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격화할 전망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미이행 등 사업 추진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세게 반대했던 월정리 주민과 해녀들은 이를 바탕으로 제주도가 공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증설공사를 중단없이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월정리 주민 6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공공하수도설치(변경) 고시 무효확인' 소송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주도가 지난 2017년 7월 13일 동부하수처리시설을 증설하겠다는 내용의 고시가 무효임을 확인한 것이다.

해당 고시는 동부하수처리시설 하루처리 용량을 기존 1만2000t에서 2만4000t으로 2배 가량 늘리는 내용이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동부하수처리장은 1997년부터 공사가 진행돼 2007년부터 가동됐다. 최초 하루 처리용량은 6000t이었다. 도는 2013년 한 차례 증설해 1만2000t까지 늘렸다. 

그런데 제주도가 또다시 처리 용량을 두배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자 월정리 해녀와 주민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증설에 따른 주민 피해, 사업 추진 절차의 정당성, 용천동굴을 비롯한 환경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해당 소송 역시 2022년 10월 반대 과정에서 해녀들이 제기한 것이다.

원고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고시의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화재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세계유산협약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모조리 위반된다는 것.

피고 측인 제주도는 증설사업으로 원고들에게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가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19일 오전 10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어촌계 해녀들은 제주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21일 예고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19일 오전 10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어촌계 해녀들은 제주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21일 예고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 법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미이행 ... 중대한 하자"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환경권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주민으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원고 1명의 경우 해당 고시가 이뤄진 2017년 당시 주거지가 월정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각하했다.

재판부는 "국토계획법 등에는 '개발행위로 인해 주변 지역에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위해 발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없을 것'을 개발사업의 허가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는 주민들이 환경상 이익을 침해 받지 않은 채 쾌적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개별적 이익까지도 보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증설사업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에 해당하며, 사업지 역시 평가 대상지역에 포함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며 "지역주민들의 환경상 이익 침해와 침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사업 고시를 무효라고 판단한 결정적 이유는 제주도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 고시를 무효화해달라는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피고 측 제주도는 이와 관련해 "1997년 동부하수처리장 최초 설치 당시 처리용량을 2만4000t까지 늘리는 계획은 포함돼 있었고, 당시 영산강환경관리청과 환경부 등과 협의했다"며 또다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협의의견은 최초 시설 건설 공사에 대한 내용 뿐, 향후 처리용량 증설 시 수행될 공사에 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사전환경성검토 당시 작성된 보고서엔 하루 처리 용량을 2만4000t으로 증설하는 2단계 계획은 '장래계획'으로 기재돼 있는 것에 불과하며, 2단계 계획에 대해선 환경성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월정리해녀회 소속 50명여의 해녀들은 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중지를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월정리해녀회 소속 50명여의 해녀들은 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중지를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 월정리 해녀들 "우리 말이 맞았다" ... 제주도, 항소 준비에 공사 계속 진행

그간 반대 투쟁에 적극 참여해 온 해녀들은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정리해녀회 소속 50명여의 해녀들은 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은아 해녀는 "이번 판결로 우리가 옳았다는 게 증명돼 정말 기쁘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다시 의기투합해 증설 공사 철회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설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월정리마을회와 방류수 모니터링, 추가 증설 없음, 삼양.화북지역 하수 이송 금지 등 협의를 한 뒤 6년만에 공사를 재개한 바 있다. 제주도는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할 계획이다. 공사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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