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2동 4·3송덕비를 조사하고 있는 기념사업위 삼양동 조사팀. 2023년 6월 21일 촬영.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도련2동 4·3송덕비를 조사하고 있는 기념사업위 삼양동 조사팀. 2023년 6월 21일 촬영.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이하 기념사업위)가 ‘삼양동 4·3유적지 실태조사 및 자원활용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기념사업위가 지난 2022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지원을 받아 봉개동 유적을 조사했던 ‘우리마을 4·3 이야기 보고서’에 이은 두 번째 보고서다. 

삼양동은 일제강점기까지 삼양리와 도련리도 구분되다가 1955년 제주‘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삼양1·2·3동, 도련1·2동으로 나뉘었다. 이후 1962년, 현재의 삼양동으로 통합됐다. 

이번 보고서에는 과거 ‘설개’라 불렸던 삼양1동의 불탑사와 원당사, 명진모루, 돌숭이를 조사했다. 삼양2동은 ‘가물개’라는 옛명칭이 있는 마을로 삼양초등학교, 삼양지서(지역 관할 경찰서) 옛터, 삼양지구 내 순직비석들, 삼양지서 앞밭, 삼양교회 옛터를 조사했다. 

삼양동은 삼양지서를 중심으로 무장대와 토벌대의 보복학살이 많았던 지역으로 관련한 유적지가 많다. ‘벌랑’이라 불렸던 삼양3동에서는 벌랑4·3성, 벌랑뒷동산궤를 조사했다. 

도련2동 주민과 4·3성의 경계를 확인하는 기념사업위 삼양동 조사팀. 2023년 7월 19일 촬영.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도련2동 주민과 4·3성의 경계를 확인하는 기념사업위 삼양동 조사팀. 2023년 7월 19일 촬영.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도련1동은 ‘도련드르’라고 하는 넓은 들판이 있는 지형으로 유일하게 4·3희생자위령비(재단)가 있다. 기념사업위는 도련1구에 있는 4·3성, 도련 귤나무, 솔쳉이왓, 원지모르, 강전이굴까지 잃어버린 마을 3곳과 멘촌 공화당 앞밭, 4·3송덕비를 조사했다. 

이밖에도 4·3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삼양동 조작간첩 피해에 관한 내용 또한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는 김경훈 시인(前 제주4·3사업소 전문위원)이 책임연구자로 참여했고, 제주4·3희생자유족, 4·3시민단체인 (사)제주다크투어의 상근자까지 다양한 영역의 구성원이 참여했다.

조사는 마을별로 1~4명의 희생자 유족 및 증언자를 만나 조사된 내용을 검증했고, 기존에 기록되지 않았던 유적지(삼양교회 엣터, 항골, 웃새질 등)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삼양1동 마을회관에서 어르신에게 4·3역사를 듣고 있는 기념사업위 삼양동 조사팀. 2023년 8월 30일 촬영.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삼양1동 마을회관에서 어르신에게 4·3역사를 듣고 있는 기념사업위 삼양동 조사팀. 2023년 8월 30일 촬영.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삼양1동에 거주하는 증언자 김하종 씨(1939년생)는 “이제는 4·3 당시 마을의 역사를 증언해줄 사람이 거의 없다. 이번 기회에 자세히 기록에 남기고, 유적지를 알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련1동에 강병우 씨(1950년생)는 “나는 소위 ‘4·3성둥이’다. 토벌대에 의해 마을이 초토화됐다”며 “그 성 안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지금은 아파트가 생겨 성의 흔적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삼양과 도련 2개의 4·3길(안)에는 4·3유적지 뿐 아니라, 각 마을의 전통과 역사가 담긴 유적지를 포함하고 있다. 삼양동은 불탑사·원당사, 설개감낭하르방당, 샛도리물, 제주초가 강운봉 가옥 등을 포함됐다. 도련동에선 도련드르 당밧개당, 도련 귤나무, 수상한집 광보네를 포함돼 더욱 풍부하고 의미있는 역사를 기억하고, 알리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념사업위 강호진 집행위원장은 “봉개동과 삼양동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김경미 도의원의 관심과 지원이 많았다”며 “김 의원은 우리가 전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주도와 협의해 봉개동 유적지 일부에 안내판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념사업위는 2024년에는 삼도동 유적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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