 20명 등이다.

22일 오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선고 직후 제주지법 정문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22일 오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선고 직후 제주지법 정문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 당시  오 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사전선거운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거래상 특수 지위 이용, 정치자금 수수, 각종 지지선언 등은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행사가 열리게 된 경위, 행사장소, 후보자의 발언, 이후 보도자료, 참석기업 대표 발언 등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협약식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일반인 시각에서는 협약식이 오영훈의 공약을 홍보하는 행사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 오영훈은 협약식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선거공약 추진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임을 짐작했에도 추진 상황에 대해 발언하는 등 방식으로 가담했다"며 "다만, 당시 위법성 인식이 강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선거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엔 어려운 점, 협약식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인지해 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A씨와 B씨에 대해 "협약식을 준비하며 사단법인 소속 액션그룹 업체들을 동원, 선거운동을 했다"며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한 점도 유죄로 봤다.

또 각종 단체의 지지선언도 당시 오영훈 캠프였던 정 본부장, 김 특보에 한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대학교수 지지선언을 제외하면 지지선언을 주도한 주체와 의사결정 과정이 없거나 불투명하다"며 "지지선언 주도 인물도 오영훈 캠프 관련인인 점 등 여론형성을 통해 당내경선 목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선고 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뗏다.

이어 "다만 일부 유죄에 대해서는 행사 당일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대처"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단과 법리적 대처를 잘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제가 도민의 선택을 받은 이상 도민과 함께 제주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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