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제주 최대 현안인 제2공항과 관련한 입장들이 정리되고 있다. 위성곤 예비후보가(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 '제2공항 적극 추진'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제2공항 강행을 촉구해온 국민의힘 후보들과 같은 포지션을 취했다.

그간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줄곧 제2공항 추진이라는 포지션을 선점하면서 민주당 후보에게 제2공항 입장을 밝히라고 공격을 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더이상 서귀포시 선거구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제2공항'을 위 부호를 공격하는 카드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선점 효과가 사라지고 말았다. 위 후보에게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해온 국민의힘 후보들로서는 자승자박한 셈이 되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위성곤 후보의 입장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경용 예비후보(서귀포시) 입장에서는 꽤 난감한 일이 됐다.

이번에 위 후보가 제2공항 추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국민의힘 후보들의 공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서귀포시 성산지역의 표심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선거공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오랜 시간 제주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열세인 국민의힘이 도민 여론을 무릅쓰면서 제2공항 관련 입장을 견지한 것은 '선거 공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승자 독식인 현 선거 시스템에서 주요 여론을 역행하는 것은 선거 패인으로 직결되기 십상이다.

지난해 7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제주도지역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연대회의와 제주의소리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 조사로, 제주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도민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제2공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52.2%가 현재 제주국제공항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응답했다. 성산 제2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은 30.2%에 불과했다.

제2공항만 놓고보자면 국민의힘은 애초 지면서 시작하는 선거전략을 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2공항 찬반으로 놓고 보면 반대가 53.2%로 찬성 41.1%를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했다. 뿐만 아니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76.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20.7%)는 의견을 압도했다. 위성곤 후보의 제2공항 추진 공약으로 변별력를 잃은 국민의힘의 다음 전략은 무엇일까. 아직까지는 타개책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제주 지역 후보들이 '도민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제2공항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수준의 획기적인 '반전 카드'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현재 제2공항으로 상대 후보를 몰아가기가 쉽지 않은 양상이다. 지난 몇 년간 국민의힘이 제주지역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써먹었지만 결국 패배를 안겨준 '제2공항 추진' 전략이 이번 선거에서 특별히 먹힐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성산과 거리가 먼 제주 동부 지역, 국회의원 선거구로는 제주시갑 지역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심지어 이번에 민주당 예비후보가 '제2공항 추진'을 들고 나오면서, 국민의힘의 목소리는 더욱 약화될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주민투표를 바라는 76.6%를 등에 업고 가는 방안을 카드로 사용할지, 아니면 끝까지 외면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선거를 마칠지 지켜볼 대목이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