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날씨가 가장 춥다는 소한이 지나고 

남쪽이라 따뜻할 줄 알았지만 웬걸~ 

'대한이 소한의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피부에 와닿는다.

[산이마을 쉼터에서 바라본 풍광]
[산이마을 쉼터]

군산 주차장에 차 한 대를 주차하고 

안덕계곡을 지나 산이마을 쉼터 맞은편에서 시작된 

군산으로 가는 좁은 농로길에는 

겨울 스산한 바람이 자연스레 몸을 움츠리게 한다.

[탱자나무]
[노랑하늘타리]
[월라봉과 산방산]

농로 따라 한참을 걷고 나면 제주올레 9코스와 마주하게 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오름 모양새가 마치 달이 떠오르는 모양과 같다는 '월라봉', 

그리고 마을의 수호신처럼 위풍당당 용암돔 '산방산'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서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올레길 화살 표시]

군산으로 가는 오고생이 곱앙이신(고스란히 숨어있는) 숲길 

겨울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백량금과 자금우가 지천에 깔려있고 

숲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걷는 길은 휴식처가 된다.

[숲길]
[백량금]
[자금우]
[뿔바위 '군산']

용의 머리에 쌍봉이 솟았다고 하는 정상의 뿔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지만 정상에 서면 뭔가 무시무시하고 신비감마저 든다.

남사면의 애기업게돌, 미륵돌, 눈썹바위, 구시물 등은 

여러 가지 이름만큼이나 다양하고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페트병 뚜껑으로 만들어진 제주올레 쉼터]
[전망대]

군산오름 입구 주차장에는 

올레길을 걷기보다는 오름을 찾은 방문객들의 차들로 채웠다.

걸어야만이 볼 수 있는 주위 경관들 

거대한 바위 덩어리 산방산의 기개에 기가 꺾이고, 

여름과 가을 들꽃들의 흔적을 담을 수 있는 행운도 함께 했다.

[노박덩굴]
[새박]
[군산오름 입구]
[제 8 진지동굴 입구]
[제 9 진지동굴 입구]

군산오름은 안덕면 창천리에 위치한 해발 334.5m의 원추형 기생화산으로 

오름의 모양새가 군막(軍幕)을 친 것 같다고 해서 '군산(軍山) 오름'이라고 부른다.

산이 솟아날 때 굴메(그림자의 제주어)같이 보였다 하여 '굴메오름' 

고려 목종 7년(1007)에 화산이 폭발하여 상서로운 산이 솟아났다 하여 '서산(瑞山)' 등 

여러 가지 유래를 지니고 있는 오름으로 

남쪽 해안가의 산방산과 함께 서귀포시의 대표적인 오름이다.

[올레 9코스 중간스탬프(변경전: 창고천다리)]
[정상]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에 가린 한라산]

 용의 머리에 쌍봉이 솟았다고 하는 정상의 뿔 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지만 

막상 정상에 서면 한라산을 배경으로 중산간의 광활한 초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부드러운 능선과 대평리의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구름에 가려 한라산의 속살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군산 정상에서 바라본 예래동]

정상의 뿔바위에 서니 신비스러움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대평리의 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대평리~마라도~가파도~형제섬~송악산~용머리~산방산~모슬봉까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름군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조망된다.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의 아름다운 조화가 색다르게 보인다.

이어지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은 

끝없는 인생의 희로애락처럼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다.

[구시물, 굇물]

구시물은 제주도의 유일한 숫오름(남자형) 산인 군산의 산중턱에서 흘러나오는 약수이다.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 옛날부터 기우제를 지낼 때 이 물로 제를 지내면 비가 내리고, 

남자형의 숫오름에서 나오는 물이라 하여 아들을 소원하는 이에게 

이 물로 소원을 빌면 효험이 있었다고 하며, 

불치의 피부병도 이 물로 목욕을 하면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진지동굴]

진지동굴은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제주도에 들어온 일본군에 의해 우리나라 민간인을 강제동원하여 만들어졌다.

일본군 정예병력을 제주도에 주둔시키면서 해안기지와 비행장, 

작전수행을 위한 도로, 각종 군사시설을 하게 되어 

 만들어진 것이 진지동굴이다.

 이곳에는 일본군들이 대피장소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잔재물로

 가슴 아픈 역사의 상처로 남아 있는 현장이다.

근대 전쟁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정자 쉼터]
[유독 무덤이 많이 보인다]
[추억의 길]
[조형물 외곽테두리는 제주도, 테두리 안의 봉우리는 군산을 상징화]
[명사쉼터]
[군산]

천 년 동안 웅크리고 마을 지킨 사자산 

예래초등학교 근처에서 이 오름을 보면 마치 사자가 바다를 향해 

두 다리를 뻗고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때문에 사자의 형상을 하고 예래동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사자가 오는 마을'이라는 유래가 생겨났고 

이에 따라 예래동이라 불리게 되었다.

[겨울, 푸르름이 돋보이는 대나무숲]
[브로콜리]
[군산 산책로]
[군산으로 가는 길]

아주 오랜만에 올랐던 군산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계절 다른 모습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주위 풍광들, 

오늘 걷는 하룻길에 따스함이 묻어나는 소소한 일상이 내게로 왔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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